'빗썸 세금폭탄' 과세 이어질까…"조세법률주의 반해"

기사등록 2019/12/30 16:33:13

기재부 "현행 세법상 과세대상 아냐"

빗썸 "구제절차를 통해 소명하겠다"

업계 "산업 위축·투자자 이탈 우려"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국세청이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외국인 고객 소득세 원천징수 명목으로 803억원을 과세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현행 세법상 개인의 가상통화 거래이익은 소득세법에 열거된 소득이 아니므로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행 세법은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세법개정안을 통해 가상자산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기존 기재부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기재부와 국세청이 엇박자를 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내 거주자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거래를 본격화한 시점은 지난 2014년부터다. 국세청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시점(소득 발생으로부터 5년)이 지나기 전에 과세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빗썸에 세금을 부과한 부분은 거래 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거주자가 아닌 비거주자(외국인)가 대상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내 거주자에 대한 과세가 어렵게 되자 국제 조약을 근거로 비거주자에 대한 세금만 부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거래소에 가입할 때 개인정보보호법상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기 때문에 비거주자가 실제 외국인인지 여부를 회원가입 과정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빗썸이 납세의무자로 원천징수 의무를 지는지 비판이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소득세법상 소득지급자 또는 대리인이 아니고, 국세청이 주장하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자도 아니라고 보고 있다.

조세조약상 '비거주자'에 대한 과세권이 있는지 여부도 다툼이 있다. 한·중 조세조약에 따르면 비거주자가 중국인의 경우 우리나라 암호화폐 거래이익에 대한 과세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원천징수 의무자가 소득세법상 비과세·면제 등에 관해 신고했어야 하는데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업계에서는 과세관청이 관련 행정지도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지위와 과세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과세 조치가 빗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빗썸은 구제 절차를 통해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축시킨다"며 "해외투자자들의 대량 이탈과 국내 투자자의 해외 자금 이탈을 유발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지난 6월 가상통화를 화폐나 금융자산이 아닌 무형자산 또는 재고자산으로 결론내린 바 있다. 기재부는 최 의원 질의에 대해 "주요국 과세사례, 회계기준과의 정합성, 자금세탁방지차원의 국제논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최 의원은 "이 분야 산업도 제도권 내로 편입시켜 거래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며 "국민에게 커다란 부담을 지우는 징세인만큼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관련세법의 명확하고도 구체적인 개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지난 2017년 국무조정실이 암호화폐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1월 법무부가 암호화폐 거리소 폐쇄 방침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국세청은 같은 시기 빗썸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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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세금폭탄' 과세 이어질까…"조세법률주의 반해"

기사등록 2019/12/30 16:33:1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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