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시진핑 '맹자' 덕담 꺼낸 文…북미 대화 간절함 반영

기사등록 2019/12/23 15:36:19

文대통령, 한중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맹자' 인용

文 "한중, 천시·지리 갖췄으니 인화 더해지면 새 시대"

"북미 대화 중단 상황, 한중 물론 북한에도 이롭지 않아"

1년 전 시진핑 "천시·지리·인화 조건 맞아떨어져" 낙관

[베이징(중국)=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2019.12.23. since1999@newsis.com
[베이징(중국)=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2019.12.23. [email protected]
[베이징(중국)·서울=뉴시스]김태규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년 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에게 건넨 덕담을 재인용한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판이 깨져서는 안된다는 간절함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 동대청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맹자는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은 공동 번영할 수 있는 '천시'와 '지리'를 갖췄으니 '인화'만 더해진다면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구절은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 하(下)편의 첫 문장으로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17일 한중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먼저 언급한 바 있다.

시 주석은 파푸아뉴기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일이 이뤄지는 데는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가 필요한데 그 조건들이 맞아떨어져가고 있다"며 '맹자(孟子)'의 표현 한 구절을 인용했다.

당시 시 주석의 모두 발언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한반도 문제 해결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베이징(중국)=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9.12.23. since1999@newsis.com
[베이징(중국)=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9.12.23. [email protected]

북미 간 70년 적대 역사를 종식시키기 위한 '하늘의 때'가 찾아왔고, 북중-한중 관계의 거리감도 없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각별한 관계가 구축돼 있는 만큼 순리대로 잘 풀릴 것이라는 덕담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우여 곡절 끝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3개월 만인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가 합의 없이 돌아선 바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기로에서 문 대통령이 1년 전 시 주석이 건넨 덕담을 본인이 직접 거론한 것은 한중 간 협력을 통해 비핵화 대화판이 깨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간절함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최근 상황은 한중 양국은 물론 북한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다"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된다.

미국에 '새로운 셈법'을 요구한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까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대화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위기 인식이 느껴진다.
[베이징(중국)=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9.12.23. since1999@newsis.com
[베이징(중국)=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9.12.23.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이 "모처럼 얻은 기회가 결실로 이어지도록 (한중 양국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 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도 한중 정상이 머리를 맞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 하편에 등장하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는 맹자가 왕도론을 전개할 때 쓴 말이다.

맹자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하늘의 때, 지리적 이점, 인화 모두 필요하나 그 중에서도 인화, 사람간의 정신적 교감과 단결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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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12/23 15:36:1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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