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차만 운전해"…운수회사의 노조 말살, 집요했다

기사등록 2019/12/22 09:01:00

친한 직원 이용해 어용 노조 설립

다른 노조 가입 시 수동버스 배정

1주일 2회 휴무, 주말에 못쓰게 해

해고 후 복직하자 '가짜 교통사고'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노조법 위반 등 혐의로 최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운수회사 대표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가며 노조 말살 전략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원 판결을 통해 드러난 이들의 '특정 노조 죽이기'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집요하게 이어졌다.

22일 뉴시스가 확보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당시 A운수회사 전 대표이사 임모(51)씨와 이 회사 이사 및 대표이사를 맡았던 형 임모(53)씨는 B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당시 교섭단체 대표였던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간부를 변경하라는 요구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대표이사 임씨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직원 김모(40)씨를 위원장으로 하는 B노조가 실제로 설립됐고, 김 위원장은 대표이사 형제의 지원을 받아가며 이 노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B노조를 키우기 위해 다른 노조에 가입한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방법이 차량 배치와 휴무에 대한 차별이었다.

당시 이 회사의 운전직 근로자는 정해진 노선에 정해진 버스를 운영하는 고정버스 기사와 기존의 고정버스 기사에게 결근, 휴가 등의 사정이 생기는 경우 그 자리에 근무하는 유동버스 기사가 있었다. 일반적으로라면 고정버스 기사는 경력이 많은 순서로 근무를 했는데, B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을 유동버스 기사로 집중 투입한 것이다.    

또 회사에는 자동식 기어를 장착한 차량과 수동식 기어를 장착한 차량이 있었고, 아무래도 기사들은 주로 자동식 기어 차량을 선호했다. 이때 수동식 기어 차량은 역시 B노조가 아닌 다른 노조 가입자들에게 주로 배정됐다.

여기에 주 2일로 보장된 휴무를 주말에 사용하기 위해서도 B노조에 가입해야만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직 근로자들이 1주일에 2일의 휴일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대다수가 가족과 주말을 보낼 수 있는 토요일과 일요일이 포함된 휴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B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거리가 먼 얘기였다.

B노조 위원장 김씨는 회의를 할 때마다 "B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은 유동근무에 투입해라", "수동기어 차량을 몰게 하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이사 임씨는 이런 방식으로 노조원을 확보한 B노조를 결국 교섭단체로 설정하게 된다. 이후 회사에서는 해고와 징계가 쉬워지는 형식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단체협약이 체결됐다.

회사는 B노조가 해산된 이후에도 '식당 운영시간 조정 공고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게시, 확인'이라는 도장을 찍는 등 노조 게시물을 검열하기도 했다.

2016년 3월 신입기사로 취업한 김모씨는 다른 노조에 가입하자 3차례나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를 본보기로 삼아 조합원 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김씨는 대표이사 임씨와 면접 당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1차 해고됐다.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회사를 제소하자 임씨는 복직을 약속했다.

복직한 김씨는 같은해 6월 오후 6시께 버스정류소에서 교통사고를 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는 회사 측의 '작업'이었다. 대표이사 임씨가 정모(40)씨를 사주해 허위 교통사고를 낸 것이다. 정씨는 버스에서 내리면서 일부러 문에 손을 집어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씨는 임씨가 입사를 시켜줄 것처럼 말하자 허위 교통사고 유발 부탁을 들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는 이 사고를 근거로 김씨를 또 해고했다. 김씨는 다시 복직했지만 이번엔 형 임씨가 김씨를 해고했다.

2016년 9월 대표이사로 복직한 형 임씨는 자신의 동생이 대표이사를 할 당시 김씨를 2회 해고를 했지만 복직했다는 보고를 받자 김씨가 입사 당시 허위경력을 제출했다면서 해고했다. 입사 요건인 2년의 운행사원 경력이 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는데, 실제로 김씨는 허위경력을 기재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송유림 판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된 대표이사 임씨에게 지난 13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임씨는 재판 직후 법정구속됐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형 임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노조 위원장 노릇을 한 김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가짜 교통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 정씨는 벌금 800만원에 처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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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차만 운전해"…운수회사의 노조 말살, 집요했다

기사등록 2019/12/22 09:01: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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