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공연계 결산]클래식·무용·국악 거센 여풍…필름콘서트도 성황

기사등록 2019/12/20 15:08:05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올해 클래식계는 피아니스트·여성 음악가의 활약이 돋보였다. 영화, 애니메이션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디즈니의 영향도 컸고 영상 상영과 함께 연주를 들려주는 필름 콘서트도 성황리에 열렸다. 무용계에서는 여성 스타들의 행보가 주목 받았고, 국악계에서는 새로운 도전과 실험이 돋보였다.
 
◇관록의 연주자·발전하는 스타들

관록의 피아니스트들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지난 3월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코감기에도 완벽한 연주를 들려줬다.

조성진 협연 & 지휘
조성진 협연 & 지휘
올해 쇼팽에 매진한 백건우는 아내인 배우 윤정희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여전히 깨끗하며 순수한 연주를 들려줬다.

콩쿠르 우승 후 스타로 떠오른 뒤에도 자기 발전을 멈추지 않은 젊은 피아니스트들은 올해도 도전을 이어갔다.

조성진은 지난 9월 19~22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조성진과 친구들'을 통해 독주, 협연, 지휘, 가곡 반주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선우예권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과 함께 '코리안 영 피아니스트' 시리즈를 펼쳐 후배 피아니스트들의 연주 무대를 마련했다.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미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5일(현지시간) 신임 음악감독에 한국 지휘자 김은선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오페라단 여성 음악감독은 김은선이 최초이다.  2019.12.6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미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5일(현지시간) 신임 음악감독에 한국 지휘자 김은선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오페라단 여성 음악감독은 김은선이 최초이다.  2019.12.6
피아니스트 임동민은 8년 만에 소니 클래시컬을 통해 발매한 3집 '쇼팽 & 슈만'으로 전국 리사이틀까지 돌며 주목 받았다.

◇작곡·지휘·연주 모든 분야 거센 여풍
 
장한나
장한나
클래식계에서는 어느 해보다 여풍이 거셌다.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를 지낸 진은숙은 독일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전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의 상주작곡가가 됐다. 함부르크 시정부는 진은숙에게 '2019 바흐 음악상'도 안겼다.

지휘자 김은선은 세계적으로 클래식계 '유리천장'을 깼다. 미국 샌프란시스코(SF) 오페라의 음악 감독으로 임명됐다. 96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오페라단의 첫 여성 지휘자다. 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거듭난 장한나는 자신이 상임지휘자로 있는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내한, 주목 받았다.

비올리스트 박경민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베를린필) 종신단원이 됐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악단'으로 통하는 이 악단에 수습으로 입단한 지 약 21개월 만이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2년 째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을 맡아 이 축전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새삼 진가를 확인했다.

율리아 피셔
율리아 피셔
◇한국을 위한 울림

올해 한국을 위한 연주 무대도 잇따라 마련돼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6월 헝가리 지휘자 이반 피셰르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는 지난 5월29일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 사고로 희생된 자들을 위한 추모 연주를 올렸다. 단원들이 한국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불렀다.
코코 (사진 = Disney Concerts)
코코 (사진 = Disney Concerts)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는 지난 9월 도라산역에서 '문화로 이음: 디엠지(DMZ) 평화음악회'에 참여했다. 역시 거장 첼리스트인 미샤 마이스키는 지난 4월 통영 욕지도에서 초등학생, 중학생을 위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 (사진 = 서울시향 제공) 2019.11.14.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 (사진 = 서울시향 제공) 2019.11.14. [email protected]
특별한 구성으로 눈에 띄는 공연도 있었다.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는 지난 3월 러시아 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롭스키가 지휘한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에서 1부에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 뒤 이 악단의 깜짝 단원이 돼 2부 브람스 교향곡 2번을 함께 연주했다.

◇클래식계도 디즈니 열풍···필름 콘서트도 성황

디즈니의 동명 애니메이션(1992)을 바탕으로 한 영화 '알라딘'이 1000만 영화가 되면서 올해도 국내에 디즈니 열풍이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김지영 국립발레단 마지막 '지젤' 커튼콜. 2019.06.23 ⓒ국립발레단·BAKi
【서울=뉴시스】 김지영 국립발레단 마지막 '지젤' 커튼콜. 2019.06.23 ⓒ국립발레단·BAKi
이 바람을 타고 공연계 역시 디즈니 바람이 한껏 불었다. 7월 롯데콘서트홀은 '2019 디즈니·픽사 필름 콘서트 페스티벌'을 펼쳤고 9월 크레디아는 매년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한 '디즈니 인 콘서트-크레디아 파크 콘서트'를 이어갔다.

디즈니를 포함해 최근 몇 년 새 콘서트 시장 강자로 떠오른 필름콘서트도 올해 역시 인기였다.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6월과 11일 선보인 '해리포터 필름콘서트' 시리즈는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이밖에 지난 11월1일 세계 최정상급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세계적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함께 한 내한공연도 호평을 들었다.

【서울=뉴시스】 김리회, 백조의 호수. 2019.09.02. ⓒ국립발레단
【서울=뉴시스】 김리회, 백조의 호수. 2019.09.02. ⓒ국립발레단
피아니스트 백혜선를 비롯 내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앞두고 베토벤을 조명하는 연주들도 잇따라 마련됐다. 오페라 중에서는 배삼식 작가의 동명 연극을 오페라로 옮긴, 고선웅 연출의 '1945'가 창작 오페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을 들었다.

4년 간 공석이던 서울시향 음악감독 직에 핀란드 출신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가 임명된 것도 국내 클래식계에 큰 뉴스였다. 벤스케 음악감독은 내년 2월 14, 15일 취임 연주회에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들려준다.

반면 지난 6년간 KBS교향악단을 이끈 루마니아 태생 지휘자 요엘 레비는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의 마침표를 찍는 고별무대를 선보인다.

【서울=뉴시스】발레 '호이 랑'. 2019.05.19 ⓒ국립발레단·BAKi
【서울=뉴시스】발레 '호이 랑'. 2019.05.19 ⓒ국립발레단·BAKi
라트비아 출신의 세계적 거장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별세 소식은 국내 클래식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큰 슬픔이었다.

◇무용계, 여성 스타들의 존재감

올해 무용 팬들이 가장 주목한 뉴스는 국립발레단 간판인 수석무용수 김지영의 퇴단이다. '1978년생 김지영' 중 아마 가장 유명할 김지영은 입단 23년 만인 지난 6월 대표작 '지젤'을 끝으로 국립발레단을 떠났다. 하지만 현역 은퇴는 아니다. 경희대 무용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기고 틈나는 대로 무대에도 오른다. 

【서울=뉴시스】 '스윙'. 2019.08.25. ⓒAiden Hwang
【서울=뉴시스】 '스윙'. 2019.08.25. ⓒAiden Hwang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리회는 임신과 출산으로 작년 5월 '돈키호테' 이후 1년가량 무대에 오르지 못하다 지난 8월 '백조의 호수'를 통해 화려한 복귀의 날갯짓을 했다. 국내 발레단에서는 드문 사례로 다른 여성 무용수들에게 '워킹맘 무용수'로서 모범 사례가 됐다.

또 국립발레단은 지난 5월 전남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에서 초연한 신작 발레 '호이 랑'을 11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도 성공적으로 올리며 호평을 들었다.

조선시대 홀아비와 살던 효녀로, 늙은 아버지를 대신해 군역을 맡는 '부랑'을 소재로 한아름 작가가 이야기를 쓰고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이 안무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겸 단장이  "글로벌 세상에서 어느 나라 사람들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할 만큼 잘 빠진 '엔터테인먼트적 발레'다.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바딤 레핀 & 자하로바. 2019.10.23. (사진 = Massimo Danza 제공)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바딤 레핀 & 자하로바. 2019.10.23. (사진 = Massimo Danza 제공) [email protected]
유니버설발레단은 레퍼토리 대표작 '춘향' '심청'을 재공연하며 한국형 창작 발레의 진화를 보여줬다.

현대무용 분야에서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약진이 돋보였다. 2017년 안성수 예술감독 취임과 함께 3기를 맞이한 국립현대무용단은 평균 77.6%를 기록했던 기존 객석점유율을 2017~2019년 3년간 평균 96.1%로 끌어올렸다. '라벨과 스트라빈스키' '스윙' 등이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견인했다.

지난 9월 현대무용단 'LDP'(Laboratory Dance Project)와 LG아트센터가 협업해서 선보인 신작 '트리플 빌'은 정영두·김설진·김동규, 현대무용계의 어벤저스들의 신작 3편을 묶은 작품으로 호평을 들었다.

【서울=뉴시스】 창극 '패왕별희'. 2019.04.10. (사진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서울=뉴시스】 창극 '패왕별희'. 2019.04.10. (사진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또 LG아트센터는 9년 만인 지난 10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다시 선보여 국내 무용 관객의 잠재력을 다시 확인했다. 롯데콘서트홀이 지난 10월 선보인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 부부의 협업 공연 '투 애즈 원(two as one)'도 크게 주목 받았다.

◇실험성 돋보인 국악

국악계에서는 실험성이 돋보인 두 작품이 크게 주목 받았다. 지난 4월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초연했고, 성원에 힘 입어 7개월 만인 11월 예술의전당에서 재연한 국립창극단 '패왕별희'는 경극과 창극의 시너지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제6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인 소리꾼 이자람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신작 '노인과 바다'를 선보이고 있다. 이자람이 각색, 작창한 판소리 '노인과 바다'는 11월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2019.11.2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제6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인 소리꾼 이자람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신작 '노인과 바다'를 선보이고 있다. 이자람이 각색, 작창한 판소리 '노인과 바다'는 11월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한다. 2019.11.25. [email protected]
'패왕별희'는 중국인들에게 널리 잘 알려진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 우리 소리를 입고 국립창극단의 신작 창극 '패왕별희'로 재탄생했다. 청각과 시각의 공조가 뛰어난 '공감각적 심상'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왕별희'에서 작창·음악감독을 맡았던 소리꾼 이자람이 두산아트센터와 함께 3년 만인 지난달 내놓은 판소리 '노인과 바다'도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판소리로 옮긴 작품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도 삶은 계속된다는 '작은 기적'을 판소리로 보여줬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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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공연계 결산]클래식·무용·국악 거센 여풍…필름콘서트도 성황

기사등록 2019/12/20 15:08:0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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