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털웃음 짓던 큰형님 같은 경영인"…구자경 LG 명예회장 영면(종합)

기사등록 2019/12/17 10:21:07

최종수정 2019/12/18 10:27:18

향년 94세…25년간 '글로벌 LG'로 도약 이끈 주역

17일 오전 비공개 발인…별도 영결식 없이 진행해

고인 뜻 따라 간소했던 장례…총 문상객 200명 수준

이문호 이사장, 추도사 통해 "존경하고 사랑한 큰 별"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25년생인 구 명예회장은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첫째 아들로, 1970년부터 25년간 그룹의 2대 회장을 지냈다. (사진=LG 제공) 2019.12.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25년생인 구 명예회장은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첫째 아들로, 1970년부터 25년간 그룹의 2대 회장을 지냈다. (사진=LG 제공) 2019.12.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지난 14일 향년 94세를 일기로 별세한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가족과 친지들의 배웅 속에서 영면했다. 생전 소탈한 성정으로 존경받았던 구 명예회장의 마지막 길은 그가 걸어온 삶처럼 간소했다.

17일 오전 8시 서울 시내 모 병원에서는 구 명예회장의 비공개 발인이 진행됐다.

발인식은 대형 가림막으로 내부를 볼 수 없게 한 빈소 내에서 직계 가족과 친인척만 모인 가운데 시작됐다. 별도의 영결식은 없이 약 30분 간 진행됐다.

발인식에는 직계 가족을 포함해 범(汎) LG가인 LS그룹, GS그룹의 주요 일원 등 총 100여명이 참석했다.

구 명예회장의 자녀 등 유가족 외에도 구자열 LS 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 허창수 GS 명예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허승조 태광그룹 일주 학술문화재단 이사장 등 범(汎) LG가의 주요 기업인들이 자리했다.

권영수 (주)LG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LG 계열사 사장들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서울 시내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 2019.12.15. (사진=LG그룹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서울 시내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 2019.12.15. (사진=LG그룹 제공)  [email protected]

발인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추도사, 헌화 순으로 이어졌다. 추도사는 고인과 인연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문호 LG공익재단 이사장이 맡았다.

이 이사장은 추도사를 통해 늘 현장을 찾고 소탈했던 고인을 떠올렸다. 이 이사장은 "회장님은 곧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를 쓰신 분이요, LG의 역사였다"며 "LG의 20만 임직원이 가슴에 새기고 있는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와 '인간 존중의 경영'이 바로 회장님의 경영사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LG 회장으로 계실 때에는 공장과 연구 현장에 가시기를 즐기시고 현장의 사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말씀하시며 너털웃음을 나누시던 큰형님 같은 경영인이셨다"며 "회장님은 우리 모두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큰 별이셨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상남(上南) 구자경 명예회장님!"이라고 외친 후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추도사 이후 헌화는 구 명예회장의 아들 내외, 딸 내외, 직계 손주, 그 밖의 구씨·허씨 친척들 순으로 진행됐다.직계 가족을 제외한 조문객들은 8시17분쯤 먼저 빈소를 빠져나갔다.

약 10분 후에는 구 명예회장의 유가족들이 줄지어 빈소에서 나왔다. 고인의 영정은 친손자의 손에 들려 병원 3층에서 운구 차량이 있는 1층으로 이동했다.

구 명예회장의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삼남 구본준 전 LG 부회장, 손자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뒤따랐다.

오전 8시30분께 구 명예회장이 안치된 운구 차량은 화장 장소로 떠났다. 이후 유족들은 화장 장소를 들른 이후 장지에 향한다.

[서울=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상주인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배웅을 받으며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혜경 기자) 2019.12.15.
[서울=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상주인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배웅을 받으며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혜경 기자) 2019.12.15.


앞서 지난 14일부터 이어진 4일장은 통상적인 '재계 거목'의 장례와는 거리가 멀게 조용하고 간소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유족들은 삼부요인인 대통령, 국회의장, 국무총리의 조화와 직계 가족, 임직원이 보낸 조화 외에는 모두 돌려보냈다.

조문객 또한 LG 측에서 미리 조문 순서를 정해 15일에는 옛 LG그룹 임원들, 16일에는 현 LG그룹 임원들을 중심으로 받았다.

지난 15일에는 고인과 함께 근무했던 김쌍수 전 LG전자 부회장, 노기호 전 LG화학 사장, 김철오 전 서브원 사장, 유철호 전 LG화학 고문 등 옛 임원들이 다녀갔다.

16일에는 권봉석 LG전자 사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LG 계열사 사장단 30여명도 전날 빈소를 찾았다. 현업을 떠난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한상범 LGD 대표이사 부회장 등도 같은날 조문을 왔다.

친인척과 전·현직 임직원 외에는 LG그룹과 인연이 깊은 주요 인사들만 발걸음했다.

LG그룹과 사돈 관계인 삼성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 정계 인사도 다녀갔다.

장례 기간 유가족을 제외한 외부 문상객 수는 총 200명 정도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25년생인 구 명예회장은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첫째 아들로, 1970년부터 25년간 그룹의 2대 회장을 지냈다. 구 명예회장의 장례는 이날부터 서울 시내 모 병원에 가족장 형태로 치러진다. 발인 날짜, 장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1985년 금성정밀(현 LG이노텍) 광주공장 준공식서 공장 둘러보는 구자경 회장. (사진=LG 제공) 2019.12.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25년생인 구 명예회장은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첫째 아들로, 1970년부터 25년간 그룹의 2대 회장을 지냈다. 구 명예회장의 장례는 이날부터 서울 시내 모 병원에 가족장 형태로 치러진다. 발인 날짜, 장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1985년 금성정밀(현 LG이노텍) 광주공장 준공식서 공장 둘러보는 구자경 회장. (사진=LG 제공) 2019.12.14. [email protected]

구 명예회장은 생전에도 허례허식 없는 간소한 삶을 살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생전 허름한 식당에서 비빔밥을 즐기던 고인의 소탈한 면모를 언급하며 추모하기도 했다.

고인은 1970년부터 25년 간 그룹의 2대 회장을 지내며 회사의 비약적인 성장을 견인했지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소탈하고 겸손의 경영 방식을 고집했다고 한다.

그가 2대 회장에 오른 이후 LG는 주력사업인 화학과 전자 부문을 부품소재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며 원천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이뤄 현재의 LG의 모습을 갖출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

구 명예회장의 재임 기간 동안 LG의 매출은 260억원에서 30조원대로 성장했고, 종업원도 2만명에서 10만명으로 뛰었다. 70세가 되던 1995년에는 회장 자리를 넘기며 재계 첫 '무고(無故) 승계'라는 의미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철저하게 평범한 자연인으로서 삶을 살았다는 평가다. 은퇴 후에도 충남 천안시 성환에 위치한 연암대학교 농장에 머물면서 버섯연구에 몰두하는 등 일체의 허례와 허식 없이 간소한 삶을 즐기며 그야말로 '자연인'으로서 여생을 보냈다.

유족으로는 장녀 구훤미씨,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삼남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 차녀 구미정씨, 사남 구본식 LT그룹 회장 등이 있다. 장남인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5월, 부인 하정임 여사는 2008년 1월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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