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거미가 친 '거미집' 예술품으로 승화
먼지 소리까지 잡아낸 작품 '콘서트' 압권...기후변화·환경문제 경고
"지구엔 인간외 다른 종과 함께 살고 있다" 메시지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서 첫 전시 12월 8일까지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거미줄에 걸려든 그는 1973년 아르헨티나 투쿠만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농업협동조합에서 일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공산주의' 의미를 지닌 '협동' 단어 때문에 아버지는 공산주의자로 의심 받았다. 부모는 유럽으로 망명, 이탈리아 베니스 근처에서 11년간 살았다. 이국땅에서 어린시절 맞닥뜨리건 거미였다. 몇백 년 된 집 다락방에는 수많은 거미가 드글거렸다.
그때 그는 "과연 이 집의 진짜 주인이 누구일까?"를 상상했다.
이 생각은 지금의 그를 만들어냈다. 거미와 함께 거미집을 만드는 '스파이더+맨' 설치 미술가로 급부상한 토마스 사라세노 작가다.
자신은 손 하나 안대고 거미가 만들어낸 '거미줄'을 전시장에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그 유명한 '거미 작업'을 들고 서울에 왔다.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 개막일인 30일 서울에 온 그를 전시장에서 만났다. 당초 '내한 하지 않는다'는 공지와 달리 이날 베를린에서 1박2일 일정으로 날아왔다.
다음날 바로 스페인 마드리드로 간다는 그에게 너무 짧은 일정이지 않냐고 하자 "이렇게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좋긴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탄소 배출에 기여를 해야 되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마음이 개운치 않다"고 했다.
그때 그는 "과연 이 집의 진짜 주인이 누구일까?"를 상상했다.
이 생각은 지금의 그를 만들어냈다. 거미와 함께 거미집을 만드는 '스파이더+맨' 설치 미술가로 급부상한 토마스 사라세노 작가다.
자신은 손 하나 안대고 거미가 만들어낸 '거미줄'을 전시장에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그 유명한 '거미 작업'을 들고 서울에 왔다.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 개막일인 30일 서울에 온 그를 전시장에서 만났다. 당초 '내한 하지 않는다'는 공지와 달리 이날 베를린에서 1박2일 일정으로 날아왔다.
다음날 바로 스페인 마드리드로 간다는 그에게 너무 짧은 일정이지 않냐고 하자 "이렇게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좋긴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탄소 배출에 기여를 해야 되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마음이 개운치 않다"고 했다.
거미와 함께 하면서 자연환경주의자가 됐다. 그의 스튜디오는 작업을 하면서 늘 이렇게 하면 얼마나 쓰레기가 나오는지, 환경오염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살피는 일이 생활화가 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시에 직접 비행기를 타고 오지않아도 되는 웹(아라크노만시)을 개발한 이유"라고 했고, 또한 "설치미술품들을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옮길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있다"며 환경의 예술적 실천가로 진지함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전시장에도 오지않는 거만한 아티스트라고 받아들일까봐 비행기를 타고 왔다"며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궁금해했다.
그는 "나의 작품은 정말 예전에는 세상에서 간과했던 작은 아름다움을 인지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거미집을 전시장에 내놓은 건 "실험적인 작업"이라고 했다. "거미줄(집)이 예술이냐 아니냐"는 물음도 있지만 "이러한 작품으로 미술사적 구분을 짓는 선을 왔다 갔다 하는 경계의 자유도 흥미롭다"고 했다.
'스파이더+맨'으로서 그는 거미를 협력가로 칭했다. "내가 거미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는게 아니고 오히려 그들이 나와 함께 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의 스튜디오에는 거미가 대략 120~150마리가 함께 한다고 했다.
작가의 거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거미줄의 추상적인 3차원 구조를 우주, 공동생활, 사회성, 생존 등의 이슈와 연루된 하나의 징후로 해석하면서 시작했다. 그는 거미망의 모티브와 모델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인공적인 환경에서 거미를 키우는 실험을 진행했다. 거미와 관련된 그의 대표 프로젝트는 거미망 전문가들의 학제 간 네트워크인 ‘아라크노필리아(http://arachnophilia.net/)’다. 이곳에서는 수많은 거미망의 유형을 보관하고, 스캔해 디지털로 아카이브하고 있다.그저 작업에 ‘활용’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거미망의 멸종에 대항하는 생태학적 보관소로 발전 중이다.
그는 "거미 종은 1억6천년이상 살아있었기 때문에 나보다 지구에 대해 알거라 생각한다"면서 "거미가 나한테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토마스야 너는 지구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자신을 “사라세노는 행성 지구 그 너머에 살며 작업한다”고 표현한다.
그렇게 행성 지구 그 너머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작은 종, 거미를 주인공을 내세워 작업하게 만든 작품 '콘서트'는 압권이다.
갤러리현대 전시장 2층 검은 커텐을 헤치고 칠흑같은 어두운 공간을 조심조심 들어가면 상상도 못한 작품이 펼쳐져 있다. 다이아몬드꼴로 친 하얀 거미집이 공중에 둥실 떠 있다.
한줄기 빛속에 드러난 거미줄은 의외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인간들의 호기심을 빨아들인다.
"휴대폰이나 조명을 먼저 보지 말고 어둠에서 익숙해져라"
더듬 더듬 눈을 밝히자 작가가 말했다. "이제 거미줄을 보면 먼지의 움직임까지 느낄 수 있다"면서 "이 작품은 이 세상에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가 같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얀 거미줄을 비춘 한줄기 빛은 벽면에 둥근 보름달이 되어 거미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빛줄기를 따라잡는 건 보석처럼 반짝이는 먼지 입자들. 숨막히는 고요함속 갑자기 딩동동동동 소리가 울려퍼진다. 먼지의 움직임이 잡혔다는 신호다.
"먼지의 진동 주파수와 거미망에 있는 거미가 움직이는 진동이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호작용이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는 것 같아 작품 제목이 '콘서트'로 지었다고 한다. 현재 작품에 앉아있는 거미는 우리나라에서 공수된 무당거미다. 다른 종의 거미 2~3마리가 일주일에서 4주, 길게는 8주에 걸쳐 만든 거미줄은 층층이 방사형으로 퍼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내, 알지못할 경계심을 사그라들게 한다. 꺼름칙한 고정관념을 슬쩍 흔들리게도 한다. 인간이 구현못할 하이브리드 건축물로 인식된다.
이 정도 생각까지 도달하면 그가 거미와 만든 작업은 성공한 셈이다. 그의 작품 세계 핵심 키워드는 ‘공생’. 그는 오늘의 환경과 기후 문제를 고민하며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거미의 시점으로 세상을 본다는게 큰 차이다.
자연세계으로 관점이 바뀐 건 동양사상이 탑재된 덕분이다. 불교에 관심이 많고 하루 2번 명상을 한다고 했다.
"명상을 하면서 햇살 한 줄기에도 새로운 시각이 펼쳐진다는 것을 느꼈다. 불균형과 관계를 확장하는 아름다움을 전파하는데 내 작품이 이바지 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큰 꿈을 갖고 있는 것보다 내 자신부터 수행을 해야겠다는 관점에서 작업하다보니 이런 작품이 나왔다"
"거미가 되고 싶지만" 실은 거미보다 거미줄, 그러니까 "거미줄의 창작물에 관심이 더 많다."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연구된 거미줄들은 유명한 과학연구지에도 등록됐다. "이런 연구들은 거미만 연구했던 과학계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레퍼런스가 되기도 한다"면서 "그래서 거미줄의 연구가 더 신기했다. 이를 통해 정보의 영역이 조금 더 확대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예술가로서 과학자같다는 소리를 듣지만 그는 "내가 과학자라면 파리 협약이라던지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있는 강대국의 상황을 보면 참담할 것 같다"며 "이러한 상황속에서 예술로서 작품을 통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세상을 바꾼다면 작가로서 성공한 것이 아닌가"라고 여긴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종과 조화롭게 살기위해서는 큰 변화가 필요한 시급한 때다. 이러한 긴밀한 관계성에 대해 계속 질문을 하는 자세를 통해서 세상의 새로운 정보, 또 그 정보를 새롭게 해석하는 방법을 만들어 낼수 있지 않을까요?"
먼지를 소리로 잡아낸 이유도 "지구상에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장치다.
"먼지라는 것. 목소리가 없는 존재들이 어떤 소리를 낼까에 대해 생각을 한 건" 환경오염과 맞닿아 있다. "지구상에서 매 순간 아홉명의 사람들이 공중의 질에 따라서 기관지 문제로 죽는 사람이 있다는데, 먼지가 우리의 움직임이나 숨(호흡)에 따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시각을 바꾸게 하고 싶었다."
어릴적부터 거미줄의 아름다움에 빠졌다는 그는 "거미를 해충으로 박멸시키는 인식을 내 작품이 바꾸게 하고 있다"며 "진짜 보니 아름답지 않은가"라며 반문했다.
1박2일도 못자랄 정도로 거미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그는 분명 "이 곳 어딘가에도 거미줄이 있을 것"이라며 창고문을 열다 흥분하며 소리쳤다. "아, 여기 거미줄이 3개나 있다."
금방 거미줄을 찾아낸 반가움이어서인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거미줄을 갤러리 정중앙에 내놓고 '너희들이 아티스트야'라고 기회를 준다면"이라고 하다가 "거미들이 받아들일지 모르지만"이라며 거미의 시선으로 말했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도 있고 비좁은 창고로 다시 들어가 숨을 수도 있다"면서 "거미줄을 봤을때 치우려고만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그가 다시 거미가 된 듯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여러 생태계가 파괴되고 멸종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먼지라는 것은 생명의 초기 단계다. 또 거미줄은 인간과 긴밀하게 연결된 웹상태로 이해할 수 있다. 다음부터는 거미줄을 봤을때 집착하면서 청소하지 말고 함께 공존하는 것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거미줄을 예술로 승화시킨건 건축가 이력도 한몫한다. 원래는 건축학도였다.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교 건축과에 입학해 건축을 공부하고, 건축 회사에서 근무했다.
1999년 미술을 복수 전공하기 위해 다시 학교에 진학, 200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에서 유학했다. 예술가 토마스 바렐(Thomas Bayrle)과 벤 판베르컬(Ben van Berkel), 건축가 피터 쿡(Peter Cook)에게 수학한 그는 2002년 베니스건축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소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03~2004년 이탈리아 베니스 IUAV(Design and Production of Visual Arts)에서 공부하면서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와 세계적인 설치미술작가 올라퍼 엘리아슨과 만나면서 환경문제에 대해 사고가 확장됐다.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거미줄처럼 미세하고 복잡한 구조를 지닌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이면서 이름세를 알렸다. 칼더 프라이즈를 수상한 후 2011년부터 국제무대의 새로운 스타로 도약했다. 2012년 미국 MIT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한 첫 미술가로도 기록되어 있다. 비선형 형태의 모듈 구조물 하이브리드 건축 공간인 '공중정원' 작가로 유명하다.
거미줄에 대해 길게 이야기했지만, 이번 전시에는 그의 지구에 대한 인류의 윤리적 태도에 관한 매우 급진적인 개념이 담겼다.
지하 전시장은 사라세노의 건축적 실체를 경험하는 장이다. 건축가로 훈련받은 그는 20세기 건축의 경계를 허문 위대한 실험자의 계보를 자신의 작품에 빠르게 흡수시켰다.
하늘에 떠다니는 주거 형태는 어떤 모습을까? 국가의 경계와 지역의 한계를 벗어난 초국가적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은 스파이더맨이 쏘아올린 듯한 공중 도시 풍경을 선사한다.
전시장 양 벽면을 감싼 월페이퍼 작품 'Seoul cloud Cities'는 제목처럼, 서울의 익숙한 풍경과 작가가 오랫동안 지속해온 연구 프로젝트 '클라우드 시티즈'를 결합한 장소 특정적 작품이다. 대안적인 형태의 도시성(urbanism)과 SF영화의 무대처럼 부유하는 거주지를 꿈꾸는 작가의 도전을 시각화한 연작이다.
남산타워, 롯데타워, 63빌딩 등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적 건축물과 수많은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서울의 풍경위로 사라세노가 꿈꾸는 ‘구름 도시들’의 모습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가상 이미지가 중첩되어 있다.
거미에서 인간으로, 먼지에서 구름으로, 구름에서 도시로, 빛에서 어둠으로, 지구에서 우주로...
건축, 환경학, 천체, 물리학 열역학, 생명과학, 항공엔지니어등을 가로지르는 그의 작업세계는 미래적인 예술가의 면모를 보인다. 과연 '인류세' 이후에 동시대의 예술은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토마스 사라세노의 개인전에서 느껴볼 수 있다. 전시는 12월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