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법, 英의회 첫 관문 넘을까…연기 여부 곧 윤곽

기사등록 2019/10/22 22:40:33

하원, 이날 '탈퇴협정법' 2차 독회·신속처리 계획안 표결

부결되면 이달말 브렉시트 무산 유력...EU 연기 판단 주목

승인 시 브렉시트 속도...야권 수정안 여전히 변수

【런던=AP/뉴시스】 15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국 런던 다우닝 10번가 총리관저를 떠나고 있다. 2019.10.15.
【런던=AP/뉴시스】 15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국 런던 다우닝 10번가 총리관저를 떠나고 있다. 2019.10.15.
【런던=뉴시스】이지예 기자 = 영국 정부가 마련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행법이 22일(현지시간) 의회 첫 관문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회 표결 결과에 따라 브렉시트 연기 여부가 곧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 하원, EU탈퇴법 2차 독회·신속처리 계획안 표결
 
영국 하원은 정부가 상정한 '탈퇴 협정 법안'(WAB. Withdrawal Agreement Bill)에 대해 이날 오후 2차 독회를 실시한 뒤 법안의 전반적 취지에 대해 의원들의 찬반을 묻는 표결을 진행한다.
 
하원은 제2독회 직후 법안의 의사일정 계획안 역시 표결에 부친다. 정부는 22일부터 사흘 내 WAB의 하원 통과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후 상원 절차와 여왕 재가를 신속히 거쳐 연기 없이 31일 브렉시트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과 EU는 지난주 새 브렉시트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영국 의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영국 하원이 지난 19일 EU 탈퇴 이행을 위한 영국 내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합의안 승인을 보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의회 강제에 따라 이달 31일 예정된 브렉시트를 내년 1월31일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어쩔수 없이 EU에 보냈다. 그는 어떻게든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이행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영국 정부는 21일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브렉시트 합의안 재표결마저 불허하자 의회가 내건 조건대로 이행법을 제정하기 위해 곧바로 WAB를 공개하고 하원 1차 독회(법안 내용 최초 공개) 절차를 밟았다.
 
◇ 부결 시 이달말 브렉시트 어려워져
 
22일 실시될 2차 독회는 의원들이 법안의 핵심 원칙에 관해 토론하고 찬반 표결을 하는 자리다. 현지 언론들은 야권이 추후 단계에서의 법안 수정을 노리는 만큼 WAB가 2차 독회를 통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최대 관심사는 WAB 의사일정 계획안에 대한 표결이다. 전날 정부가 24일까지 하원 절차를 끝낸다는 일정을 발표하자 일부 의원들은 110쪽 분량의 복잡한 안건을 사흘만에 심사하는 건 무리라고 크게 반발했다.
 
의사일정 계획안이 부결되면 존슨 총리의 이달말 브렉시트 계획은 끝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하원은 정부가 설정한 사흘 일정과 관계 없이 수주에 걸쳐 WAB를 둘러싼 토론을 할 수 있다.
 
관건은 EU가 브렉시트 연기를 또 다시 허용할 지다. 일부 정상들은 추가 연기에 대해 회의감을 표하긴 했지만 EU가 질서정연한 브렉시트를 강조해 온 만큼 이번에도 연기를 승인할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집행위원회 상임의장은 22일 영국 의회 결정을 고려해 수일 내 결정을 내리겠다며 연기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에 따라 이날 영국 하원이 WAB 신속처리를 거부할 경우 EU도 연기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연기를 허용할 경우 EU가 WAB 의회 처리를 위한 단기적 연장만을 허용할 수도, 영국의 조기 총선과 제2 국민투표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3개월 이상의 장기적 연기를 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원이 신속처리를 거부하고 EU마저 브렉시트 연기를 거부하면 영국은 최악의 상황에 빠진다. 이 같은 여건에서 의회가 31일이 오기 전 WAB 승인을 서두르지 않으면 영국은 노딜(합의 없는) 브렉시트를 무릅써야 한다.
【런던=AP/뉴시스】 19일(현지시간) 런던 의회에서 하원 의원들을 향해 연설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2019.10.21.
【런던=AP/뉴시스】 19일(현지시간) 런던 의회에서 하원 의원들을 향해 연설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2019.10.21.
◇ 승인 시 브렉시트 속도…야권 수정안 변수

하원이 이날 2차 독회와 신속처리 의사일정 계획안을 정부 방침대로 통과시킨다면 존슨 총리의 이달말 브렉시트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차 독회를 통과한 법안은 소관 위원회와 본회의 심의 절차를 연이어 밟아야 한다. 하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WAB를 특정 위원회가 아닌 '총 하원 위원회'에 맡겨 의원 전체의 합동 심의를 받게 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은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수정안을 제시한다. 이어 신속처리 의사일정 마지막날인 24일 3차 독회를 열어 법안 최종안을 표결에 부친다. WAB가 2차 독회를 무사히 통과해도 정부가 방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탈퇴하도록 했다. 다만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댄 영국령 북아일랜드는 정치경제적 혼란을 막기 위해 영국 관세 체계 안에서 EU 규정을 따르도록 했다.

야권에서는 EU 관세동맹 잔류와 2차 국민투표 추진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표결에 부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EU 관세동맹 잔류안은 정부의 강경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의원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원에서 WAB 원안과 상이한 내용의 수정안이 가결되면 영국 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존슨 총리는 수정안을 받아들이거나 아예 WAB 입법을 철회할 수 있다.

EU가 영국의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승인하다고 가정할 때 두 가지 경우 모두 장기적인 브렉시트 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EU가 추가 연기를 불허하면 영국은 31일 노딜 브렉시트로 내몰린다.

EU 승인 아래 영국 하원에서의 WAB 통과 무산으로 브렉시트가 연기되면 영국 정치권에서는 조기 총선을 추진하는 안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원에서 WAB 원안이 신속한 승인을 받고 수정안들이 부결된다면 브렉시트는 예정대로 31일 실시된다. 원안 승인이 다소 지연된다면 EU의 판단에 따라 단기적으로 브렉시트가 연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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