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민주화운동 정신피해 배상 안돼"…헌재결정 제동

기사등록 2019/10/11 14:07:35

"헌재 결정이 법원 판단 기속 안 해"

【서울=뉴시스】정윤아 기자 = '민주화운동 피해자가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권순호 부장판사는 김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이 결여돼 본안 심리자체를 거절하는 것이다.

김씨는 긴급조치 9호 위반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2013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았다. 그는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지만 이와 별개로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는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민주화운동보상법상 보상금을 받았다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협력 사례'로 평가됐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해 8월 민주화운동보상법상의 화해 간주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고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김씨는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권 부장판사는 "헌재 결정은 이 사건 법률 조항의 일부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적 손해 외에 정신적 손해가 포함되는지 여부를 단순히 법률조항 일부의 위헌 여부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재 결정의 실질은 종래의 이른바 한정위헌결정과 완전히 동일하고 이런 방식으로 모든 법률해석의 문제는 법률조항 일부의 위헌 문제로 취급될 수 있다"며 "따라서 위와 같은 결정이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의한 위헌결정으로 허용된다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권 부장판사는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중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적 손해 외에 정신적 손해가 포함되는지 여부는 법률해석의 문제일 뿐"이라며 "그 판단은 법원의 권한에 속하고 위 헌재의 결정은 법원의 판단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정위헌은 헌재가 동일한 법조항을 놓고 '만약 이렇게 해석한다면'이란 전제 아래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법원은 법률 해석은 사법부의 고유 영역이라고 보고 헌재의 한정 위헌 결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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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10/11 14:07:3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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