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내가 보고 있는 것, 보고 싶은 것, 볼 수 없는 어떤 것을 그린다. 눈을 통해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많은 어떤 것을 손을 통해 판단한다."
연필 드로잉 작가차영석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 서울 여의도 63아트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주목받은 차영석은 '연필 드로잉'도 '또하나의 회화'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필과 금색 펜을 이용해 세밀하게 일상속 사물과 풍경을 그려낸다. 마치 오랜 시간을 그린 듯한 모습을 띠고 있는 그의 작품 속 사물들은 단순한 형태들로 이루어 진 듯 하지만 그 속은 알 수 없이 복잡하며 세밀한 패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작가는 대상을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습관’ 적인 행위를 통한 작업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며, 그려진 내부의 제 각기 다른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화면 안으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 세밀한 관찰을 유도한다. 그의 이러한 ‘습관’ 적인 행위는 작품 속에 독특한 형태와 리듬감으로 나타나게 되고, 그 결과는 무의식적인 ‘망각’ 에 의한 행위만이 남아 우리 앞에 하나의 새로운 이미지로 등장한다.
"그 어떤 것은 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나의 감각하는 손을 통해 좀 더 세밀하고, 정확하게 볼 수 있다. 나의 감각하는 손은 많은 것을 모아놓기도 하고, 흩트려 놓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고 때로는 망각에 빠져버리기도 하지만 습관처럼 그 어떤 것을 그리는 과정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은밀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나의 감각하는 손은 매일매일 ‘성실한 감각’으로 아주 오랜 시간 우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서 모든 작품은 '우아한 노력'이 제목으로 달려있다. '63아트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이화익갤러리에서 미친듯 꼼꼼하고 세밀하게 그림과 달리, '성실한 감각'을 타이틀로 작가의 초기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총 109점의 드로잉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매일 매일 성실하게 작업하는 드로잉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려준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