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번 스타는 영원한 스타다. 죽어도 죽지 않고 살아난다. 불멸은 신화를 업데이트 한다.
그가 그랬다. 8년만에 다시 살아나 존재감을 강렬하게 알렸다.
무대에 오른 '소'는 거침없이 질주했다. 얼굴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어깨를 세운채 노려보듯 돌진하는 기세가 맹렬했다.
5000만원씩 뛰다 1억으로 달렸다 18억에서, 45억 46억, 47억, 47억!. 탕탕탕~ '봉지 그대로 끓는 물에 퐁당, 3분이면 끝' 3분 카레처럼 그 '소'는 그렇게 부활했다.
2018년 3월 7일 서울옥션 147회 경매에서 이중섭(1916~1956) '소'는 3분만에 '47억' 신화를 썼다. 박수근 최고가 '빨래터'(45억2000만원)도 누르고 단박에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가 2위 자리에 올랐다. 당시 국내 최고 낙찰가(65억)를 1위부터 6위까지 보유한 '김환기 천하' 자리도 흔들며 '김환기 대항마'라는 분석도 나왔다.
8년만에 다시 저력을 보인 '황소'는 35억6000만원짜리였다. 2010년 6월 서울옥션 117회 경매에서 낙찰돼 '이중섭 최고가'로 주목받은 그 '소'다.
최고가를 경신하며 화제가 됐지만 '황소'가 나온 배경은 알고보면 쓸쓸하다.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의 소장품이었다. 안 회장은 '이중섭 소 그림' 최고 컬렉터다. 27년전 영업사원 시절, 비를 피하던 처마밑에서 운명처럼 '소'를 만나면서 이중섭 마니아가 됐다. 힘들었던 생활, 유리문 안으로 보이는 '황소' 그림은 위안과 희망으로 다가왔다. '언젠가 돈을 벌면 저 그림을 사야지' 그 소망은 이루어졌다. 2010년 35억6000만원 낙찰 최고가 기록을 안 회장이 쏘아올린 것. 이후 서울미술관을 지어 이중섭 '황소'를 위대하게 모셨다. 하지만 미술관 운영은 적자가 계속 됐다. 빛이었던 '황소'를 내놓을수밖에 없는 현실. 그렇게 나온 '소'는 47억에 낙찰되며, 극진 대접한 안 회장에게 8년 보상의 댓가로 12억원을 안겼다.
'47억짜리 소'가 된 건 '이중섭 소 그림의 희소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격동적인 붓질이 압권인 이중섭의 '소' 그림은 현재 9점 남아 있는데 이 중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경매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은 아주 적다는 것. 47억 '황소'이 후 탄력을 받은 '이중섭의 소'는 '싸우는 소'가 그해 5월, 9억원에 나와 14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이중섭은 소가 힘이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소를 통하여 한국적 미학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다. 우리 민족 수난의 역사와 가난의 역사가 함축되어 있다. 해부학적 이해와 엄밀한 데생 실력이 돋보이는 '소'는 고통·절망·분노, 희망과 의지, 힘을 상징한다. 그림은 대개 종이에 그렸고, 물감이 부족해 화이트 물감에 공업용 안료인 페인트를 섞어 작업했다. 쉽게 마르는 페인트의 속성과 물감이 스며드는 종이의 특성으로 우글거림이 육안으로도 보인다. 그래서 일필휘지의 빠른 붓놀림이 절실했는지도 모른다.
2005년 위작 논란으로 거래가 한때 중단됐지만, 이중섭 작품 가격은 호당 2억원까지 치솟은 '국민 화가'다.
'살아있네 이중섭'을 증명했지만 지난 5년간 낙찰총액에서 박수근(6위)에 밀렸다. 이중섭은 지난 5년간 50점이 거래되어 34점 팔렸다. 111억원 낙찰총액으로 8위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옥션·케이옥션등 국내 미술품경매사 10여곳에서 거래한 낙찰가를 분석한 결과다. 이같은 내용은 뉴시스가 국내 언론 최초로 개발한 작품가격 사이트인 'K-Artprice(k-artprice.newsi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 현재까지 팔린 123점중 이중섭의 최고가 TOP 10를 집계했다. (그래픽 참고)
▲2. 이중섭 싸우는 소종이에 에나멜27.5×39.6cm,14억5000만원 서울옥션2018.05.02
▲3. 이중섭 호박꽃1954~55종이에 유채62×98cm, 13억5000만원 서울옥션2016.09.27
▲4. 이중섭 아버지와 장난치는 두 아들1952~53종이에 유채31×48.5cm, 5억5000만원 서울옥션2017.06.28
▲5. 이중섭 무제(양면)종이에 유채35×25cm(외1ea), 3억8000만원. 서울옥션2018.03.07
▲6. 이중섭 돌아오지 않는 강1956종이에 혼합재료(펜, 색연필, 유채)18.6×14.5cm(2ea),3억 서울옥션2019.03.12
▲7. 이중섭 노란 태양과 가족1955혼합재료 14.5×13.5cm, 3억.서울옥션2017.12.13
▲8. 이중섭 큰 게와 아이들/닭과 게1950년대종이에 유채, 종이에 펜, 채색25.7×36cm,2억6000만원, K옥션2018.03.21
▲9. 이중섭 두아이와 비둘기 종이에 크레용, 연필20.5×14.9cm, 2억5000만원, 서울옥션2017.03.07
▲10. 이중섭 사계종이에 연필, 유채19.8×24cm, 2억1000만원, 서울옥션 온라인2018.12.14
★이중섭 관전 포인트: 이중섭의 스테디셀러 인기 소재는 '소'시리즈와 '아이들' 시리즈다. 단연 최고가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소' 시리즈를 가장 주목할 만하다. '소'는 작품 크기와 상관없이 강세다. 47억 '소'가 28.2×45.3cm인데, 3위인 '호박꽃'은 62×98cm이지만 13억5000만원이다.
같은 크기와 기법에도 순위별 낙찰가 격차가 심하다. 1위(47억) vs 2위(14억5000만원)= 3배 이상, 또 1위(47억) vs 10위(2억1000)= 22배 넘게 차이가 난다. 10순위 모든 작품들은 불과 2년 내외에 낙찰된 작품들로, 2005년 위작 논란 이후 숨죽였던 작품들이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작품의 바탕재가 캔버스나 종이 여부도 가격에 영향은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후 이후 당시엔 캔버스 자체를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하드보드지(두꺼운 종이)에 그린 유채가 많다. 이는 캔버스 작품과 거의 동일하게 여겨진다. 최고가 1~10위 모든 작품의 바탕재가 실제로 종이다. 때문에 이중섭 그림 20호 이상은 대작에 속한다.
대표 소재는 '소'시리즈와 '아이들' 시리즈가 쌍벽을 이루는데, 그의 가난한 생활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스토리텔링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난 시절 담배갑 은박지에 그린 아이 그림인 은지화는 상징성이 강해서 크기 대비 시장 선호도와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현재 이중섭 작품도 품귀 현상이 강해 양질의 작품이 시장에 나오는 사례가 드물다.
이중섭·박수근 화백의 ‘국내 최대 규모 위작 논란’이 12년만인 2017년 위작으로 최종 판정되면서다.
★103535= 서울 중랑구 망우동 공원묘지에 기록되어 있는 이중섭의 묘지 번호다. 무연고 행려병자로 떠나 화려한 비석이나 추모비 하나 없다. 103세 현역화가 김병기 화백이 평안남도 고향 친구로, 평양종로보통학교 6년 같은 반 단짝이었다. 행려병자로 세상을 떠난 이중섭의 시신을 수습한 이가 김 화백이다. 이중섭은 41세이던 1956년 9월 6일 오후 11시 45분, 서울 서대문 적십자 병원 311호에서 간장염으로 사망했다. 그의 유해는 망우동 공원묘지외에도 일본에 있는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일부, 그리고 절친한 친구였던 화가 박고석의 손에 들려 그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성북구 정릉 청수동 계곡에 일부 뿌려졌다. 평생 가난하게 살다 쓸쓸하게 돌아간 그는 죽은 후에야 '비싼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이중섭의 더욱 많은 작품 가격은 뉴시스가 국내 언론 최초로 개발한 작품가격 사이트인 'K-Artprice(k-artprice.newsi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시스가 (사)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MOU를 맺고 선보인 작품가격 사이트에는 국내 경매사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국내외 주요작가 200명의 작품가격을 제공한다. 작가당 5년간 거래 이력이 담긴 2만2400점의 가격을 한 눈에 파악 할 수 있다. 10만원에 거래된 이중섭의 황소 판화부터 김환기의 85억3000만원짜리 붉은 점화까지 작품가격이 총망라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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