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국내 통신3사에 광고비 떠넘긴 혐의
오는 25일 전원회의서 '동의의결' 개시여부 결정
공정위, 3년간 동의의결 받아들인 적 없어
변수는 미국의 '자국기업 지키기'…韓 부담 커져
【세종=뉴시스】위용성 기자 = 조성욱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다루게 될 사건은 글로벌 '공룡' 애플의 '갑질'건이 될 전망이다.
애플은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를 상대로 막강한 협상력을 발휘해 광고비 등을 떠넘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자국 기업을 겨눈 공정위의 칼에 미국 정부가 목소리를 내고 나서면서 공정위 입장에선 좀처럼 결론 내리기가 쉽지 않은 사건이다.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조 위원장은 오는 25일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해 심의안건으로 올라온 애플코리아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관련 사안을 다룰 예정이다. 전원회의는 공정위 실무 부서들이 조사한 사건을 심리해 과징금 규모나 검찰 고발 여부 등을 확정하는 절차로, 법원의 1심 재판에 해당한다.
이제껏 공정위는 세 차례 애플 건을 놓고 전원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지난 6월 애플이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심의가 잠시 중단됐다. 동의의결 제도란 공정위 제재가 내려지기 전 회사가 지적받은 문제에 대해 스스로 시정방안을 마련해 인정받는 제도다. 공정위가 시정안을 수용한다면 더 이상 위법 여부는 묻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킨다. 공정위는 다음 전원회의에서 애플의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할지 결정해야 한다.
동의의결이 수용된다면 애플은 일종의 '합의'와 같은 방식으로 공정위와의 기나긴 법리 다툼을 끝낼 수 있다.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과징금을 피하는 건 물론, 전 세계에서 한국 시장과 비슷하게 만들어둔 자사의 영업 전략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반대로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제재한다면 다른 나라 경쟁당국도 이를 선례로 삼아 애플의 광고비 전략 등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공정위의 동의의결 심의에는 여러 변수가 작용할 전망이다. 애플 측에서 피해자에 해당되는 통신3사에게 충분한 보상방안이나 향후 거래관행의 개선방안 등을 제출한다면 동의의결이 수용될 수 있다. 다만 공정위 입장에선 동의의결을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로 국회 등으로부터 '기업 봐주기'란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부담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이후 최근 약 3년간 동의의결을 단 한 차례도 받아들인 적이 없다.
한편 이번 사안은 애플과 공정위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져온 사건이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애플 조사에 착수, 지난해 전원회의에 해당 안건을 상정시킨 이후 양측은 치열한 싸움에 돌입했다. 특히 애플은 "대기업인 한국 통신3사를 대상으로 어떻게 갑질을 하느냐"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거래상 지위 남용'이라는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공정위로선 글로벌 기업인 애플에 대한 제재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공정위가 기업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는다"며 문제 삼고 나서면서 더욱 부담이 커졌다. 무역대표부는 이를 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협의 개시를 요구했고 지난 7월 양측이 만나 해당 사안을 논의했다. 이를 두고 관가는 물론 업계 등에서도 "사실상 미 정부가 퀄컴, 애플 등 자국 기업 지키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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