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롤터의 이란 유조선 방면에…英, 美·이란 사이 끼여 '난처'

기사등록 2019/08/16 10:29:58

英존슨, 친미 노선 확실


【테헤란=AP/뉴시스】이란에 나포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가 지난달 20일 이란의 반다르 아바스 항에 정박해 있는 사진.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19일 출구 해로로 거꾸로 항해했으며 어선과 충돌한 뒤 도망치려했다고 주장하며 영국의 유조선을 억류했다. 2019.8.16.
【테헤란=AP/뉴시스】이란에 나포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가 지난달 20일 이란의 반다르 아바스 항에 정박해 있는 사진.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19일 출구 해로로 거꾸로 항해했으며 어선과 충돌한 뒤 도망치려했다고 주장하며 영국의 유조선을 억류했다. 2019.8.16.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지난달 초 나포한 이란 유조선을 풀어준 가운데 이란과 미국 사이에 낀 영국 정부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고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지브롤터 당국은 이날 "나포한 이란의 유조선 그레이스 1호는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억류할 이유가 없다"며 즉각적 억류 해제를 승인했다. 같은 날 오전 미국 법무부는 "그레이스 1 호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혐의가 있다"며 억류를 지속할 것을 요구했으나 지브롤터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지난 7월4일 지브롤터 당국이 그레이스 1호를 압수했던 당시 미국 정부는 '환호'에 가까운 반응을 내놨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에 "훌륭한 소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지브롤터 당국은 성명을 통해 "EU의 대(對)시리아 제재를 어기고 이란산 원유를 실어 시리아로 향하던 그레이스 1호를 억류했다"며 "이 과정에서 영국 해병대의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브롤터의 이란 유조선 억류에 정작 쾌재를 부른 것은 미국이었다. 이를 빌미로 미국은 이란은 물론 시리아에 대한 압력을 더욱 강화했다.

영국은 측각 이란의 보복성 공격에 시달렸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19일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를 나포했다. 출구 해로로 거꾸로 항해했으며 어선과 충돌한 뒤 도망치려고 했다는 주장이다. 10일에도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서던 영국 유조선 '브리티시 헤리티지' 호를 위협했다.

자국의 유조선이 걸프 해협을 지나야만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 영국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이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하나는 프랑스와 독일이 주축이 돼 구성 중인 유럽 해병의 일원이 돼 걸프 해협 안보에 나서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이 추진 중인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에 가입하는 방법이다. 

이 사이 영국에 새로운 내각이 들어섰다.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는 반(反)EU 친(親)미라는 확실한 노선을 걷는다. 안보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일 영국을 방문한 볼턴 보좌관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존슨 총리가 센티넬 작전(호르무즈 해협 해상 방위 작전)의 참여에 동의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는 이들이 이전 정부와는 달라졌음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지난 주 존슨 총리와 볼턴 보좌관 사이의 대담에서 그레이스 1호와 관련된 문제가 제기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볼턴 보좌관이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쨋든 영국은 미국과 이란의 경제적 압박 문제에 휘말리게 되었다"며 제2의 이란 유조선 나포 사건이 벌어질 경우 양측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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