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배제' 피해 예측할 수 없어"
"전개 상황 따라 피해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어"
"日, 1120개 물자 수도꼭지처럼 잠그지는 못해"
"규제 우려로 시장 불안 증폭되는게 아베 노림수"
【서울=뉴시스】 안호균 홍지은 기자 =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의 우려 심리를 자극해 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키려는 의도라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분석이 나왔다.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등의 조치가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가능성은 낮지만 시장 심리가 위축돼 금융 불안 등이 나타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와 관련해 "마치 'IMF(외환위기)' 식의 금융 위기가 온다는 식의 기사는 정말로 가짜뉴스"라며 "특정 품목과 업종, 기업에 대한 과장(보도)에 대해서도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피해를 지금 예측하는 것은 할 수 없다"며 "양국이 어떤 전략으로 어떤 게임을 전개하느냐에 따라 피해가 달라진다. 코스트(비용)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 일본 기업도 코스트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 (일본이) 1120개(품목의) 수도꼭지를 한번에 잠글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게 오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전략 물자 1120개 품목 중 263개 품목은 화이트리스트 국가의 경우에도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민감 물자다. 현재도 건별 허가제가 적용되고 있다.
나머지 857개는 '비민감물자'다. 이 품목들은 기존 ‘일반포괄허가’가 적용되지는 않지만 ‘특별일반포괄허가’는 종전과 같이 적용된다. 특별일반포괄허가는 수출기업이 일본 정부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받아 수출 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여겨질 경우 개별허가를 면제하고 3년 단위의 포괄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일본 정부가 민감 물자에 대한 수출 심사를 강화하고 특별일반포괄허가제도를 지금보다 까다롭게 운용할 수는 있지만 모든 품목의 수출을 일시에 통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1300개 CP 기업 리스트를 잘 활용하면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오히려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한국에서 불안 심리가 과도하게 증폭되는 것이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의 노림수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원화 가치는 급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2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200원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는 장중 2% 이상 급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2년 5개월 만에 600선이 붕괴되는 등 증시 불안도 심화됐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제2의 IMF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금융 시장이 이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금융을 보복 수단으로 선택할 가능성은 낮으며, 수출 규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필요 이상으로 과장됐다는 설명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내부에서 가짜뉴스에 가까운 오보가 쏟아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의 불안감이 높아질 때 웃는 것은 아베 정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 1000개 이상의 수입 품목들 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들의 수입 현황도 직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산업은행, 기업은행,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일대일 상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 소재·부품 장비산업 관련 대책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을 모니터링하고 여러가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솔직하게 대화하면서 함께 협력할 부분을 논의할 것이고 그래야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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