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협회 '日수출규제 관련 현장 체감도' 조사 결과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일본이 지난 2일 최대 1190여개 품목에 대한 수출우대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시키는 초강경책을 내린 가운데, 관련 부품을 취급하는 벤처기업들이 국산화에 성공하더라도 납품할 곳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호소했다. 물건이 있어도 팔 곳이 없다는게 이들의 애로였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달 17~25일 관련 중소기업 335개사를 대상으로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들이 '판로'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고 4일 밝혔다. 정부가 소재·부품의 '국산화' 대책으로 내놨지만, 국산화에 성공한다고해도 판로가 생기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심층 인터뷰에 임한 기업들은 대다수가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다수였다. 이들은 일본으로부터 수입했던 부품·소재의 국산화가 이뤄진다해도 팔길이 없다면 기업은 결국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로봇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A사는 "정부가 소재와 부품을 국산화한다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를 납품할 곳이 없다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A사는 국내 중소기업이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서 품질관리와 양산 시스템을 빌미로 납품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회사는 과거 대기업으로부터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국내로 다시 우회 납품하는 방식을 권유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우리나라 국적의 기업으로는 대기업이 물건을 사주지 않으니, 미국 법인으로 우회하라는 기막힌 권유였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로봇부품을 생산하는 B사 역시 "장기적으로 국산화는 필수"라면서도 "하지만 연구개발(R&D)를 통해 좋은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도 국내 수요가 없다"고 호소했다.
B사 측은 "대기업에서는 일본 부품을 쓰도록 지정하고 있어 납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본부품을 수입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했다.
이 회사는 국내기업이 생산한 국산화 제품과 기술에 대해 정부가 강제성을 두고 납품 쿼터를 지정토록 해야한다는 주장도 제시했다. 국산화 기술과 제품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차원에서다.
B사에 따르면 일부 대기업에서는 일본 부품을 쓰도록 지정하고 있어 납품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일본 제품을 수입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련 업체 C사는 "국산화에는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실패한다면 중소기업으로서는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컨소시엄 형태로 묶어 일정 부분을 사용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국내 기술·제품에 대한 인식전환과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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