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장 참사' 30세 직원, 대피시키러 갔다가 같이 갇혀

기사등록 2019/07/31 17:42:36

빗물펌프장 저류시설 점검하던 중 고립돼

공사팀장 대행…작업자 2명 구하러 들어가

"현대건설 직원 상부보고 없이 터널 진입"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중부지방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린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작업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 소방관계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작업자 1명은 구조됐으나 사망했다. 2019.07.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중부지방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린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작업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 소방관계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작업자 1명은 구조됐으나 사망했다. 2019.07.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고가혜 기자 = 31일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서울 양천구 빗물펌프장에 근로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실종자 중 1명인 현대건설 직원 안모(30)씨가 먼저 들어간 2명에게 비를 알리기 위해 상부 보고 없이 터널 내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도시기반시설본부 및 현장 관리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고가 난 이들 3명은 현대건설 직원인 안씨와 협력업체 직원 50대 구모씨, 그리고 20대 미얀마인 직원 S씨였다.

현장관리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0분께 구씨와 S씨가 일상 점검을 위해 펌프장 저류시설로 내려갔다. 이들이 들어간 저류시설은 일종의 배수시설로 저지대 침수 예방이 목적이며 사람도 드나들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오전 7시30분께 호우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서울 양천구 지역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에 안씨는 7시50분께 2명의 직원을 철수시키기 위해 직접 터널 내로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씨는 회사 측에 보고를 하지 않고 자체 판단으로 터널 내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관리자는 "이날 안씨가 공사팀장을 대행해 본인 결정으로 터널 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안씨가 평소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성격도 좋은 친구"라며 "공사팀장 대행을 하면서 터널 내에 있는 직원들을 피신시켜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천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4분께 서울 목동운동장 인근 빗물펌프장 저류시설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서울=뉴시스】서울 양천소방서에 따르면 31일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서울 시내 공사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작업에 나서 오전 직원 한 명을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서울 양천소방서에 따르면 31일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서울 시내 공사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작업에 나서 오전 직원 한 명을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구조작업에 나서 사고 발생 약 2시간 뒤인 오전 10시26분께 구씨를 구조했다. 구씨는 곧장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11시2분께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5시30분 기준 현장에서는 아직 찾지 못한 안씨와 S씨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재 터널 내에 약 3m의 물이 차 있고 터널 자체가 타원형으로 사람이 피할 공간이 따로 없는 상태"라며 "남은 2명은 물에 잠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소방당국은 "배수펌프를 가동하고 구조대와 장비를 투입해 구조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6분께부터 낮 12시36분께까지 서울 전역에는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졌다.

이 시간 동안 사고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에 내린 누적강수량은 45mm였으며 중랑구에는 77.5mm, 구로구에는 28mm가 내리는 등 강수량은 지역별로 편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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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장 참사' 30세 직원, 대피시키러 갔다가 같이 갇혀

기사등록 2019/07/31 17:42:3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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