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자사고' 최종심의 앞두고 장외여론전 후끈(종합)

기사등록 2019/07/29 19:43:07

해운대고 학부모 150여 명 교육부 앞 집회…부동의 요구

교육시민단체, 자사고 토론회서 "교육부, 자사고 봐줬다"

"평가 통한 전환 실패…법적 일괄 폐지·일반고 지원 강화"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교육부가 서울 8개 자사고와 부산 해운대고 등 9개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여부에 대한 최종 심의를 앞둔 가운데 29일 오전 해운대고 학부모들이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담장에 학생들의 의견이 적힌 메모를 달고 있다. 2019.07.29.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교육부가 서울 8개 자사고와 부산 해운대고 등 9개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여부에 대한 최종 심의를 앞둔 가운데 29일 오전 해운대고 학부모들이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담장에 학생들의 의견이 적힌 메모를 달고 있다. 2019.07.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서울·부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한 교육부 최종 심의를 앞두고 장외여론전이 뜨겁다. 

부산 해운대고등학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학부모 150여 명은 29일 오전 9시 세종 교육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한 교육부의 '부동의'를 요구했다.

전북 상산고와 달리 교육청 평가 결과 지정취소 위기에 놓인 서울지역 자사고 8곳과 부산 해운대고는 최종 탈락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운대고는 부산교육청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수 70점에 미치지 못한 54.5점을 받아 탈락했다.

비대위는 이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자사고 지정 취소에 동의할 경우 행정소송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해운대고가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에 대해 "교육청의 표적평가였으며, 교육청 정책에 따르다가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부산교육청은 지난 2016년 해운대고의 학급당 정원을 일반고 기준인 28명으로 줄이도록 했다. 이 때문에 신입생 정원이 240명에서 208명으로 줄고 운영비는 고정돼 1인당 등록금 부담이 분기당 120만원대에서 160만원으로 상승했다는 얘기다.

재량평가 항목 중 감사지적과 관련해 12점을 감점한 데 대해서도 기준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소속 학부모들은 교육부 청사 울타리에 "해운대고를 지켜주세요" 등 자사고 존치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쪽지들을 부착했다.

같은 날 진보교육계에서도 교육부의 상산고 자사고 존치 결정을 비판하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및 고교체제 개편을 주장하는 토론회 자리를 마련했다.

진보성향의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사걱세)은 오후 2시 서울 용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무실에서 '자사고 일반고 전환 과정에 대한 진단 및 향후 과제 점검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걱세는 토론 취지에 대해 "자사고를 일반고를 전환한 후에도 대입제도와 학교의 실제 교육과정이 바뀌지 않으면 제대로 된 고교체제 개편이 어렵다는 우려가 현실에 존재한다"며 "일반고가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해 바람직한 교육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사고 일반고 전환 정책에 대한 진단 및 향후 과제를 점검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김은정(왼쪽 두번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발제하고 있다. 2019.07.2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사고 일반고 전환 정책에 대한 진단 및 향후 과제를 점검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김은정(왼쪽 두번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발제하고 있다. 2019.07.29. [email protected]
발제를 맡은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구본창 정책국장은 발제문을 통해 "자사고 폐지 공약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약했다"고 비판했다.

구 정책국장은 사회통합전형을 정량평가했다는 이유로 교육부가 구(舊) 자립형사립고였던 상산고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공교육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누구보다 엄히 요구하고 평가해야 할 교육부가 이런 상산고의 이의를 받아들여 자사고의 사회적 책임 의무에 면죄부를 줬다는 것은 정권마다 반복되는 '자사고 봐주기'"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재지정평가를 통한 자사고 폐지 정책이 실패했다고 진단하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를 한번에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등 일선 교육감들이 요구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구 정책국장은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고교체제 개편을 하고,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는 하지만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 그 자리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을 정작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내실있는 고교학점제를 추진해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일반고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한 지정토론자들 역시 고교서열화를 깨기 위해서는 자사고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자사고에 허용했던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을 일반고에도 부여하는 등 일반고 수준을 향상할 수 있는 획기적 대책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래야만 일반고의 하향 평준화가 아닌 상향 평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미림여고 주석훈 교장은 "고교체제 개편에서 살아남은 자사고들이 생기면서 문재인 정부의 고교학점제-성취평가제-고교체제개편 교육혁신의 스텝이 꼬이게 됐다"며 "재지정된 자사고에 대한 편중에 더 심화되고, 생존 자사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게 되면 더 큰 사교육 의존이 나타나게 된다"고 내다봤다.

또한 "사회통합전형 의무비율을 지키지 않아도 됐던 상산고처럼 법적으로 전국단위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에 주어지던 특혜를 철폐하고, 일반고가 자율고처럼 성장할 수 있게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지정위)는 내달 1일 2차 회의를 열고 자사고 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서울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등 8곳과 부산 해운대고에 대한 교육청 결정 동의 여부를 심의한다. 최종 결과는 이르면 2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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