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검증 안 된 외국인 길거리 모금 성행

기사등록 2019/07/25 17:05:36

해외 구호활동 빌미...모금액·사용 내역 '깜깜이'

【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한 일본인 남성이 동대구역 인근에서 해외 봉사활동을 위한 기부를 받고 있다. 2019.07.25. (사진=독자제공) ehl@newsis.com
【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한 일본인 남성이 동대구역 인근에서 해외 봉사활동을 위한 기부를 받고 있다. 2019.07.25. (사진=독자제공) [email protected]
【대구=뉴시스】이은혜 기자 = 대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0·여)씨는 최근 동대구역 인근에서 한 일본인 남성과 마주쳤다.

자신이 해외 봉사 동아리에 소속된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그는 캄보디아 봉사활동 경비가 필요하다며 작은 모금함을 내밀었다.

김씨가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냐"고 묻자 그는 답변을 피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대구에서 학원 강사로 근무하는 이모(28·여)씨 역시 몇 달 전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스리랑카 여성이 학원에 찾아와 어린이들의 사진이 담긴 자료를 보여주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시아 어린이들을 위해 후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는 "진위를 따지지 않고 좋은 일한다는 생각으로 5000원을 기부했다"며 "어느 단체인지,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구지역에서 해외구호활동을 빌미로 한 외국인들의 검증되지 않은 길거리 모금이 끊이지 않고 있다.

2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행법상 단체나 개인이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을 경우 모집 방법, 사용 계획서 등을 작성해 지방자치단체나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기부금 모집 방법에 길거리 모금을 명시하면 노상에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현금 기부를 받을 수 있다.

1000만원 이하의 소액 기부금을 모을 때는 행정당국 등록이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

외국인의 모금 활동도 마찬가지다. 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들은 영리 활동을 할 수 없지만 공익을 위한 모금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행 경비가 떨어졌다'며 구걸하는 외국인 여행객, 일명 '베그패커'와 다른 점이다.

문제는 이 같은 모금 활동의 목적이나 사용 내역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금 활동을 목격한 시민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외국인들은 서툰 한국어로 '제3세계의 어려운 어린이들을 도와달라' '해외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는데 후원해 달라'며 말을 건넨다.

 이들이 소속돼 있다는 단체 역시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곳이다. 온라인 홈페이지, 기부금 사용 계획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특히 국내에서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등은 일반적으로 길거리 모금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기아대책 등 4개 단체에 문의한 결과 모두 '길에서 바로 현금을 기부받는 일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는 "길거리 캠페인에서는 후원 신청만 받는다"며 "불특정 다수로부터 현금을 받을 경우 얼마가 들어왔는지, 누가 기부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단체의 관계자 역시 "구호개발단체를 빙자해 길에서 현금을 받는 경우 대부분 사기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일시후원이든 정기후원이든 공인된 단체에 등록된 계좌를 통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길거리 모금에 대한 제재 방법이 없는 만큼 기부자가 사용계획 등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다.

1000만원 이상을 기부받는 단체는 지자체나 행정안전부가 모집 등록증을 발급하고 있어 이를 확인한 뒤 돈을 내는 것도 방법이다.

또 사전에 안내한 내용과 다른 방향으로 기부금이 사용되는 등 기부금품법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적은 모금액도 임의로 사용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라며 "특히 1000만원 이하 소액 모금은 법적인 감시에서 벗어나 있어 신중하게 기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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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검증 안 된 외국인 길거리 모금 성행

기사등록 2019/07/25 17:05:3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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