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한글 창제에 이견을 제기한 영화가 나왔다.
영화 '나랏말싸미'의 조철현(60) 감독은 "신미 스님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후 많은 논문이나 동영상 등 신미 스님 행적을 좇았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계기는, 합천 해인사 앞에 대장경 테마파크가 있다. 몇 년 전에 그곳을 갔는데, '대장경이 인도에서 티베트를 거쳐 중국의 송나라, 거란, 여진, 고려, 일본까지 전파되는 과정을 아시아 지도에 대장경 로드라고 해서 전시를 해놨더라. 저것은 대장경 로드일 뿐만 아니라 표음문자의 이동경로일 수도 있다는 영감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정광 명예교수님의 '한글의 발명'이라는 저작이 있다. '신미 스님의 역할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언어학, 음성학적인 요소가 어떻게 한글을 만드는 데 활용됐을까'하는 부분을 연구했는데, 아시아의 표음문자는 모두 스님들이 만들었다고 적혀 있다. 학계의 다양한 분들과 상의하고, 연구해서 이 영화를 하게 됐다"고 한다.
정광(79) 고려대 명예교수가 2015년에 쓴 '한글의 발명'은 한글 발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주장을 한 책이다.
조 감독은 어디까지가 팩트,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묻는 질문에 "'영화는 다큐멘터리라 할지라도 팩트와 허구 사이에 있다'는 말을 한다. 인간이 외부사회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인식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나도 이제 헷갈린다.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시나리오를 구축할 때는 상상력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메라에서 배우들과 찍는 과정에서 그것을 사실과 허구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진실이라고 믿지 않으면 과연 촬영을 할 수 있을까, 진실에 중독이 되는 현상이 벌어져 지금은 어디까지가 팩트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시간적 순서는 좀 바뀌고, 인물에 대한 해석은 바뀌었지만 가급적 기록에 있는 사실에 기반해 쓰려고 노력했다"며 애매모호한 답을 내놨다.
"33년 영화를 하는 과정에서 사극에 가장 많이 참여한 영화인이 됐다. 사극을 많이 하다 보니 역사 공부도 더러 많이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게 있다면, '아무리 철저하게 연구하고 많은 자료를 섭렵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이 이게 맞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늘 열린 마음으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통찰을 배운 것 같다. 영화 시작할 때에도 봤다시피,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나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도 있으나,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평가나 판단 앞에서는 겸허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관점에서 그런 자막을 넣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나랏말싸미'의 조철현(60) 감독은 "신미 스님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후 많은 논문이나 동영상 등 신미 스님 행적을 좇았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계기는, 합천 해인사 앞에 대장경 테마파크가 있다. 몇 년 전에 그곳을 갔는데, '대장경이 인도에서 티베트를 거쳐 중국의 송나라, 거란, 여진, 고려, 일본까지 전파되는 과정을 아시아 지도에 대장경 로드라고 해서 전시를 해놨더라. 저것은 대장경 로드일 뿐만 아니라 표음문자의 이동경로일 수도 있다는 영감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정광 명예교수님의 '한글의 발명'이라는 저작이 있다. '신미 스님의 역할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언어학, 음성학적인 요소가 어떻게 한글을 만드는 데 활용됐을까'하는 부분을 연구했는데, 아시아의 표음문자는 모두 스님들이 만들었다고 적혀 있다. 학계의 다양한 분들과 상의하고, 연구해서 이 영화를 하게 됐다"고 한다.
정광(79) 고려대 명예교수가 2015년에 쓴 '한글의 발명'은 한글 발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주장을 한 책이다.
조 감독은 어디까지가 팩트,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묻는 질문에 "'영화는 다큐멘터리라 할지라도 팩트와 허구 사이에 있다'는 말을 한다. 인간이 외부사회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인식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나도 이제 헷갈린다.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시나리오를 구축할 때는 상상력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메라에서 배우들과 찍는 과정에서 그것을 사실과 허구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진실이라고 믿지 않으면 과연 촬영을 할 수 있을까, 진실에 중독이 되는 현상이 벌어져 지금은 어디까지가 팩트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시간적 순서는 좀 바뀌고, 인물에 대한 해석은 바뀌었지만 가급적 기록에 있는 사실에 기반해 쓰려고 노력했다"며 애매모호한 답을 내놨다.
"33년 영화를 하는 과정에서 사극에 가장 많이 참여한 영화인이 됐다. 사극을 많이 하다 보니 역사 공부도 더러 많이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게 있다면, '아무리 철저하게 연구하고 많은 자료를 섭렵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이 이게 맞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늘 열린 마음으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통찰을 배운 것 같다. 영화 시작할 때에도 봤다시피,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나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도 있으나,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평가나 판단 앞에서는 겸허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관점에서 그런 자막을 넣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종대왕은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미 여러번 다뤄진 인물이다. 세종대왕을 연기한 송강호(52)는 "세종대왕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가장 많이 알려진 성군이다. 성군의 모습이 우리가 봐 온 모습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가 머리에 그리고 있는 모습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저는 그런 쪽의 모습을 창의적인 파괴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 창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한글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세종이 가졌던 고뇌, 군주로서의 외로움에 대한 초점은 처음이지 않을까. 그런 쪽에서 이 영화의 특별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해일이 맡은 '신미'는 세종과 함께 한글을 창제해 내는 승려다. 박해일은 "신미는 나도 감독님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인물이다. 실존한 인물이다. 이 결과물이 만들어지면 관객들이 낯설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있을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스님답게 (역할을)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신미 스님은 문자에 능통했다. 이것이 세종대왕을 만날 수 있는 계기다. 우선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시대가 불승들을 억압했던 시대다. 신분이 가장 높은 세종대왕과 만나는 태도를 어떻게 가져가야할지 고민하며 임했다"고 설명했다.
"억불정책이 주를 이루던 시대다. 세종대왕은 애민정신이 있었고, 문자가 중요한 목적이었던 것 같다. 신미는 불경이라는 소재로 이미 본인 만의 문자를 아마 만들고 있었을 거다. 그 시대적 상황에서 스님 또한 본래의 목적인 문자를 통한 (불교 전파) 목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미가 자존심이 세고, 진리에 의지하는 캐릭터다 보니 정말 타협할 땐 타협을 하지만 독자적인 문자에 대해서, 세종이 총감독이라면 신미는 디자이너나 편집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조 감독은 영화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했다. "여자들의 그늘에서 살아왔다. 평상시 여성을 존중하고 두려워한다. 여자들이야 말로 대장부가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많이 상처받고 가장 많이 퍼준다.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했다. '권력은 이미 경제나 재벌 쪽으로 넘어갔다.' 나는 권력은 21세기에 여성으로 넘어갔거나 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기본 콘셉트를 한 명의 대장부와 두 명의 졸장부라고 생각했다. 물론 대장부는 소헌왕후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전미선을 평가할 수준이 아니다. 연기 평가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다"면서 "전미선 배우가 대사를 첨가하기도 했다. 세종에게 처음으로 일침을 놓는 장면이다. 신미와 세종이 헤어졌을 때 '백성들은 더 이상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라는 말은 전미선 배우가 직접 만든 대사다. 세상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여성'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출연과 감독은 지난달 29일 49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진 전미선에게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송강호는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과정이 있었다. 누구보다도 감독님 이하 모든 스태프가 슬픔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극중 (전미선이 맡은 왕비의) 천도재를 찍었을 때는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다. 그 촬영을 끝내고 빨리 서울로 올라왔던 기억이 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이 영화에 슬픈 운명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그것이 이 영화가 관객에게 슬픈 영화가 아니라, 그 슬픔을 딛고 아름다운 얘기로 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기억이 생생하다. 촬영할 때 각자 배우들 치열하게 준비해 촬영했다. 촬영을 마치면 오순도순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설렘을 나눈 추억이 얼마 전이다.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서 너무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하게 돼 너무나 영광이고, 보는 분들도 이 작품을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조철현 감독은 "천도재를 찍을 때 전미선씨는 그 자리에 없었다. 궁녀 역할을 하는 여러 연기자들이 많이 울더라. 그래서 연출자로서 울지 말라고 참아 달라고 부탁했다. 천도재에서 부른 '월인천강지곡'은 세종이 직접 지은 거다. 이를 참고해서 현대어로 바꿨다, 힘들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제작사인 오승현 영화사 두둥 대표는 "영화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고인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영화 개봉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유족과 의견을 나눴고,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화를 많은 분들이 함께 보고 좋은 영화, 최고의 배우로 기억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봉을 진행하게 됐고, 일정을 최소화했다. 우리의 진심이 왜곡될까봐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최근 저작권 소송에 휘말려 있다. 영화 개봉하면 금방 모든 분들이 알겠지만, 우리 영화는 순수 창작물임을 이 자리를 빌려 확실히 말씀드린다. 그리고 우리가 오히려 그쪽과 합의를 않고,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고 전했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라는 것들을 담은 작품이다.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등이 출연했다. 영화제작자 출신 조철현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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