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글리포인트=필리핀대통령궁·AP/뉴시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17일 필리핀 카비테 주 생글리포인트 해군기지에서 열린 제121회 필리핀 해군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남중국해에서 중국 선박과 충돌한 필리핀 어선의 침몰을 '작은 해상 사고'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2019.06.18.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중국 선박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후 도주한 사건과 관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작은 해양사고"라고 일축해 비난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필리핀 해군 창설 121주년을 맞아 열린 행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단순한 충돌사고", "작은 해양사고"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 측의 조사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며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6월 취임 이래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 거리를 두고 실리외교를 표방하며 줄곧 친중국 노선을 펴고 있다.
필리핀 내 반(反)중국 여론을 확산시킨 이번 사건은 지난 9일 발생했다. 중국 선박은 당시 필리핀 남서쪽 팔라완 섬에서 약 150㎞ 떨어진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필리핀 어선을 들이받았지만 안에 타고 있던 선원들을 구조하지 않은 채 그대로 달아났다. 다행히도 어선에 탑승하고 있던 필리핀 어부 22명은 몇 시간 만에 베트남 선박에 구조돼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산호세(옥시덴탈민도로)=AP/뉴시스】필리핀 중부 민도로섬 서부 옥시덴탈민도로 주 산호세이 한 해변에 중국 선박의 충돌로 침몰했던 필리핀 어선이 놓여져 있다. 지난 9일 이 어선은 필리핀 남서쪽 팔라완 섬에서 약 150㎞ 떨어진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중국 선박과 충돌해 침몰했다. 2019.06.18.
그러나 사건 발생 후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 선박이 연루됐다"면서도 "중국 선박이 필리핀 어선 7~8척에 둘러쌓여 발이 묶이면서 침몰된 필리핀 어선 승무원들을 구조하지 못했다"라며 발뺌했다.
이에 필리핀 내에서는 책임을 회피하는 중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하며 항의시위로 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로브레도 필리핀 부통령은 어선 침몰 배후에 있는 중국인들을 기소해 조사하라고 자국 외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마닐라=AP/뉴시스】필리핀 시민들이 18일 마닐라 리잘 공원에서 중국 어선이 필리핀 어선을 들이받고 도주한 사건을 비난하는 의미에서 중국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2019.06.18.
야당 상원의원인 리사 혼티베로스는 "남중국해 뺑소니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이번 대응은 터무니 없다"며, 필리핀 정부에 베이징 주재 외교관들을 소환하고 관계를 격하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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