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목포상고 DJ흉상 제막식 후 목포아동원 찾아
매년 명절때 쌀 보내와…"아이들에 환경 탓하지 말라고"
【목포=뉴시스】 박상수 기자 = "어머님 같은 분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할머니, 할머니라고 부르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별세소식을 전해들은 사회복지법인 목포아동원의 김미자(58) 원장은 11일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늦은 밤 TV자막을 통해 이 여사가 별세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김 원장은 "깜짝 놀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여사와 사회복지법인 목포아동원의 작은 인연은 지난 201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교인 목포상고(지금은 목상고)에 세워진 DJ흉상 제막식에 참석한 이 여사는 예정에 없던 "어려운 시설을 방문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 여사의 갑작스런 제안에 수행하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목포아동원을 추천했다.
김 원장은 "처음부터 일정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여사님의 제안에 박지원 의원이 추천한 것으로 안다"면서 "아동원에 와서는 의전도 없이 아이들과 허물없이 만났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 여사는 아이들에게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행복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열심히 살면 김대중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된다"고 힘을 북돋았다.
이어 방명록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생 좌표인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가라'고 적었다.
이 여사는 건강이 악화되기 전인 지난 2017년까지 매년 명절때만 되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김대중평화센터의 이름으로 쌀을 보내왔다.
김 원장은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박지원 의원을 만나면 안부를 묻곤 했다"면서 "목포역에 분향소가 차려지면 아동원 이름으로 화환을 보내고, 지금은 고등학생으로 자란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분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