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은석 “팬들이 왜 나를 좋아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기사등록 2019/05/28 11:01:57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열연

박은석
박은석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탤런트 박은석(35)은 연기력 시비에 흔들리지 않았다. ‘검법남녀’(2018)로 ‘발연기’ 이미지가 씌워지자 부족한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물론 욕을 너무 먹다 보니 칼을 간 면이 없지 않다.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닥터 프리즈너’에서 호평이 쏟아진 것도 이 때문 아닐까.

“대중을 항상 만족시킬 수는 없다. 연기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비판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정도도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TV에 나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 ‘닥터 프리즈너’로 발연기 이미지를 벗고 싶은 마음보다 황인혁 PD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2017) 이후 믿고 불러줘서 보답하고 싶었다. ‘검법남녀’ 속 ‘강현’은 캐릭터 자체가 호감형이 아니었다. 다들 ‘백범’(정재영)이 범인이 아닌 걸 아는데, 나만 방해하고 몰아가지 않았느냐. 시청자들이 계속 ‘암 유발자’라고 했지만, 난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닥터 프리즈너’는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천재 외과의사 ‘나이제’(남궁민)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후 펼쳐지는 이야기다. 박은석은 태강그룹 상무 ‘이재환’을 연기했다. 첩의 아들이라는 컴플렉스 탓에 늘 사고를 치는 인물이다. 이재환은 분노조절장애의 가장 나쁜 예라며 “영화·드라마 속에서 볼 법한 캐릭터가 아니라 현재 실존하는 인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았다.

첫 회에서 이재환은 이복 형 ‘이재준’(최원영)과 후계구도에서 밀리자 이성을 잃었다. 앞서 가던 트럭 운전자에게 시비를 걸었고, 급기야 자신의 차 트렁크에서 야구방망이를 꺼내 위협을 가했다.

“빨간 방망이를 시멘트에 끌면서 걸어오지 않았느냐. 내 차와 수트 색까지 삼박자가 잘 어우러졌다. 밤 신이라서 더 강렬하게 나온 것 같다”며 “방망이로 차 문 옆 만 때렸는데도 유리가 다 깨져서 깜짝 놀랐다. 다행히 안전장치를 해놔서 안 다쳤다. 동선 등을 계산하지 않고, 정말 날것으로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선배 남궁민(41) 앞에서 망나니 재벌3세 연기를 하려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남궁민은 ‘리멤버-아들의 전쟁’(2015~2016)에서 분노조절장애를 지닌 재벌 3세 ‘남규만’ 역으로 주목 받았다.

“남궁민 형이 ‘리멤버’에서 골프채를 휘두르지 않았느냐. 극본에 원래 골프채였는데, 비슷하게 볼까봐 야구방망이로 바꾸었다. 처음에 형이 내가 인사성도 밝고 선배들한테 잘해서 착하게 봤더라. 속으로 ‘이 친구가 이재환을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하더라. 첫 신 함께 찍은 뒤 형이 ‘너 진짜 싸가지 없구나’라고 하더라. 감독님도 ‘은석이 장난 아니야. 쎄~’라고 했다”며 웃었다.

최원영(43)과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이후 두 번째 호흡이다. 항상 매 신의 50%를 더 준비해온다며 “무섭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고 한다. 연필을 깎거나 컵을 떨구는 단순한 설정인데도 “캐릭터를 살려서 무섭다”고 덧붙였다.

“남궁민 형도 마찬가지다. 연기하는 걸 보면서 ‘저렇게 대사를 친다고?’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확실히 크리에이티브한 마인드가 남다르다”며 “함께 연기하면서 1분1초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컷과 컷 사이에도 계속 연기 관련 얘기를 하며 한 신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은석은 평소 화를 거의 내지 않는 편이다. 동물을 학대하거나, 강자가 약자를 괴롭힐 때 등 누군가가 부당한 일을 겪을 때는 참지 못한다. “이재환이 감옥에 들어가서 쭈구리가 됐을 때 미꾸라지처럼 촐싹거리지 않았느냐”며 “다들 내가 깔끔하고 시크하다고 생각하느데, 숨길 수 없는 허당기가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습이다. 이런 면모 때문에 사람들과 벽을 깨고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며 좋아라했다.

박은석은 2010년 연극 ‘옥탑방 고양이’로 데뷔했다. 이후 ‘옥탑방 고양이’(2012), ‘쩨쩨한 로맨스’(2013), ‘햄릿’(2013), ‘클로저’(2016), ‘엘리펀트 송’(2017), ‘블라인드’(2017~2018) ‘어나더 컨트리’(2019)까지 무대 연기를 쉬지 않고 있다. TV매체와 연극 연기를 병행하며 욕도 먹었지만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검법남녀’와 ‘보이스2’, ‘닥터 프리즈너’ 등으로 악역 이미지가 강해진 것도 걱정하지 않는다. “대스타를 꿈꾸는 게 아니”라며 “앞으로 30~40년은 더 연기할 텐데 쭉 악역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연기가 좋아서 한국에 왔고, 영주권을 포기하고 군대에 자진 입대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는다. “미국에 있는 부모님 여행 보내주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며 행복해했다.

“팬들이 왜 나를 좋아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남궁민 형을 보면서 놀란 것처럼 나도 연기할 때 여태껏 보지 못한 호흡을 보여주고 싶다. 캐릭터 설정, 동선 등 경계를 무너뜨리는 연기를 하고 싶다. 매체 연기에서는 경계를 깬 게 이재환이다. 캐릭터와 어울리면 좋지만, 때로는 안 어울리면 또 다른 방법을 찾을 거다. 연습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 순간 살아있는 듯한 연기를 하고 싶다. 공연을 할 때도 항상 똑같은 연기를 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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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05/28 11:01:5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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