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식장 안종필 열사 사연 조카가 눈물로 소개
문재인 대통령, 묘역 참배하며 가족 아픔 보듬어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광주에서 5·18은 애증과 아픔이고 기억 그 자체입니다. 삼촌처럼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추모탑 앞 39주년 기념식장에 떨리는 목소리가 가는 빗줄기를 뚫고 나왔다.
고(故) 안종필 열사의 조카 안혜진씨의 애절한 울림이었다. 안씨는 국가폭력 희생자 가족의 아픔을 전하며 '5·18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했다.
1980년 광주상고(현 동성고) 1학년이었던 안종필 열사는 5월27일 최후 항전장인 옛 전남도청을 사수하다 계엄군 총탄에 맞아 숨졌다.
안씨는 "삼촌이 도청에서 숨졌을 때 큰 형이었던 제 아버지는 모질고 힘든 상황을 모두 감당했다. 동생의 시신을 확인해야 했고, 쫓기다시피 망월동에 삼촌을 묻어야 했다. 너무 아파서 할머니에게 시신조차 보여주지 못했다"며 애끓는 심정을 전했다.
이어 "아버지는 평생을 아파하셨다. 엄청난 슬픔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우리 가족처럼 광주의 1년은 5월로 시작해 5월로 끝난다. 1년 내내 5·18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울먹였다.
안씨는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안씨는 "아픔은 기억으로 남고 슬픔은 한으로 남는다. 그 기억들을 다잡아 제 가슴에 간직하려고 한다. 삼촌을 기억하고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분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삼촌과 할머니를 위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씨 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참석자 대부분의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기념식 화면에 비친 안 열사 어머니 이정님 여사의 인터뷰 내용도 참석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 여사는 '1980년 5월24일 저녁 갑자기 아파서 배고프다는 막내아들(종철)에게 밥도 차려주지 못했다. 내가 안 아팠으면 너를 (못 가게) 잡았을 건데'라며 슬퍼했다.
'신발을 쓰레기통에 넣고 옷가지를 물에 담가 말려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선배들 곁을 떠날 수 없다며 만류하는 손을 뿌리치고 도청으로 달려갔다'고 했다.
안 열사의 마지막 모습이 찍힌 사진은 당시 계엄군 도청진압 작전의 잔혹함을 보여줬다. 상하의 교련복을 입고 엎드린 채 발견됐다.
문 대통령은 안 열사의 묘역을 참배하며 이 가족의 깊은 슬픔을 마음으로 보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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