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조원 장례식 '경찰 개입' 더 있다…제2염호석?

기사등록 2019/05/14 15:01:22

'故염호석' 노조장→가족장 과정에 경찰 개입

영향력 행사 지인 섭외…"6억 어떠냐" 제안도

부산에 위장빈소…삼성 대리해 합의금 전달

"삼성 노조 관련 다른 유족에게도 합의 대리"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경찰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유남영 위원장이 14일 오전 경찰청 기자실에서' 고(故)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이 '고(故)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찰에 장례절차 개입 및 모친의 화장장 진입 방해 등에 대한 사과와 심사 결과에 대한 유감 표명, 정보활동 범위를 경찰 직무에 부합하도록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2019.05.14.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경찰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유남영 위원장이 14일 오전 경찰청 기자실에서' 고(故)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이 '고(故)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찰에 장례절차 개입 및 모친의 화장장 진입 방해 등에 대한 사과와 심사 결과에 대한 유감 표명, 정보활동 범위를 경찰 직무에 부합하도록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이 '고(故)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염씨보다 1년 앞선 지난 2013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또다른 삼성 노조원의 장례식에도 당시 경찰이 개입했다는 정황도 추가로 밝혀냈다.

이와 관련해 경찰관들이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데다, 수사권 구조 개혁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경찰 자체 조사위원회에서 먼저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조사위는 14일 경찰이 2014년 5월17일~20일 삼성 측 편에 서서 염씨 장례방식 변경 과정과 시신 운구 과정에 권한을 넘어 개입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유족 합의까지 나선 경찰"

염씨는 생전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양산센터 분회장이었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인 이후 행방불명 됐다가 2014년 5월17일 강릉에서 유서와 함께 시신으로 발견됐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2013년 7월 창립됐다. 이 노조는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에 균열을 일으킨 사례로 평가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삼성의 대응은 이른바 '노조 와해 의혹'으로 불린다.

염씨는 유서에 '장례를 노조장으로 치러 달라'는 취지를 담았는데, 당시 삼성 측의 요청을 받은 경찰은 유서의 내용을 알고도 친부에게 합의를 권했다는 게 조사위 결론이다.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장례비를 제공하는 대신 염씨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기를 원하고 있었다.

처음에 염씨 부친은 합의를 원치 않았고, 아들 장례를 노조장으로 치르려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후 경찰의 적극적인 관여가 있었고 염씨 부친은 가족장을 치르기로 마음을 바꿨다.

당시 양산경찰서 소속 김모 계장은 염씨 부친의 지인까지 섭외했다. 이 지인은 염씨 장례 방식이 변경되고 그의 시신이 옮겨지는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삼성 측은 2014년 5월18일 당시 경찰청 정보국 소속 김모 경정에게 연락을 취해 도움을 요청했고, 김 경정은 사측과 유족과의 합의에 나섰다고 한다.

조사위는 "김 경정은 염씨 부친에게 돈을 받고 장례를 빨리 치르든가 돈과 관계없이 명예를 위한다면 노조장을 치르든가 선택할 것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염씨 부친이 어느정도 (금액이) 맞으면 가족장으로 하겠다고 의사를 밝혔고 김 경정은 '6억원 정도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3억원을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는 가족장을 치르면 지급하는 방식 역시 김 경정이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즉, 경찰이 삼성 대신 유족 측에 돈을 받고 빨리 장례를 치를 것을 권유헀고 그 금액과 수령 방식까지 제안했다는 것이다.

◇부산에 위장 빈소 마련…삼성 대신 합의금 '전달'

경찰은 삼성 측에서 유족 측에 돈을 건네는 자리에 동석하거나, 회사를 대리해 합의금을 직접 전달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뉴시스】강승우 기자 = 지난 2014년 5월18일 고 염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 시신이 안치된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서 경찰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뒤엉켜 있다. 2014.05.18. (사진= 금속노조 경남지부 제공)photo@newsis.com
【창원=뉴시스】강승우 기자 = 지난 2014년 5월18일 고 염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 시신이 안치된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서 경찰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뒤엉켜 있다. 2014.05.18. (사진= 금속노조 경남지부 제공)[email protected]
경찰은 합의 과정에서 선금 3억원을 제공하는 자리에 함께 했으며, 이후 염씨 시신이 부산으로 옮겨진 뒤에는 직접 잔금 3억원을 염씨 부친에게 전달했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유족 측에 삼성 측 선금이 전해진 이후인 5월18일 경찰력이 동원된 가운데 염씨 시신은 가족장을 위해 부산으로 옮겨졌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시신 탈취' 사건으로 칭하고 있다.

시신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경찰은 반발하는 노조원들을 진압했다. 조사위는 경찰력 투입이 정보경찰과 염씨 부친의 지인 사이에 협의를 통해 이뤄진 신고 이후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염씨 시신이 부산에 옮겨진 뒤에는 위장 빈소가 마련됐다. 실제 염씨는 부산 세계로병원에 안치됐는데, 행림병원이라는 곳에 시신 없는 빈소가 꾸려졌던 것이다.

경찰은 시신 없는 빈소가 마련됐음을 극비사항으로 유지했지만, 이미 삼성 측은 염씨 시신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위장 빈소 인근에서 경찰은 삼성 측에서 마련한 잔금 3억원을 회사를 대신해 염씨 부친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조사위는 전했다.

◇경찰이 유족 측과 장례 합의…추가 사례 드러나

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관련 조합원 장례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사측을 대리했던 것은 염씨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조사위는 2013년 10월31일 숨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조합원 최종범씨 장례 과정에서도 경찰이 삼성 측과 유기적으로 움직였던 정황이 있는 것으로 봤다. 최씨는 2013년 10월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폭로된 이후 벌어진 투쟁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때 경찰은 삼성 측과 연계해 장례 관련 합의에 개입했고, 염씨 사건 합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최씨 사례를 언급하면서 합의를 권유한 것으로 조사위는 판단했다.

조사위는 "김 경정은 최씨 사망 때 유족과 합의했던 전례를 들어 염씨 유족에게 6억원을 제시할 것을 삼성 측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씨 합의 당시에도 경찰은 사측과 노조 측에 접촉했고, 2013년 12월21일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준비한 합의금을 사측 대신 직접 유족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 조합원 사망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노정담당 정보관이 사측과 유가족의 합의 과정에 깊숙이 개입할 뿐만 아니라 사측을 대신해 합의금을 직접 전달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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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노조원 장례식 '경찰 개입' 더 있다…제2염호석?

기사등록 2019/05/14 15:01:2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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