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권 조정' 관망 속내…"자칫 밥그릇 싸움될라"

기사등록 2019/05/08 14:18:29

최종수정 2019/05/08 14:38:36

검·경 상호 공방, 대립·대치 모양새 경계

"국회 논의할 일"…대응 자제, 신중 접근

조직 내 온도차 존재…반발 견해도 상당

갑론을박 진행 중…국면 전환될 여지도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검·경 수사권조정 관련 개정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이후 경찰이 표면적인 대응을 유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검찰과 정면충돌할 경우 이 사안이 자칫 권력 기관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쳐 수사권 조정의 의미가 퇴색할 가능성을 우려한 행보라는 게 대체적 해석이다. 다만 상황 전개에 따라 경찰청장이 논란의 전면에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8일 복수의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권조정안과 관련한 최근 법조계 주장에 대해 적극적 대응은 자제하되 사실 관계 측면에서만 반박할 부분이 나오면 언급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견해를 내자, 경찰이 "검찰은 언제든지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응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경찰은 검찰과 서로 공방을 벌이는 등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계하면서 정세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사권조정안의 공이 패스트트랙으로 국회에 넘어간 상황인데다가 조정안의 내용 또한 현행 체계보다 진일보 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급부로 지목되고 있는 자치경찰제 시행이나 정보경찰 문제의 경우 아직 가시화 단계는 아닌 상황이어서 현재까지는 경찰이 선제적 행동에 나설 필요성은 적은 국면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권조정안은 이미 패스트트랙으로 국회에 넘어간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될 일이라고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금은 경찰이 신중하게 바라봐야하는 때이지 공식적으로 대응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가 돼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이 수사권조정안 논란을 대하는 자세는 최근 법조계에서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는 것과 다소 대조적이다.

법조계는 문 총장은 물론 일선 검사들 역시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내놓았으며, 변호사단체 등에서도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학계에서도 이번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반대 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도 법조계 주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물론 수사권조정안 자체에 대한 반발이 있는 등 온도차는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검찰 측 주장에 대한 반대 견해를 피력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 반발하며 해외 출장길에서 조기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5.0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 반발하며 해외 출장길에서 조기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5.07. [email protected]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수사권조정안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과거부터 요구했던 '수사 종결권'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견해가 상당하다고 한다.

반면 수사권조정안에 담긴 징계요청권 등 통제 장치를 두고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고, 검·경의 지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일선 경찰들을 중심으로 반발 심리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 경찰은 "견제와 균형은 경찰에서 주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검찰에서 이 논리를 들고 나오면서 당황스럽다는 목소리가 제법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은 "검찰에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라며 "견제와 균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 권한에 손을 대야할지는 자명하다"고 언급했다.

경찰은 당분간 강한 어조로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금명간 전면에 나서 검찰 반응에 대응하거나 별도의 견해를 표명할 가능성도 낮은 편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수사권조정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경찰 내부에서 이 문제가 여러 경로로 언급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일례로 경찰은 오는 10일~25일 지방청별로 '고소·고발 입건 관행 개선' 등 경찰 수사 개혁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도 수사권조정 문제가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사전에 짜둔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실무적 간담회라고 한다. 다만 최근 현안으로 부상한 수사권조정 문제에 관한 내용이 간담회 자리에서 주요 화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 총장은 물론 법조계, 학계에서 적극적인 입장 개진에 나서고 이로 말미암아 국면 전환이 일어날 경우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경찰, '수사권 조정' 관망 속내…"자칫 밥그릇 싸움될라"

기사등록 2019/05/08 14:18:29 최초수정 2019/05/08 14:38:36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