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따라 일본 및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
아베 "평화롭고 희망찬 시대 만들겠다"
김혜경 기자 = 나루히토(德仁·59) 새 일왕이 1일 첫 즉위 소감에서 "세계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오전 11시 10분부터 약 10분간 도쿄(東京) 고쿄(皇居·일왕이 거처하는 궁) 내 접견실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개최된 '즉위 후 조현의식(即位後朝見の儀)'에서 밝힌 즉위 첫 소감에서 이같이 말했다.
NHK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일본국헌법 및 왕실전범 특례법에 따라 왕위를 승계했다"고 첫마디를 뗐다.
이어 퇴위한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에 대해 "즉위 후 30년 이상의 긴 세월 동안 세계의 평화와 국민의 행복을 바라며 국민과 고락을 함께했다"며 부친의 행보에 대해 평가했다.
그러면서 "상왕의 행보를 깊이 생각해, 항상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에게 다가서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 및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을 다짐한다"며,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아키히토 전 일왕은 재위 기간 동안 일본의 침략전쟁 및 과거사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뜻을 수 차례 피력하는 등 평화주의 행보를 걸어온 터라, 나루히토 새 일왕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첫 즉위 소감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이번 즉위사에서 아키히토 전 일왕의 평화행보에 대해 평가하고, 자신도 세계의 평화를 희망한다고 밝힘으로써 평화주의 행보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법에 따라 책무를 다하겠다"는 말 이외에,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에 대한 구체적인 수호의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키히토 전 일왕은 1989년 즉위 후 첫 소감에서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루히토의 즉위 소감에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 국민을 대표해 새 일왕 즉위에 축의를 표했다. 그는 "우리는 일왕을 국가 및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추앙하며, 평화롭고 희망찬 시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현의식에는 아베 총리를 비롯한 각료 및 지자체장 등 약 260명이 참석했으며, 왕위 계승 순위 1위인 후미히토(文仁·53) 왕세제를 비롯한 성인이 된 남녀 왕족이 참석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연미복을, 마사코(雅子) 왕비는 흰색 롱 드레스에 티아라(왕관)를 착용하고 의식에 임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30분에는 같은 장소에서 나루히토 일왕의 승계의식인 '검새(剣璽) 등 승계식'이 개최됐다. 이 의식은 일본 왕실의 상징물인 삼종신기(三種神器) 중 검과 곡옥, 그리고 국새과 어새를 새 일왕에게 인계하는 의미로, 총 7분여에 걸쳐 진행됐다. 승계의식에는 마사코 왕비를 비롯한 여성 왕족은 왕실 전례에 따라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2개의 즉위의식에는 퇴위한 아키히토 전 일왕 부부 및 미성년 왕족은 관례대로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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