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그들의 꿈은 어디로 가나'

기사등록 2019/05/01 09:49:28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여성주의' 미술 조망

'재-분류 :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展 17점 전시

【서울=뉴시스】송상희, 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바른 자세로 앉기 2001 -1
【서울=뉴시스】송상희, 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바른 자세로 앉기 2001 -1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바른 자세로 앉기'(2001)는 마치 고문 기구처럼 보이는 차가운 철재 의자가 배치된 설치 작품이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송상희(49) 작가의 작품으로 착한 딸이라는 명목으로 여성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뿌리를 여성의 상징으로 형상화한 4m 크기 김인순(78)의 작품 '그들의 꿈은 어디로 가나'(2005)도 압도적이다. 땅에서 뽑혀 나온 뿌리들이 뒤엉켜 강한 생명력을 분출하고 있는 듯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은 땅과 뿌리가 내포하는 생명의 힘을 여성의 근본적인 힘과 연결시킨다.

미술에서 주로 재현의 대상이었던 여성을 미술 생산의 주체로 세운 '여성주의 미술'을 만나볼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소장품(2015~2018)중 여성작가 7명의 작품을 선별해 소개하는 '재-분류 :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 전이다.

【서울=뉴시스】김인순, 그들의 꿈은 어디로 가나, 2005, 캔버스에 아크릴, 194×392㎝
【서울=뉴시스】김인순, 그들의 꿈은 어디로 가나, 2005, 캔버스에 아크릴, 194×392㎝

수원시는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1896 ~1948)의 고향으로 여성주의 미술 담론을 꾸준히 이끌고 있다. 이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지난 3년간 여성주의 미술을 수집방향의 하나로 삼아왔다.

이번 전시 '재-분류 :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 부제인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로'에서 차용했다. 여성을 감수성과 영감의 원천인 밤으로 형상화 한 표현이다.

전시에 나온 회화, 조각, 사진 등 총 17점은 작가 혹은 여성으로서 자신의 시각을 표현하고 있는게 특징. 작가들의 생년에 따라 크게 첫 번째 밤(1940~1950년대 생)과 두 번째 밤(1960~1970년대 생)으로 공간을 구분했고, 전시 말미에는 각 작품에 대한 설명 카드를 배치하여 관람객 스스로 작품을 재분류해볼 수 있는 참여 코너를 마련했다.

【서울=뉴시스】윤석남, 인물, 2005, 나무 위에 아크릴, 74.5×31㎝ (2016년 기증)
【서울=뉴시스】윤석남, 인물, 2005, 나무 위에 아크릴, 74.5×31㎝ (2016년 기증)


첫 번째 밤에서는 1980년대 여성 현실을 반영한 사회 비판적 작품으로 주목받아온 윤석남(80) 작가의 '인물'(2005)도 선보인다. 작가가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여성의 형상이 그려진 통나무 작품이다. 나무라는 자연 재료가 주는 편안함, 소박함과 함께 단단한, 강인함 등의 복합적인 느낌을 통해 여성의 다층적인 삶을 이야기한다. 나무 속 여성의 강한 시선은 관람객과 마주하며 이번 전시가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시각과 인식을 전달한다.

여성을 직접적인 주제로 삼은 작품과 함께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과 순수한 조형성 탐구를 주제로 삼은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1983년 도불한 한순자(67) 작가의 '동그라미들'(2009)은 원의 형태를 가장 완벽하고 조화로운 미적 대상으로 보는 작가의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밝은 색상과 다양한 크기의 동그라미들이 가진 율동성은 곡선의 부드러움과 생동감을 전달한다.


두 번째 밤에서는 1960년대 이후 출생 작가 9명의 작품이 소개된다. 임선이(49) 작가는 '삼초점의 시선 1'(2008)을 통해 시각의 불안정함과 불확실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천 장에 이르는 지형도를 쌓아 정교하게 잘라낸 후 사진으로 완성한 이 작품은 마치 실재하는 듯 실재하지 않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변형한 시점과 잘려진 풍경을 통해 같은 대상일지라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 보여준다.

【서울=뉴시스】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019 소장품 기획전 《재-분류 :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개최
【서울=뉴시스】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019 소장품 기획전 《재-분류 :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개최
김찬동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은"미술관 수집방향 중 하나인 ‘여성주의 미술’의 흐름 한눈에 조망하는 한편, 여성작가들이 재현한 현실과 대상을 정면으로 마주함으로써 여성들의 현실과 시각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12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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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그들의 꿈은 어디로 가나'

기사등록 2019/05/01 09:49:2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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