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성장률 0.1%p 견인 효과 있지만 추경만으로 정부 목표치 달성 안돼"
민간기관, 성장률 하향조정…"'상저하고' 맞지만 하반기 지표 반등도 불확실"
성장률 기여도 0.108~0.2%p였던 2015~2017추경, 모두 11조원 이상 썼는데
전문가 "추경 규모 작은데 세부사업 내용도…정부, 적극적 경기 대응 의지 있나"
【세종=뉴시스】위용성 기자 = 정부가 24일 발표한 6.7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규모를 두고 올해 경제성장률 기존 전망치인 2.6%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추경의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경기 대응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을 통해 추경 규모가 6조7000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추경 편성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포인트(p)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추경 규모는 당초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했던 9조원의 3분의2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2.6~2.7% 사이로 설정했다. 당시 전망치는 글로벌 교역 둔화 흐름 등 불확실성이 반영돼 단수(單數)가 아닌 범위로 제시됐다. 하지만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을 본다면 2.7% 성장은 물건너 갔고 2.6% 방어조차 위태로운 모양새다. 만약 올해 성장률이 2.5%까지 추락한다면 2012년(2.3%)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가 된다.
정부도 이 같은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역시 사전 브리핑에서 "오직 추경만으로 2.6%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목표치를 제시했던) 2019년도 경제정책방향 수립 당시보다 세계경제 둔화 속도가 빠르고 교역 증가율 둔화가 더 빨랐다"고 설명했다. 또 "추경과 함께 정부가 의도했던 정책과 그를 넘어서는 추가 보강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앞서 세운 목표치에 실제 성장률이 미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각종 기관들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한은)은 지난 18일 이전보다 0.1%p 내린 2.5%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다만 추경 효과를 반영한다면 이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 추산대로 추경이 0.1%p를 올린다면 한은 전망은 대체로 정부 전망치에 근접해있다.
하지만 국내 민간 기관들의 평가는 박하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전망치로 2.3%를 제시했다. 종전보다 0.2%p 낮춘 숫자다. 특히 이 전망치는 추경 효과까지 포함된 것이다. 그밖에도 또다른 민간 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각각 2.5%, 2.4%를 제시해둔 상태다.
경고음은 해외서도 나온다. 추경을 전제로 2.6% 성장을 점친 IMF는 차치하더라도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 중에선 낮게는 2.1%까지 내려잡은 곳도 있다.
올해 경기 흐름이 상저하고(上底下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 자체는 대부분 기관들이 공감하고 있다. 작년 4분기부터 반도체를 비롯해 급감하기 시작한 수출과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온 투자 등 각종 지표가 저점을 찍고 2분기 이후부터는 반등하리란 전망이지만 민간에서는 반등 정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기저효과로 일부 항목이 어느 정도 반등하는 건 자연스럽지만 하방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다"며 "대외 흐름과 별개로 국내 주요 업종의 설비투자 조정압력 자체가 약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 기대하는 큰 폭의 반등이 나오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지난 3월 전망 당시 "정부 소비·투자가 성장률을 지지하고 있지만 민간 부문의 건설·설비 투자 부진으로 경제성장률의 의미있는 반등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쪽에선 성장률 방어를 위해서라도 이왕 추경을 하기로 했다면 규모가 더 컸어야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 편성에는 적자국채 발행이 필수적인데 이를 감안해 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규모를 잡았다는 이야기다. 특히 6조7000억원의 추경 가운데 미세먼지 대응 등 '재해 추경'을 제외하면 4조5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역대 추경 규모와 비교해봐도 이번 규모는 작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28조4000억원을 대응 명목으로 편성했고 그 이후로 2013년(17조3000억원), 2015년(11조6000억원), 2016년(11조원), 2017년(11조원) 모두 10조원을 상회해왔다. 예외적으로 '미니 추경'이 편성된 지난해(3조8000억원)를 제외하면 모두 이번 추경보다 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선 절대적인 규모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데 경기부양 효과 측면에서 본다면 최소한 IMF 권고 이상 정도는 됐어야 한다"며 "재정건전성 유지나 채권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 때문에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규모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발표한 '성장률 0.1%p 견인' 효과 자체에도 의문점이 남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산한 추경 규모별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2015년 0.14~0.20%p, 2016년 0.12~0.13%p, 2017년 0.108~0.118%p 등이다. 모두 추경 규모가 11조원 이상이었던 해다. 세부 사업 내용, 즉 '어느 곳에 돈이 쓰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례로 볼 때 0.1%p 이상 끌어올리는데 적어도 10조원 안팎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IMF가 9조원 이상을 권고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추경에 포함된 사업들의 면면을 봐도 작은 규모의 추경 안에 수출 경쟁력강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확대 외에 청년·노인일자리 지원 사업, 영세·소상공인 융자 확대,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대 등 다양한 사업들이 한꺼번에 포함돼 경기둔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부 사업 내용을 봐도 전반적으로 돈을 흩뿌리는 형태라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추경에는 우선순위 사업을 정하고 대규모 민간 투자나 활력을 이끌어내는 사업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