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먹튀' 종로 귀금속 거리…피해신고 않는 사연은?

기사등록 2019/04/20 13:00:00

40대 업자, 20억원 귀금속 외상후 잠적

피해 상인 13명 사기 혐의 경찰에 고소

상인 "고소에 동참 안한 피해자 더 많아"

"세관 피하려 귀금속 밀수해 오는 경우"

"괜히 불법 행위 발각될까 신고도 못해"

"비슷한 사례 종종 빚어지지만 답 없어"

【서울=뉴시스】이창환 기자 =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한산한 귀금속 거리. '20억 귀금속 먹튀' 사건 피해 상인들은 지난 4일 혜화경찰서에 소매업자 손모(41)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상황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서울=뉴시스】이창환 기자 =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한산한 귀금속 거리. '20억 귀금속 먹튀' 사건 피해 상인들은 지난 4일 혜화경찰서에 소매업자 손모(41)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상황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서울=뉴시스】이창환 기자 = "보도된 내용보다 피해가 훨씬 더 큽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귀금속 상가 앞. 거리에서 만난 상인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했다. 이 곳은 귀금속 소매업자 손모(41)씨가 상인들로부터 다이아몬드 원석 등 귀금속 20억원어치를 외상으로 받고 잠적한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20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돈을 받지 못한 귀금속 상인들 13명이 지난 4일 손씨를 고소했다.

상인 A씨는 "실제 피해액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론 기사에서는 고소인이 13명이라고 나왔지만 (실제 피해자는) 그 이상일 것이다. 사기를 당하고도 고소를 안 한 상인들이 더 많다"고 밝혔다.

인근 상점에서 근무하는 B씨는 "지인 중에 이번 사건에 얽혀 수백만원 정도 피해 본 사람이 있는데 고소에 동참하지 않았다"며 "액수가 많지 않아서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신뢰 관계를 쌓은 뒤 한순간 물건을 챙겨 잠적하는 경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손씨 역시 10여년 간 종로 귀금속 상가 밀집 지역에서 매장을 운영하며 주변 상인들과 친분 관계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상인들은 지난달 말께부터 손씨와 연락이 닿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관을 피하려고 밀수 등의 방법으로 귀금속을 들여오는 경우가 있다보니 상인들의 이런 상황을 악용했다는 것이 복수 상인들의 설명이다. 상인들이 사기를 당해도 경찰 수사 과정에서 혹시나 이런 불법 행위가 발각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신고를 쉽사리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A씨는 "금 같은 경우만 봐도 미국이나 일본은 관세가 굉장히 낮은데, 우린 세금을 너무 많이 걷어 간다. (정상적으로 들여오면) 팔아야 1~2% 장사"라며 "그래서 예전에 밀수가 많았는데 지금은 정식으로 들여오는 물품도 섞여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번에 도망간 사람도 온·오프라인 매장을 장기간 운영하며 신용을 쌓았다. 그래서 많은 금액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쪽 업계에서는 이른바 '지하경제'에서 떼어 오는 물건들이 있다 보니, 누군가 빼돌렸다고 해도 약점이 있어 증거를 제출하기 모호하다"고 말했다.

B씨는 "최근 6개월 사이에 비슷한 사건 소식을 4번 이상 접한 것 같다"며 "현금거래가 많은 탓에 업자들 사이에 거래한 증거가 없어 어차피 신고해도 돈을 못 받는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B씨는 "매출 신고도 제대로 안 한 상태에서 갑자기 '몇천만원 사기당했다'고 하면 (오히려 수사당국이) 수상하지 않겠느냐"며 "그래서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건이 생겨도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거리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상인들의 불법 행위는 꽤 체계적으로 이뤄져왔다. 세관을 통해 들여온 귀금속에 대한 매입 자료를 암암리에 인근 상인들과 거래하는 등 혹시 모를 세무조사에 철저히 대비한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세관을 통해 들여온 양보다 더 많은 다이아가 팔릴 때가 있다. 이를 대비하는 것"이라며 "만약에 내가 5억원가량의 물건을 팔았는데 이에 대한 매입 자료를 보여줘야 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뿐만 아니라 매장 직원들은 세무조사가 나왔을 경우 장부를 숨기기 위한 컴퓨터 하드웨어 교체 작업을 배우고, 수월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컴퓨터 본체 자체를 개조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도망간 사람이 잡혀도 떼어간 돈 못 받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괜히 신고했다가 물건은 못 찾고 자기만 세무조사 받을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래서 지금 피해상인들 중에 물건만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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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먹튀' 종로 귀금속 거리…피해신고 않는 사연은?

기사등록 2019/04/20 13: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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