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 남·북극 연구항해 모두 수행 운항 '포화'
1m 해빙(海氷) 쇄빙, 북국해 중앙 공해 접근 '불가'
북극 항로 개척·자원 확보…신(新) 쇄빙연구선 '도입'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국내 최초 쇄빙연구선 '아라온호(ARAON)'가 건조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규모가 크고 향상된 쇄빙 성능을 갖춘 제2의 쇄빙연구선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라온호는 세계 최초로 남극 빙붕 붕괴지역을 탐사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쇄빙연구선이 단 한 척밖에 없다보니 필요할 때마다 무리한 운항을 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9년 11월 건조한 7507톤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최대 1만kW 추진·탑승인원 총 85명)는 현재 남·북극 연구항해 일정은 모두 수행하면서 운항일정이 이미 포화상태다. 연간 300일 이상 운항할 정도로 일정이 빠듯하다.
18일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 기준 아라온호가 남·북극 연구를 모두 수행하면서 연평균 140일에 달하는 이동항해 일수로 인한 비효율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또 연구항해 기간은 연평균 남극은 43.3(11%), 북극은 28.4일(7%) 수준에 불과하다.
또 추진기 등 항해·기관 장비 긴급 수리 7일과 신규 연구장비 도입 및 설치에 따른 연구장비 성능 시험항해 10일 등 연간 60일 이상의 '운항 예비일'을 확보해야 하지만 연구항해 증가로 최근에는 60일 이하로 감소하고 있다. 운항 예비일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1m두께의 해빙(海氷)을 3노트의 속도로 쇄빙하는 성능을 지닌 아라온호로는 북극해 하계(8~10월)에도 중앙 공해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해 연구범위에 한계가 있다. 북극해 해빙은 보통 2∼5m로 남극해보다 2배 이상 두껍다.
무엇보다 북극해는 해로 확보나 영역, 자원 선점을 위해 선진국간 소리 없는 치열한 각축전이 되고 있다. 단순히 과학적인 연구만이 목적이 아니다. 선진국들이 앞 다퉈 남·북극의 쇄빙선을 띄우는 이유가 이와 무관치 않다. 북극 항로와 미개척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규모가 크고 쇄빙 성능이 향상된 새 쇄빙연구선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쇄빙연구선은 단순한 배 한 척이 아니다. 극지의 빙하 흐름, 환경·기후 변화, 자원 확보 등 다양한 과학적 연구 성과와 국력을 동시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다. 하지만 국내 쇄빙연구선의 성능과 운영 현황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최근 건조되는 해외의 새 쇄빙연구선은 평균적으로 1.5m 내외의 쇄빙 능력을 보유했다. 북극해 중앙의 공해역의 해빙까지도 깨고 항해가 가능하다. 또 선박 안에서 해저로 곧바로 통하는 구멍인 '문풀(Moon Pool)'과 탈부착식 연구장비 등 각종 첨단기술을 탑재했다.
'극지의 별'이란 뜻의 독일의 '폴라르슈테른' 쇄빙연구선이 대표적이다. 이 선박은 1만2614톤급으로, 1만4000kW급 추진력으로 이미 북극점에 수차례 도달한 바 있다. 또 독일은 오는 2022년 출항을 목포로 3m 이상의 두꺼운 해빙도 깰 수 있는 '폴라르슈테른2'를 건조하고 있다. 2만7000t급으로, 최대 130명까지 승선 가능하다. 건조가 완료되면 연구용 쇄빙선으로 가장 큰 규모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자국 기술력으로 쇄빙연구선 '설룡2호'를 건조했다. 1만3990톤급으로 1.5m 해빙까지 깰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중국은 앞서 지난 2017년 '설룡1호'를 이용해 북극 항로 일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밖에 영국과 미국, 독일, 일본 역시 향상된 쇄빙 성능과 수중방사소음 저감기술 등 첨단기술을 갖춘 쇄빙연구선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2의 쇄빙연구선 건조를 위한 움직임이 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북극 개척에 필요한 쇄빙연구선선 도입이 더딘 이유는 제한된 예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제2의 쇄빙연구선 건조 예비타당성을 검토했다. 하지만 2500억원이 넘는 예산 부담과 쇄빙선 규모(1만2000톤)를 두고 부처 간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 경제규모에 비해 제2의 쇄빙연구선 도입은 불필요하다는 평가와 규모가 작은 아라온호로는 북극 개척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해수부는 제2의 쇄빙연구선 도입의 필요성을 보완해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오늘 5월 예정인 재정 당국의 수시 예타에서 규모를 1만1500t급으로 낮추고, 1.5m의 쇄빙 성능을 갖춘 쇄빙선 도입에 재도전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북극 항로와 자원 확보 등에 필요성과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현재 운영 중인 아라온호보다 규모가 크고 향상된 쇄빙 성능을 갖춘 연구선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극 항로와 자원 개발을 위해 제2의 쇄빙연구선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정책동향연구본부장은 "현재 한반도 기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북극의 환경·기후 변화에 대한 자료를 다른나라의 데이터를 종속적으로 받고 있다"며 "북극 환경·기후 변화 등 독자적인 과학 연구를 위해서 제2의 쇄빙연구선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미지의 북극 자원과 북극해(항로)를 활용할 수 있는 독립적인 정보 확보가 중요하다"며 "새로운 쇄빙선 도입은 새로운 자원 영토 확보는 물론, 자원의 상업적 이용을 위한 기술 구축, 북극 항해 정례화를 통한 획기적인 물류 운송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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