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동생 조남호 전 회장, 조정호 회장 13일 빈소 발걸음
이재용 삼성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반기문 전 총장 등 조문
항공업계서는 스카이팀, 외항사, 제주항공 등에서 애도 표해
오전 11시20분께 입관식 진행…삼남매 애통함 속 입관식 참석
【서울=뉴시스】고은결 기자 =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례식 이틀째에 생전 갈등을 빚었던 친동생들부터 정·재계, 국제 항공업계, 스포츠계 등 각계 인사들이 발걸음했다.
고 조중훈 한진그룹선대회장의 차남, 사남인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13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조양호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각기 따로 빈소에 방문했다. 조남호 전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조양호 회장의 입관식이 진행되기 전 조문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호 회장은 오후 4시께 빈소를 찾아 2시간 가까이 빈소에 머무르며 유족들을 위로하고 조문하는 시간을 가졌다.이후 5시47분께 빈소에서 나온 조정호 회장은 고인의 별세에 대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그는 '메리츠금융지주가 한진그룹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느냐', '한진칼 2대지주 KCGI와 접촉한 적이 있느냐', '유족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 '고인은 생전 어떤 분이셨느냐' 등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앞서 조양호 회장의 타계에 따라 한진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상속세' 문제가 불거졌는데, 조정호 회장이 한진그룹의 지주사격인 한진칼의 지분을 인수해 도와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면 2대 주주인 KCGI의 공격이 거세질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우호세력의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조양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선대회장의 상속 문제를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인 바 있고, 사이가 돈독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이날 빈소에는 함께 경제계를 이끌었던 재계 총수들도 전날에 이어 발걸음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16분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빈소에 들어섰다. 굳은 표정을 한 이 부 회장은 5분여간 빈소에 머물렀다.
이 부회장은 빈소에서 나와 '고인의 별세에 대한 심경', '생전 고인과의 인연'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빠른 걸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10시35분께 빈소를 방문, 5분여간 유족들에 위로를 건네고 발길을 돌렸다. 김 회장은 애도의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타까울 뿐이죠"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다만 '고인과 기억나는 일화',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이 있느냐' 등에 대한 질문에는 침묵을 지켰다.
항공업계에서도 애도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30분께 스카이팀에서는 마이클 위즈번(Michael Wisbrun) 스카이팀 이사회 회장과 크리스틴 콜빌(Kristin Colvile) CEO 등 소속 임원들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조 회장의 빈소를 방문했다.
스카이팀은 지난 2000년 조 회장의 주도로 창설된 국제 항공동맹체다. 마이클 위즈번 이사회 회장은 "지난 20년 간 조양호 회장이 스카이팀을 이끌어준 덕분에 지금 스카이팀이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며 "너무 슬프고, 우리의 방문이 그의 가족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4시53분께 빈소를 찾은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약 20분 조문한 뒤 나와 "항공업계에 큰 별이 지셨다.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애석한 심정을 드러냈다.
정관계에서도 고인을 기리기 위한 추모가 이어졌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은 오전 9시59분께 빈소로 들어가 약 10분 간 조문했다.
김 이사는 "사실 저희 부친과 조양호 회장님의 선친, 조중훈 회장하고 아주 절친하다. .저는 조양호 회장님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상당히 있다"며 "이렇게 허무하게 가실 줄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나 애석하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오후 5시26분께 빈소로 들어가 약 15분 간 유족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반 전 사무총장은 "1990년대 초부터 대미관계를 하면서 조양호 회장님의 폭넓은 인맥관계를 정부에서 많이 지원받았다"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과정에서도 유치위원장으로서 많은 역할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에게는 용기를 가지고 실망하지 말고, 고 조양호 회장께서 이루시다 못한 여러가지를 잘 이끌어가라고 말하고 싶다"며 "대한항공은 국위선양에 많은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날 정·재계에서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볼드 바산자브 (Baasanjav Ganbold) 전 몽골대사, 우르쥔 훈데브 전 몽골대사, 베트남항공 회장,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 빈드티아 몽골항공 회장, 최규남 SK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 등이 찾아왔다.
스포츠계에서는 박성현 프로 골프선수, 이승훈 국가대표 스피드스케이팅선수, 조동성 인천대 총장, 나승연 평창동계올림픽유치원회 전 대변인이 발걸음해 고인을 기렸다. 언론계에서는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이 발걸음했다.
한편 장례 이틀째인 이날 오전에는 조양호 회장의 입관식이 진행됐다.
조 회장의 자녀들은 이날 오전 11시20분께 빈소에서 나와 입관실로 향했다. 조 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이명희(前 일우재단 이사장∙70)씨를 비롯해 아들 조원태(대한항공 사장∙44)씨, 딸 조현아(前 대한항공 부사장∙45)∙조현민(前 대한항공 전무∙36)씨 등 1남2녀와 손자 5명이 있다.
조원태 사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는 애통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입관실에 들어갔다. 특히 조 전 전무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양 손을 잡고 입관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족들은 입관실에서 약 1시간여의 시간 동안 조 회장과 마지막 이별의 시간을 가졌다.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빈소가 마련된 이후 빈소를 찾지 않았으며, 입관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12시30분께 유족들은 입관식을 마치고 나와 침통한 얼굴로 다시 빈소로 향했다. 상주인 조 사장이 굳은 표정으로 가장 먼저 빈소에 돌아왔으며, 바로 뒤를 이어 애통함이 가득한 표정의 조현민 전 전무와 고개를 푹 숙인 조현아 전 사장이 스님과 함께 빈소로 들어섰다.
조양호 회장의 장례는 회사장으로 총 5일 간 진행되며, 발인은 16일 오전 6시다. 장지는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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