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책임론 내홍 극심…"힘 합쳐야" vs "연판장"(종합)

기사등록 2019/04/10 19:36:21

최종수정 2019/04/10 20:31:16

최고위 불참, 비공개 회동 잇따라…孫 내홍 심화

孫 "유승민 발언은 시의적절…한 분 한 분 만나 대화"

"손 대표 사퇴는 타협할 사안 아냐…연판장 돌릴수도"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물을 마시고 있다. 2019.04.10.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물을 마시고 있다. 2019.04.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4·3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둘러싼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당의 수장인 손학규 대표가 몸을 바짝 낮추고 당심 추스르기에 나선 가운데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여전히 반발 기류가 강해 당내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는 형국이다.

급기야 손 대표가 이번 주 안에 거취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수순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전 대표의 전날 대학강연 발언을 '지렛대'로 삼아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손 대표는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 의원(최고위원)과 이준석 최고위원, 권은희 최고위원이 최고위에 불참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며 "이것이 다 저의 부족함과 불찰로 최고위원 여러분들께, 또 당원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리고 불편한 마음을 안겨드려 죄송스럽다"고 재차 사과했다.

다만 대표직을 내놓는 대신 좀 더 긴밀한 접촉으로 설득 작업에 나설 뜻을 밝혔다.
  
손 대표는 "앞으로 서로 감정을 낮추고,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며 "저 자신부터 그런 자세로 당을 이끌어나가겠다. 제가 세분의 최고위원들 한 분 한 분 다 만나서 깊은 얘기를 나누겠고, 제 생각도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드릴 것"이라고 했다.

유 전 대표가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또는 복당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데 대해서는 "아주 시의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하고, 바른미래당과 당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당과 당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의 큰 자산으로서, 우리 한국정치의 지도자답게 말씀해주신 것 감사드린다"고 했다.

최고위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는 일부 최고위원들을 향해서도 "당의 미래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함께 고민하고, 미래를 위해서 힘을 합쳐주기를 바란다"고 당내 화합을 당부했다.

손 대표가 당내 봉합 갈등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과 달리 바른정당계 의원이나 최고위원들은 지도부 총사퇴나 재신임을 요구하며 여전히 완고한 자세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4.10.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4.10. [email protected]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현재 당내 지도부 총사퇴 요구는 보궐선거 하나 때문에 물러나라는 주장이 아니다"라며 "이 지도부로서는 내년 총선 출마자들의 정치생명을 담보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냉철한 현실인식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지도부 총사퇴 목소리는 탈당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구당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바른정당 출신들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출신들까지도 손대표 사퇴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이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주말 까지는 손대표가 결단을 해주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수용하든지 아니면 지도부 재신임 전당대회 수용하던지 결단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앞서 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 글에 "당 내에서 지도부 재신임을 묻는 중간평가 전당대회를 추진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현재의 모습으론 내년 총선승리는 고사하고 당의 존립도 위태롭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변화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썼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당 대표 할 사람이 하나라는 생각은 위험하다"며 당내 일각에서 제기한 책임론에 대해 '누가 당대표 하냐'며 사퇴 요구를 일축한 손 대표를 직격했다.
  
이 최고위원은 "북한의 위협 때문에 내가 장기 집권해야 하고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부터 경제성장의 큰 공 뒤에 독재의 멍에가 쌓인 것"이라며 "우리사회의 민주화 운동의 영웅 중 하나인 손학규 대표께서 그런 생각은 아니셨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도 "정당에 당대표할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는 당이 정당이냐"며 "정당의 당대표는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이고 당내 민주주의가 확립되어 있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저희가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것처럼 되어 있는데 원래 최고위원도 지도부에 소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선거결과에 책임을 지자는 차원에서 총사퇴하자고 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가져온 노선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인데 재신임 절차도 없고 아니면 일신하는 과정도 없이 여권과 정부를 비판하면 메시지가 먹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를 끝낸 유승민 의원이 이혜훈, 하태경 의원, 이준석 최고위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퇴장하고 있다. 2019.04.05.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를 끝낸 유승민 의원이 이혜훈, 하태경 의원, 이준석 최고위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퇴장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바른정당계 탈당설에 대해서는 "지금 바른정당 계열 구성원들은 전혀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오히려 당을 어떻게 잘해볼까 하는 생각 때문에 싸우는 것"이라며 "혹자 말대로 나가려고 이러는 거면 조용히 나가지, 뭐 하러 싸우고 나가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 측에서 '갈 사람은 가라, 아니면 그 사람들 의도는 뻔 하지 않냐' 이것 자체가 저는 넓게 보면 당내 구성원을 비방하는 해당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 굉장히 모욕적인 언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은 관리형 대표가 아니라 좀 더 진취적이고 뭔가 이슈를 주도하는 대표가 되어야 된다"며 "저희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지도부 재신임을 요구하기 전까지도 그런 얘기를 했다. 그것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판단하셨다면 비전이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 내에서 사퇴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손 대표는 전날 바른정당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을 만나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물밑에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관영 원내대표도 최고위 보이콧을 선언한 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과 전날 만찬에서 당의 안정과 단합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계 의원들도 손 대표 사퇴에 힘을 보태고 있어 내홍이 격화될 조짐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나 유승진 전 대표가 직접 나서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태규 의원과 김도식 전 비서실장, 안철수계 원외 지역위원장 등 30여명은 9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회동을 갖고 손 대표 거취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이 자리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연판장까지 거론했으나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입장을 정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요즘 당 내 상황도 안 좋고 손 대표 체제에 불만이 많은 원외 위원장들이 의원들을 찾아와 답답함을 많이 토로한다"며 "의원들도 당 안팎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각자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손 대표가 의원들을 접촉하며 설득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 문제는 타협할 사안이 아니다"며 "계속 자리에 연연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는 연판장을 돌려야하지 않겠느냐"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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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책임론 내홍 극심…"힘 합쳐야" vs "연판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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