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출 요구부터 35억 주식 문제 거론
한국당, 후보자 자료제출 불성실 지적
주식거래에 기업 내부정보 이용 의혹도
여당 일부 의원도 주식보유 석연찮다 지적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0일 오전 진행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보유한 '35억 주식'에 대한 야권의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직접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며 방어적 태도를 취했다.
앞서 이 후보자 부부 재산 중 83%(35억4800만원 상당)가 주식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식을 과다보유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의 재판을 맡아 진행한 이력이 있어, 헌법재판관으로서 적격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청문회 시작 전부터 이 후보자가 자료제출을 성실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주식문제를 거론했다.
주광덕 의원은 "2001년 1월부터 2019년 4월9일 현재까지 종목별 매매 순이익 내용과 총 입출금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계좌 내역을 요구했는데 일부만 제출했다"며 "금감원에 확인한 결과 본인 의지만 있으면 받을 수 있다. 상당시간 동안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고의로 검증을 방해하고 있는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이은재 의원은 "후보자와 배우자가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 내부정보가 이용되었다는 의혹도 제기가 되고 있다"며 "이테크건설, 삼진제약 등 후보자와 배우자가 소유했거나 소유하고 있는 종목의 기업 관련 후보자와 배우자가 재판에 참여한 현황 및 판결문을 요청했지만 이 역시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자녀의 고액예금 대납에 따른 증여세 탈루 의혹도 있다며 후보자·배우자와 자녀들 간 계좌별 거래내역서 사본 제출을 요구했다. 또 후보자 배우자 소유의 서울 서초동, 반포동 주택 매매계약서, 이 후보자가 작성한 노동관계법 관련 연구논문 10여 편, 2014년부터 2019년 3월까지의 특정업무경비 사용내역 및 증빙자료 등도 요구했다.
본 질의가 시작되면서 한국당 의원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주광덕 의원은 "후보자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67개 종목에 376회에 걸쳐 37만3043의 주를 거래했다. 현직 법관이 근무시간에 이렇게 많은 주식거래를 한다는 것은 재판은 뒷전이고 판사는 부업이라는 것 아닌가. 주식이 먼저인 법관으로, 국민들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완영 의원은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가 주식 거래 등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이유정 후보자는 주식 보유분이 4억원 정도였다. 주식 거래하면서 사전에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등의 사유로 자진 사퇴했는데 이 후보자는 훨씬 많은 주식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도 이 후보자를 향해 "판사가 주식거래를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답변이 궁색할 수밖에 없다"며 "상식적으로 부부 간에 (주식거래하는 것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라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차라리 남편과 워렌 버핏처럼 주식을 하지 왜 헌법재판관이 되려고 하나"라며 "남편이 후보자 명의를 활용해 투자했다면 주식거래는 순전히 남편 책임인가. 국민상식으로 볼 때 납득이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야권의 공세에 이 후보자는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질의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주식 과다보유' 논란이 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주어진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 진행 중에는 "재산의 대부분을 주식 형태로 보유해 일부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있는 점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저는 재판 업무에 매진하고 재산문제는 배우자에게 맡겼다" "제 명의의 주식투자도 동의했고 종목·수량은 배우자가 결정했다" "주식거래에 있어 불법적이 내용은 없었다"는 등의 해명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부분 이 후보자에 대해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자의 해명을 토대로, 주식거래는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했다는 점을 앞세웠고 이 후보자가 보유한 주식 업체 관련 재판을 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도 유도했다. 다만 여당 의원 중에도 이 후보자의 주식보유가 석연찮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은 "후보자와 배우자가 이테크건설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을 때 이 회사와 관련된 재판을 했다"며 "재판을 하기에 위험할 수 있는데 회피하지 않았고 결국 이테크 건설의 손을 들어주는 취지의 판결을 했고 이후에 추가 매입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조 의원이 해당 소송이 이테크건설과 관련됐는지 묻자 이 후보자는 "이테크건설은 소송 당사자가 아니다. 이테크건설이 피보험자로 된 보험회사였다"며 "재판 결과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을 직위에 있는 자가 아니었다. 소송과정에서 기업 내부정보를 알 수 있는 내용도 전혀 없었다. 또 그 회사가 재판에서 패소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테크건설하고 무관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테크건설에 불리한 결과가 된 것"이라고 보탰다.
이춘석 의원은 "오늘 청문회가 주로 주식거래에 대한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후보자는 답변내용이나 정도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이 청문회는 후보자의 청문회지 후보자의 배우자 청문회가 아니다"며 주식거래를 한 사람이 본인인지 배우자인지 질의했다.
이 의원은 "남편에게 '내 명의를 사용해서 거래해라'라는 정도로 허용된 것인가. 어떤 주식을 거래했는지 부분은 잘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여당 의원 중에는 주식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가 구식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도 검사 생활을 했는데 그때 공무원은 주식을 해선 안 된다고 배웠다"며 "판사나 검사나 대단한 권한을 갖고 있진 않지만 국민들은 판·검사 정도 되면 고위공직자라 생각하고, 따라서 국가나 기업의 여러 가지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정보를 알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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