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창공원, 한국판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으로 변신한다

기사등록 2019/04/10 11:00:00

서울시, '효창독립 100년 공원 구상안' 발표

2024년 '독립운동 기념공원'…"일상 속 추모"

손기정 체육공원 내년 6월 준공 역사·문화화

효창운동장 보존, 일부시설은 철거 리모델링

주민과 대시민 공론화 거쳐 최종계획안 확정

【서울=뉴시스】효창공원 100년 기념공원구상안 조감도. 2019.04.10. (조감도=서울시 제공)
【서울=뉴시스】효창공원 100년 기념공원구상안 조감도. 2019.04.10. (조감도=서울시 제공)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총면적 16만924㎡)이 2024년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효창공원에는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이봉창 의사 등 조국 해방에 삶을 바친 7인의 독립운동가들의 묘역이 있다.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같이 시민들이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10일 오전 중구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효창독립 100년 공원 구상안'을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서울시, 국가보훈처, 문화재청, 용산구 4개 기관이 공동 추진한다. 묘역 일대 정비와 관리·운영은 국가 차원에서 하기 위해 국가보훈처가 전담한다. 시는 효창운동장을 포함한 공원 전체 재조성 사업을 주관하고 문화재 관련 사항의 경우 문화재청과 협의, 2021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준공할 계획이다.

관련 계획과 행정 절차, 사업비 마련은 서울시와 국가보훈처가 공동으로 추진한다. 서울시는 효창운동장 재정비를 전담하고 문화재청은 문화재 관련한 사항, 용산구는 주변지역과 연계 및 공원조성 관련 사항 등을 맡는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추모행사 때에만 참배객 위주로 방문하고 있는 독립운동가 7인의 묘역은 일상 속 성소로 전환한다"며 "주변 연못을 개보수해 평상시에는 주민과 아이들을 위한 휴식처로, 기념일에는 엄숙한 추모공간으로 가변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상안에 따르면 독립운동가 묘역은 참배객 위주의 박제된 공간이 아닌 방문객과 시민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일상 속 추모공간이 된다. 추모와 일상이 공존하는 독일의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 쇼팽, 오스카와일드 등 유명인이 안장된 파리의 아름다운 도심 공원인 '페르라셰즈 묘지공원' 같은 공간으로 재탄생된다.
【서울=뉴시스】독립운동가 기념공간 조성 예시도. 2019.04.10. (예시도=서울시 제공)
【서울=뉴시스】독립운동가 기념공간 조성 예시도. 2019.04.10. (예시도=서울시 제공)
시는 손기정체육공원, 식민지역사박물관, 이봉창의사 기념관, 경의선숲길, 숙명여자대학교 등 주변에 위치한 거점들과 연결,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공원으로 공간적 범위를 확대한다. 용산구의 '효창100년길 조성사업'과 연계해 담장이 사라지고 화단이나 잔디밭을 지나 자연스럽게 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동쪽으로는 공원과 맞닿아 있는 '숙명여자대학교', 시민 성금과 기증자료로 건립된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지나 숙대입구역으로 이어지는 문화공연·전시 특화길(650m)이 조성된다. 공원과 숙명여대 경계부는 잔디 형태의 열린공간이 만들어진다. 남쪽으로는 독립운동가 이봉창 의사 생가 터에 '이봉창 기념관'이 내년 4월 문을 연다.

2020년 6월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게 되는 '손기정 체육공원'은 효창공원 북쪽으로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한다. 독립역사 속 체육인의 항거정신을 기념하는 또 하나의 공원이다.

마라톤 마니아와 주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587m 길이의 러닝트랙이 새롭게 깔린다. 공원 후문에 신축 예정인 체육센터 내부에는 탈의실, 샤워실, 카페 같이 러너들을 위한 부대시설이 마련된다. 공원관리사무소와 자재창고로 쓰였던 공간은 리모델링을 통해 '어린이도서관'으로 재탄생한다.

이용객이 저조했던 '손기정기념관'은 손기정 선수의 도전 정신과 열정을 담아 리뉴얼하고 남승룡 등 숨겨진 영웅들을 위해 체육센터 내에 전시공간을 조성한다. 손기정 선수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남승룡 선수는 당시 손 선수와 함께 출전해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하며 동메달을 수상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서울=뉴시스】손기정체육공원 시설계획도. 2019.04.10. (계획도=서울시 제공)
【서울=뉴시스】손기정체육공원 시설계획도. 2019.04.10. (계획도=서울시 제공)
그동안 전면철거, 축소 등 의견이 분분했던 '효창운동장'은 공원과 하나 되는 축구장으로 거듭난다. 60여년간 자리를 지켜온 국내 최초의 국제축구경기장이자 한국 축구역사의 산실이라는 가치를 고려해 보존하기로 했다.

시는 다만 독립운동가 묘역을 가로막고 있는 스탠드, 조명탑, 트랙 등 일부 시설을 없애고 운동장과 공원 사이 주차장과 도로를 녹지화해 연결성을 강화한다. 스탠드 대신 경기장 주변 지형(경사지)을 활용한 피크닉형 관람석도 조성한다.

이번 구상안은 확정된 계획이 아닌 향후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밑그림이다. 최종 계획안은 시, 국가보훈처, 문화재청, 용산구, 독립운동 관련분야, 축구협회,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효창독립 100년포럼(가칭)'에서 토론회, 심포지엄, 주민참여프로그램 등 대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마련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정신을 담아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서울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조성해 나가겠다"며 "시민의 삶과 괴리된 공간, 특별한 날에만 찾는 낯선 공간이 아닌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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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창공원, 한국판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으로 변신한다

기사등록 2019/04/10 11: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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