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시간이 하루씩 뒤로 간다면···영화 '다시, 봄'

기사등록 2019/04/09 06:07:00

영화 '다시, 봄'
영화 '다시, 봄'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과거의 특정시간으로 돌아가는 '타임슬립'은 더이상 신선하지 않다. 수많은 영화·드라마의 소재로 사용됐다. 진부하다는 말조차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일까, 17일 개봉하는 영화 '다시, 봄'은 타임슬립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하루씩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여행을 그렸다.

'은조'(이청아)는 딸 '예은'(박소이)을 사고로 잃고 절망에 빠진다. 주변사람들과도 마음의 벽을 쌓은 채 살아간다. 어느날 중대한 결심을 하는데, 그 일로 인생이 바뀌어버린다. 눈을 떠보니 날짜가 어제로 돌아가 있다. 그때부터 자정이 되면 하루씩 '어제'로 돌아가있는 시간여행이 펼쳐진다.
이청아
이청아
은조는 처음에는 얼떨떨했지만, 예은을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다. 이를 기회로 삼아 후회되는 과거의 일도 하나씩 바꿔나간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다. 시간여행을 그만 멈추고 싶은데, 매번 어제의 어제로 돌아가있다. 점점 초조해진다. '준호'(박지빈)를 만나서 시간여행의 힌트를 얻는다. 모든 키를 쥐고 있는 '호민'(홍종현)을 마주하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서사만 놓고보면 특별할 것이 없다. 극 전개도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단하지 않은 이야기여도 공감할 수 있으면 된다.

 삶을 돌아보면 그렇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느끼면서도 지금은 행동하지 않는다. 지금은 아직 과거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할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은조는 큰 깨달음을 준다. 그녀가 지나온 어제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다시 살게 된 어제는 본인은 물론이고 타인의 인생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힘을 지녔다.

 몇 마디 말이나 순간의 행동 만으로 타인을 쉽게 판단하기도 한다. 은조의 시간여행은 관계가 소원했던 사람들과의 오해도 풀게 만든다.
홍종현
홍종현
영화 '네버엔딩스토리'(2011), '처용의 다도'(2005) 등을 연출한 정용주(46) 감독의 신작이다. 이청아(35)·홍종현(29) 주연작이다. 전체적인 완성도나 결말은 아쉽지만, 두 배우 모두 무난한 연기를 펼쳤다.

현실을 초월한 이야기로 위안을 받고 싶은 관객에게는 좋은 영화가 될 듯하다. 평범한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사는 법을 돌아보게 만든다.

자연의 이치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여름, 가을이 이어진다. 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굴곡이 있게 마련이고, 늘 겨울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봄은 온다고 영화는 말한다. 104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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