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리트머스' 4·3보궐 결과에 희비 엇갈린 與野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내년 4월 총선의 민의를 미리 점쳐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렸던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는 경남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단 2곳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미니 선거'였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됐다.

내년 총선이 치러지기 전 마지막 선거였던 데다 보수 텃밭에서 여권 동진(東進) 정책의 교두보로 떠오른 부산·경남(PK) 민심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사 실패' 논란 속에 어느덧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띄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선거연대는 창원성산에서, 자유한국당은 통영·고성에서 각각 1승을 거뒀다. 외형상으로는 1대 1 무승부지만 자세한 득표율을 따져보면 그에 담긴 정치적 함의는 결코 간단치 않다.

여당은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린 창원성산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한국당과 불과 504표차로 간신히 승리했다.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를 간난고초 끝에 지킨 것이다.

한국당은 통영·고성에서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두며 '보수 텃밭'을 수성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를 모두 차지한 여풍(與風)도 끊긴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3곳(전북 전주시 라, 경북 문경시 나·라)에서 치러진 기초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전패했다. 민주당에는 '민심 경고등'이 켜진 반면 한국당은 '터닝포인트'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선거 하루 뒤인 4일 여야의 분위기는 엇갈렸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 당은 이번 선거에서 나온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고개 숙였다.

이어 "창원 성산에서 우리 당과 정의당의 단일후보가 승리한 건 '노회찬 정신'을 계승해 국회 개혁에 박차를 가하라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앞으로 통영·고성 지역의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진보의 성지라고 하는 창원 성산에서 사상 유례없는 여야 단일화까지 하고도 초박빙의 결과가 나온 이유가 결국 무엇이겠냐"면서 "더 이상 이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나. 잘못된 정책을 당장 수정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선거 결과를 해석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민주당의 내년 총선 전략에는 빨간불이 들어오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은 생각보다 냉정해진 PK 민심을 놓고 동진 정책의 수정 여부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국정쇄신과 당청관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음 달 치러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이같은 당심이 어떻게 담길지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반면 '정권 심판론'을 이번 선거의 핵심 구호로 내세웠던 한국당은 보다 강력한 대여공세에 나설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첫 선거를 비교적 무난하게 치른 황교안 대표의 입지가 보다 공고해짐에 따라 내년 총선도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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