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검찰, '살인' 대신 '상해' 혐의 적용
흐엉 "매우 행복하다"며 유죄 인정해
베트남 대사 "결과 만족 못한다"…즉각 석방 요구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31)이 1일(현지시간) 3년 4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베트남 온라인 신문 찡(Zing)에 따르면 이날 오전 말레이시아 샤알람 소재 고등법원에서 속개된 흐엉의 재판에서 검찰 측은 그의 기소 내용을 변경했다.
사건을 담당한 이스칸다르 아마드 검사는 "법원으로부터 흐엉에 '대체 혐의'로 기소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흐엉의 혐의를 '살해'에서 위험한 무기를 통한 의도적인 '상해'로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약 15분 후 흐엉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 "매우 행복하다. 선처를 바란다"며 자신의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은 흐엉이 2017년 2월15일 체포돼 수사 및 재판 절차를 밟은 것을 감안해 2020년 5월 석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흐엉의 변호사는 5월 첫째주에 석방될 것으로 예상했다. 판사는 흐엉에게 형량을 선고하면서 "매우매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흐엉에 적용한 말레이시아 형법 324조는 타인을 의도적으로 위험한 방식을 통해 부상을 입힌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위험한 방식'에는 총기 사용하거나 둔기로 찌르는 등의 행위를 포함해 치명적인 무기로 간주되는 물건 등으로 부상을 입히는 행위가 포함된다. 생명에 위협을 초래하는 화학 물질과 맹수를 활용해 상해 여기에 해당된다.
찡은 베트남 당국이 흐엉의 석방을 위해 최고 수준의 외교전을 펼쳤다고 전했다.
흐엉은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와 함께 구속 기소됐다.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은 지난 3월 11일 흐엉과 함께 체포한 시티 아이샤에 대해 갑작스럽게 공소를 취소, 석방 조치하면서도 흐엉은 재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법무장관은 다음 날인 12일 말레이시아 법무 장관에 흐엉의 석방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며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따라 공정한 대우를 하라'고 요청했다.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장관 팜 빈 민 역시 말레이시아 당국자에 전화를 걸어 "흐엉의 공정한 재판과 석방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베트남 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계속적으로 흐엉에 최고 수준의 법적 보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말레이시아 주재 베트남 대사는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오늘 흐엉이 풀려나길 바란다. 이는 불공평한 조치다"고 밝혔다. 또 "말레이시아 당국에 흐엉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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