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심신상실 착각해 성폭행, 그래도 처벌" 재확인

기사등록 2019/03/28 17:44:44

최종수정 2019/03/28 18:37:54

심신상실 착각…준강간 불능미수 징역 2년

"항거불능 아니었다…합의된 성관계" 주장

대법 "심신상실 인식하고 범행…유죄 판단"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상대방을 심신상실 상태로 착각하고 성폭행을 저지른 경우 실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다시 확인했다.

준강간은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폭행한 경우를 처벌하는 죄인 만큼 피해자가 심신상실이 아니었다면 성립할 수 없지만, 심신상실로 인식한 행위 자체가 실제 준강간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큰 만큼 미수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8일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씨는 2017년 4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A씨가 술취해 반항이 불가능한 상태인 점을 이용해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당시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군검찰은 박씨를 강간 혐의로 기소하면서 예비적으로 준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준강간은 상대방이 심신상실 상태인 점을 이용해 저지른 성폭행을 말한다.

보통군사법원은 박씨에 대해 준강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고등군사법원은 박씨에게 준강간미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했다.

박씨는 법원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했다. A씨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가 없는 성관계를 했기 때문에 준강간미수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은 박씨에게 준강간미수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대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려는 인식 자체가 실제 준강간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큰 만큼 미수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심신상실 상태로 인식하고 이를 이용할 의사로 성폭행했지만, 실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을 경우 준강간죄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형법 27조가 규정하는 불능범은 범죄의사와 실행 착수가 있지만, 실행 수단이나 대상을 착오해 처음부터 범죄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며 "결과적으로 구성요건은 충족할 수 없지만, 범죄 발생 위험성이 있으면 불능미수로 처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형법상 준강간죄는 성적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며 "행위 대상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사람'이고, 구성요건인 행위는 이를 이용해 간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토대로 "심신상실 상태로 인식한 뒤 이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를 갖고 성폭행했지만, 실제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실행 수단이나 대상 착오로 처음부터 준강간죄를 저지를 수 없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일반인의 객관적 판단으로 박씨의 행위 당시 인식을 봤을 때 준강간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면 불능미수가 성립한다"며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권순일·안철상·김상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준강간죄 행위 객체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라며 "간음으로 성적 자기결정이 침해됐다는 점에 의문이 없으므로, 불능범에서 말하는 '결과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미수범 영역에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대법 "심신상실 착각해 성폭행, 그래도 처벌" 재확인

기사등록 2019/03/28 17:44:44 최초수정 2019/03/28 18:37:54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