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남·김효은, 죽은 카프카 되살리다···뮤지컬 '호프'

기사등록 2019/03/19 06:08:00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호프' 강남(오른쪽)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가 11일 오후 서울 동숭동 카페 다비앙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호프' 강남(오른쪽)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가 11일 오후 서울 동숭동 카페 다비앙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이 얘기가 지금 관객에게 필요한 이야기일까, 이 이야기를 누가 궁금해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또 불안을 감추지 못했죠."(작가 강남)

현대문학의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를 감싸 안은 채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78세 노파 '에바 호프'.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수많은 관객의 공감을 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8 예술공연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뮤지컬 부문 선정작인 뮤지컬 '호프(HOPE)-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연출 오루피나)이다.

강남(33) 작가와 김효은(37) 작곡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한국예술종합학교가 주관한 '아르코 한예종 뮤지컬 창작아카데미'를 통해 협업한 '호프'는 공연제작사 알앤디웍스가 점찍은 뒤 제작, 지난 1월 창작산실을 통한 초연에서 호평을 들었다.

두 사람의 뮤지컬 데뷔작임에도 걸출한 뮤지컬배우들인 김선영과 차지연이 호프 역에 더블캐스팅되는 등 올해 초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공연이 끝난 지 2개월도 안 돼 28일부터 5월2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 다시 오른다.

김 작곡가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안 나와요.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요. 저희가 다음 걸음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을 얻었지요"라며 웃었다.

작품은 유대계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유작 반환 소송을 모티브로 삼았다. 스스로 쓴 작품의 완성도에 엄격했던 카프카는 절친한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이 죽은 뒤 유고를 모두 불태워 없애달라고 청한다. 하지만 브로트는 카프카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고인의 작품 '심판', '성채' 등을 출판했다.

세상에 내놓지 않은 원고들을 죽기 전 비서 '에스더 호프'에게 증여하면서 학술기관 등으로 넘기라고 했다. 그러나 호프는 원고를 딸에게 남겼다. 그러자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이 텔아비브 법원에 유언 집행정지명령을 신청, 호프 딸의 소유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호프' 강남(왼쪽)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가 11일 오후 서울 동숭동 카페 다비앙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호프' 강남(왼쪽)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가 11일 오후 서울 동숭동 카페 다비앙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강 작가는 2012년 소설가 김영하의 팟캐스트 '책 읽는 시간'을 듣다가 이런 사연을 알았고, 이후 잘 간직하다가 뮤지컬로 옮겼다. 극단 서울공장에 몸 담았던 강 작가는 현재 자신의 극단을 이끌며 연출을 하고 있다.

"당시 호프를 혐오의 시선으로 보거나,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말들로 채운 기사가 많았다고 해요. 이후 호프의 속사정이 막연하게 궁금해졌죠. '그 사람의 말을 직접 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허름한 코트를 입고 있더라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찬란하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든 거죠. 다만 실제 이야기를 빌려온 만큼 조심스러웠는데 '호프'라는 이름 자체가 다양한 함의가 포함돼 꼭 갖고 오고 싶었어요."

클래식음악과 실용음악을 두루 공부한 김 작곡가는 다방면에서 작업해 왔다. 클래시컬한 작법의 곡부터 대중음악을 연상케 하는 넘버를 자유롭게 오가며 강 작가가 설정해 놓은 세계의 감정을 고양시킨다.

김 작곡가는 "뮤지컬 언어를 잘 몰랐어요. 한 곡 자체로 완성된 곡을 만들어왔지, 뮤지컬처럼 여러 곡이 이어지며 개연성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었고, 편곡으로 톤을 맞추자라는 생각은 갖고 있었어요"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고 싶었다는 김 작곡가는 리듬 악기인 베이스와 드럼을 사용하지 않고도 리드미컬한 넘버들을 뽑아냈다.

강 작가는 "내용 만으로 보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작품인데 음악이 밸런스를 잡아줬습니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 뮤지컬의 특기할 만한 점은 원고를 'K'라는 이름으로 의인화한 부분이다. 호프와 K의 관계는 소유주와 원고를 넘어 동반자 또는 친구로 보인다. 때로는 K가 호프 스스로처럼 보이기도 한다.

강 작가는 "호프의 삶을 가장 잘 증언해줄 존재가 필요했는데 인물로 그것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그녀와 평생을 함께 한 원고가 그 존재로서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라고 설명했다. "친구 같기도 하고, 애인 같기도 하고 K에는 여러 모습들이 들어 있죠. 호프를 가장 아끼는 존재로 생각하고 신마다 맞게 설정했어요"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호프' 강남(왼쪽)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가 11일 오후 서울 동숭동 카페 다비앙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뮤지컬 '호프' 강남(왼쪽)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가 11일 오후 서울 동숭동 카페 다비앙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호평을 받은 작품은 이번 재연에서 수정되는 부분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강 작가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구석이 있다. 법정에서 K를 한껏 끌어안은 뒤 그를 놓아주고, 당당하게 노래하는 호프가 자칫 '수동적으로 그려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강 작가는 "호프의 변화를 어떻게 그려야 할는지 물음표가 있었거든요. 관객들이 그런 변화를 어떻게 느낄지 계속 고민했는데 기회가 있다면, 그것을 느낌표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라고 고백했다. 

뮤지컬에 의문부호를 찍던 강 작가와 김 작곡가에게는 데뷔작인 '호프'가 느낌표가 됐다. 그리고 작업을 통해 호프처럼 성장했다.
 
"아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잘 아는 이야기를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함부로 젠체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강남), "음악적으로 늘 변화를 도모하면서 가능성을 품고 싶어요. 이번 '호프' 작업처럼요. 새로운 시작은 늘 재미있고 신나거든요."(김효은)

김선영, 차지연을 비롯해 송형진, 조형균 등 두 뮤지컬 신예의 성장과 변화에 공감한 초연 배우들이 이번에도 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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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남·김효은, 죽은 카프카 되살리다···뮤지컬 '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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