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공시가 공개…고가일수록 상승률 '대폭'
보유세 부담 증가…과세 기준일 6월 1일 '분수령'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아파트 등 전국의 공동주택 1300만호에 대한 예정 공시가격이 공개되면서 세(稅)부담을 이기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과 표준지 공시지가에 이어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로 조세 형평성을 위한 ‘공시가격 현실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정부 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었다. 과열로 집값이 급등한 주택에 대한 '핀셋 인상'으로 시세반영률을 높여나간다는 정책 방향을 재확인했다. 또 다주택자들에게 보유세 부담이 늘기 때문에 매물을 내놓으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산정 등 60개 분야의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다.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으로 재산세에 종합부동산세까지 내야하는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2019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서울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평균 14.17%로 전국 평균(5.2%)을 웃돌았다. 또 17% 안팎으로 오르며 강남 3구의 상승률을 뛰어넘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공시가격 상승률이 눈에 띈다.
자치구별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은 용산구가 17.98%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흑석·노량진 뉴타운사업과 서리풀터널 개통 및 종합행정타운 개발 등이 예정된 동작구(17.93%)와 최근 2년간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 단지가 있는 성동구(16.28%)가 뒤를 이었다.
또 집값 급등의 근원지 강남4구는 평균 15.41% 상승률을 보였다. ▲서초구 16.02% ▲강남구 15.92% ▲송파구 14.01% ▲강동구 15.71% 등을 기록했다.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면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 서울 강동구 B아파트(전용면적 84㎡)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4억2000만원에서 4억6000만원으로 올랐다. 집 한채만 보유했다면 보유세는 10만원 가량 늘어난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9억원이 넘어 종부세 대상자라면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서울 서초구 A아파트(전용면적 93㎡) 공시가격은 지난해 12억5000만원에서 올해 15억원으로 올랐다. 세금은 470만원에서 69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번 공시가격 인상으로 전국의 약 7만호 정도가 추가로 종부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다주택자들을 옥죄는 부동산 규제 정책의 사실상 마지막 카드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실수요 주택 보유자까지 보유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지만 보유세 부담이 늘어 무분별한 투기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집값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 초강력 규제 대책인 9.13 부동산 대책과 대출 규제, 종부세 인상, 금리 인상 등 정부가 쏟아낸 규제 정책의 연장선이다. 특히 집값을 잡지 못하면 민심 이반을 막을 수 없다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경험한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보유세 부담으로 조세 형평성 개선과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많아져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시장에 나오면 거래 없이 집값만 떨어지는 지금의 거래절벽 현상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정부의 바람대로 부동산시장의 무게 중심이 본격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등 세부담이 가중되면서 급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많다는 게 부동산시장의 중론이다. 다만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지면서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일부 자산형 다주택자들을 제외하고 전세와 대출 등을 끼고 이른바 ‘갭투자’에 나선 다주택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 인상은 공시가격 기준 9억원 이상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과세기준일인 6월1일 이전 추가 매도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있으나 큰폭의 매물 출회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함 랩장은 "실제 서울은 9.13대책 이후 강남3구 재건축 단지 위주로 가격 낙폭이 크게 나타났지만 강북이나 서울외곽은 미미하게나마 호가가 상승한 지역도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되고 세부담까지 증가하면서 당분간 집값 하락세와 거래량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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