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서 기자간담회
"공정위가 해외당국들이 납득할 결론 먼저 제시할것"
"'내셔널 챔피언' 만들겠단 식의 접근은 인정 못 받아"

11일 벨기에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기자단과 간담회 중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브뤼셀(벨기에)=뉴시스】위용성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과 관련, 앞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불허했던 초대형 철도합병건과는 "성격이 굉장히 다르다"고 언급했다.
이번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선 "어느 경쟁당국보다 한국 공정위가 가장 먼저 결론을 낼 것"이라며 "다른 당국들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장과 양자협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은 향후 중국과 일본, EU 등 다른 이해관계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EU집행위에선 최근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고속철도 초대형 합병안을 불허한 바 있다. 결합 승인 시 시장 점유율이 80~90%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돼 시장 독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세계 1, 2위의 조선사다. 지난해 기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21%에 달한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양사가 합칠 경우 점유율이 60% 가까이 된다.
같은 논리로 접근한다면 양 조선사 합병도 각 당국의 심사 통과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사실상 종류가 하나인 고속철도와 달리 조선산업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선박) 종류가 너무 많다"며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럽 고속철도의 경우 수요자와 공급자가 같은 지역내 있지 않나"며 "반면 조선산업에서 공급자는 한국에 있지만 수요자는 유럽 등 전 세계에 있다"고 말했다. 철도산업과 달리 조선산업의 시장획정은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단 이야기다.
그는 "다만 우리의 내셔널 챔피언(National Champion)을 키우고 보호하겠다며 (기업결합 허가 결정을) 내리는 방식은 안 된다"며 "다른 경쟁당국에게 (공정위 결론이) 큰 무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게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라이텐베르거 총국장과의 양자회담에선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주제로 논의했다. 모든 경제 거래에서 글로벌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국경을 넘나드는 경쟁법 사건에 있어 국제적인 규범이라는 게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자국 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각국의 정책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와 관련한 한국 실정에 대해 "기술적인 선도자라고 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정치적 협상력은 더욱 약한 것이 우리 정부"라며 "우리가 취할 최선의 방법은 쌍무협정이 아닌 다자 논의 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벌개혁이나 갑질,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등을 국내 시각에서만 봐선 안 된다"며 "회사법이나 금융법, 세법 등 여러 경제법을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쪽으로 가져가는 것이 지속가능한 개혁을 위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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