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원-어린이집 찜찜한 봉합…제2의 한유총 사태 오나?

기사등록 2019/03/08 12:18:13

4개 시도, 사회서비스원 상반기 출범

어린이집·요양원은 신축시설만 직영

기존 원장들 반발 거세…"사업 와해"

보육현장 "규모 너무 작아…확대해야"

【세종=뉴시스】임재희 박대로 기자 = 국공립 어린이집 등 사회복지시설을 공공부문이 직접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이 올해 상반기 4개 시·도에서 첫발을 떼지만 공공성 확보 면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립유치원 운영의 공공성 강화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른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사태가 재현될 조짐도 일부 엿보인다.

8일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달 대구를 시작으로 서울, 경기, 경남 등 4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차례대로 사회서비스원이 문을 연다.

2016년 기준 한국은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운영률이 0.4%로 일본 24.0%이나 스웨덴 72.0%(2013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사회서비스원은 공공성 확보를 위해 공공부문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회서비스 국·공립 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종사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공익법인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서비스공단'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한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원은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민간의 반발에 부딪혔다. 핵심 사업인 보육(어린이집)을 둘러싸고 민간위탁 어린이집 원장들의 반발이 거세다. 올해 1월말 기준 전체 어린이집 3만9219곳 중 국·공립 어린이집은 9.4%인 3697곳인데 이 가운데 개인이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비율이 60% 안팎에 달한다. 사회복지법인이나 학교, 종교법인 등까지 포함하면 비율은 97%까지 올라간다.

이처럼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민간위탁 어린이집 원장들은 사회서비스원 등장을 반기지 않는다. 학부모와 보육교사는 사회서비스원의 국·공립 어린이집 직접 운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민간위탁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들은 밥그릇을 뺏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보육교사 3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1.2%가 어린이집을 사회서비스원에 포함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원장들은 사회서비스원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통해 얼마든지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데 굳이 사회서비스원이 직접해야 하느냐"며 "어린이집 원장이나 운영자들이 전반적으로 반대했다"고 민간위탁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들의 입장을 전했다.

민간위탁 원장들의 이처럼 강경한 태도에 정부와 지자체는 결국 한발 물러서야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3차례 보육포럼을 통해 어린이집 원장과 부모, 교사 등과 얘기해 현장 우려를 고려해 (직접운영 범위를) 최소한으로 하자고 결론 내렸다"며 "신축 어린이집을 매년 5개씩 운영해보고 모델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이 신규 국·공립 어린이집과 공립 요양시설 운영을 원칙으로 삼은 것도 민간위탁 어린이집 원장들의 기세에 눌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4개 시·도에서 직접 운영하기로 한 국·공립 어린이집은 14곳에 불과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탁 시설을 전환하거나 위탁 기간이 만료된 시설들까지 사회서비스원 사업에 포함할 것이냐를 두고 제도 논의 초기부터 반발들이 많아 보육은 제도 자체가 와해될 뻔 했다"면서 "사업의 추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단 신축 시설 운영을 원칙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최근 사립유치원 운영 공공성 강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른바 한유총 사태가 떠오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개원 연기 등 정부와 학부모를 상대로 실력 행사를 했던 것처럼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들 역시 압도적인 민간위탁 비율을 무기 삼아 어린이집 운영 공공성 강화를 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육 현장에서도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진숙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사회서비스 공동사업단장은 "서울시는 매년 100개씩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릴 예정인데 그 가운데 신축 형태로 해마다 5개씩 2022년까지 20개만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한다는 얘긴데 규모가 너무 작다"고 비판했다.

서 단장은 민간위탁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더 밀려선 안 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복지부 시범사업 계획대로 위·불법 시설과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시설까지 사회서비스원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광역자치단체장들과의 협의가 중요하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된다면 강제력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신규 설치시설을 우선 위탁하되, 위·불법 발생 또는 평가 결과 저조 시설, 기타 시·군·구청장이 위탁하고자 하는 경우 사회서비스원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규정을 담은 사회서비스 관련 법안은 현재 2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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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03/08 12:18:1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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