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웃 나라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를 관통하는 최근의 핵심적 화두는 인구감소이다. 물론 인구학적 문제로서 저출산·고령화의 문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제기되어 2000년대에 들어서는 심각하게 인식되고 대응책이 강구되어 왔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은 일손 부족, 즉 노동력의 부족이 기업 현장에서 심각하게 체감되면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따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여야 하는지가 현안이 되고 있다. 일본의 한 기업부설연구소가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발표한 일본 노동시장의 미래추계에 따르면 2025년에는 약 583만명의 일손이, 2030년에는 약 644만명의 일손이 부족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노동력 부족이, 그것도 수 백만명 규모의 일손이, 당장 몇 년 내로 부족하다는 것이 지금 일본이 당면한 현안 중의 현안이다. 아베 정권의 '일하는 방식의 개혁'이라고 명명된 노동개혁이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될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이 문제를 시급하게 극복하여야 한다는 절박감이 노사정 모두의 뇌리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넘어서 인구감소가 인구학적 문제로서 주목받고 있다. 2017년에 출판된 '미래의 연표'라는 제목의 문고판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이를 상징한다. 이 책의 저자(河合雅司, 카와이 마사시)는 앞으로 인구감소로 인하여 일본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를 2065년까지의 연표로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에는 여성 2명 중의 1명은 50세 이상이라거나 2027년에는 수혈용 혈액이 부족해지고, 2039년에는 화장장 부족 문제에 심각하게 직면하게 된다는 식이다. 심지어는 2065년에는 사람이 살지 않게 되는 섬이 늘어나게 되고 이를 외국인이 점령하여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고취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고위 관료, 지방자치단체의 수장들조차 인구감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하여 이와 같은 연표를 작성하였다고 한다. 나아가 지식인 계층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낙관론, 즉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확대와 같은 노동력 공급 확대나 인공지능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논박한다. 이 책의 장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소름이 돋도록 깨닫게 해주는 것에만 국한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인구감소'라는 '조용하게 다가오는 유사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국가를 개조하기 위한 전략도 제시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전략의 기조로서 확대노선을 걸어왔던 종래의 성공 경험과 결별하고 인구감소에 맞게 일본을 전략적으로 축소하여 작고 풍요로운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전략적 축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생각하면 이를 외면할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이 저자는 축소를 위한 전략적 과제뿐만 아니라 풍요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한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에는 비거주지역의 명확화나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과감한 합병, 국제분업의 재편성, 수도권일극 집중 해소, 24시간 사회로부터의 탈각, 장학제도의 확충을 통한 인재양성 등과 다소 기술적이며 제도적인 방안만이 제시된다고 있다는 점에서 무언가 아쉬움을 준다. 문명사적인 대전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의 인구감소사회라고 한다면 어떠한 새로운 모럴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저서가 지난 해 일본에서 출판되었다. '인구감소사회의 미래학'이라고 명명된 이 책에서 편저자(內田樹, 우찌다 타쯔루)는 현재 진행되는 인구감소는 문명사적 규모이기 때문에 이에 거스를 수는 없고 소프트 랜딩하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프트 랜딩을 위한 전략으로서 냉철한 계량적 지성에 입각한 '후퇴전'을 제안한다. 여기까지는 위에서 본 축소전략과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 편저자는 제도적인 적응 전략보다는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에 관심이 있다. 즉, 후퇴전을 통하여 '최후까지도 살아남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편저자는 '인간적 성숙'이 요구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이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은 '인간적 성숙'이다. 다소 추상적이진 하지만, '좋은 사람', '성실한 사람', '말이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는 주위로부터 평가, 즉 인간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는 주위의 평가에 의해서 이 시스템은 작동하고 유지되는 것이다. 편저자는 어느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인간적 성숙이 핵심적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면 그 시스템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하면서 이를 사람이 살지 않게 된 집에 비유한다. 아무리 훌륭하게 지어진 집이라도 사람이 살지 않게 된 집은 얼마 가지 않아서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하고 결국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인간적 성숙이 요구되는 시스템은 시장자본주의의 모럴에 의해서 작동하고 유지되는 시스템과 대비된다. 인간적 성숙이 요구되는 시스템은 시장화에 의해서 해체된 사회공통자본이 재생되고 이에 따라서 움직이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관해서 이 책의 공저자 중의 한 명은 시장자본주의시템은 사적 소유와 등가교환이라는 모럴에 의해서 작동하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緣)'이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 이른바 무연(無緣)의 시스템이라고 한다. 따라서 인구감소사회의 사회디자인에서는 시장자본주의시스템 속에 사람과 사람 간의 '연(緣)'으로 맺어진 공동체를 형성할 것을 강조한다. 무연(無緣)의 세계에 유연(有緣)의 장을 만들고, 인류사적인 상호부조의 모럴을 재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이나 위정자들은 일본처럼 인구학적 문제를 급박한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인구추계 등을 보면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에 이 문제가 우리에게도 현안으로 닥칠 것이다. 축소균형전략, 후퇴전이라고 하면 패배주의라고 비난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장기적으로 인구감소는 불가피하다. 축소균형전략과 후퇴전이야 말로 냉철과 지성에 더하여 풍부한 상상력과 추리력이 요구되는 어려운 작업이다. 더구나 인구감소사회를 작고 풍요로운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새로운 모럴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여성·고령자·외국인의 고용을 늘리기 위하여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과 함께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등 첨단 ICT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노동력 부족의 문제를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식, 관행, 문화라는 모럴이 함께 구축되지 않으면 이러한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도 없고, 소기의 성과도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맞는 모럴을 재구축하는 것은 결코 패배주의에 의해서는 이룰 수 없는 과업이다.
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일본 교토대학 법학 박사
일본 쿄토대학 법학연구과 연구교수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연구교수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그런데 최근에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넘어서 인구감소가 인구학적 문제로서 주목받고 있다. 2017년에 출판된 '미래의 연표'라는 제목의 문고판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이를 상징한다. 이 책의 저자(河合雅司, 카와이 마사시)는 앞으로 인구감소로 인하여 일본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를 2065년까지의 연표로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에는 여성 2명 중의 1명은 50세 이상이라거나 2027년에는 수혈용 혈액이 부족해지고, 2039년에는 화장장 부족 문제에 심각하게 직면하게 된다는 식이다. 심지어는 2065년에는 사람이 살지 않게 되는 섬이 늘어나게 되고 이를 외국인이 점령하여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고취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고위 관료, 지방자치단체의 수장들조차 인구감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하여 이와 같은 연표를 작성하였다고 한다. 나아가 지식인 계층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낙관론, 즉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확대와 같은 노동력 공급 확대나 인공지능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논박한다. 이 책의 장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소름이 돋도록 깨닫게 해주는 것에만 국한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인구감소'라는 '조용하게 다가오는 유사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국가를 개조하기 위한 전략도 제시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전략의 기조로서 확대노선을 걸어왔던 종래의 성공 경험과 결별하고 인구감소에 맞게 일본을 전략적으로 축소하여 작고 풍요로운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전략적 축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생각하면 이를 외면할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이 저자는 축소를 위한 전략적 과제뿐만 아니라 풍요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한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에는 비거주지역의 명확화나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과감한 합병, 국제분업의 재편성, 수도권일극 집중 해소, 24시간 사회로부터의 탈각, 장학제도의 확충을 통한 인재양성 등과 다소 기술적이며 제도적인 방안만이 제시된다고 있다는 점에서 무언가 아쉬움을 준다. 문명사적인 대전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의 인구감소사회라고 한다면 어떠한 새로운 모럴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저서가 지난 해 일본에서 출판되었다. '인구감소사회의 미래학'이라고 명명된 이 책에서 편저자(內田樹, 우찌다 타쯔루)는 현재 진행되는 인구감소는 문명사적 규모이기 때문에 이에 거스를 수는 없고 소프트 랜딩하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프트 랜딩을 위한 전략으로서 냉철한 계량적 지성에 입각한 '후퇴전'을 제안한다. 여기까지는 위에서 본 축소전략과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 편저자는 제도적인 적응 전략보다는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에 관심이 있다. 즉, 후퇴전을 통하여 '최후까지도 살아남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편저자는 '인간적 성숙'이 요구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이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은 '인간적 성숙'이다. 다소 추상적이진 하지만, '좋은 사람', '성실한 사람', '말이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는 주위로부터 평가, 즉 인간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는 주위의 평가에 의해서 이 시스템은 작동하고 유지되는 것이다. 편저자는 어느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인간적 성숙이 핵심적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면 그 시스템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하면서 이를 사람이 살지 않게 된 집에 비유한다. 아무리 훌륭하게 지어진 집이라도 사람이 살지 않게 된 집은 얼마 가지 않아서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하고 결국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인간적 성숙이 요구되는 시스템은 시장자본주의의 모럴에 의해서 작동하고 유지되는 시스템과 대비된다. 인간적 성숙이 요구되는 시스템은 시장화에 의해서 해체된 사회공통자본이 재생되고 이에 따라서 움직이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관해서 이 책의 공저자 중의 한 명은 시장자본주의시템은 사적 소유와 등가교환이라는 모럴에 의해서 작동하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緣)'이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 이른바 무연(無緣)의 시스템이라고 한다. 따라서 인구감소사회의 사회디자인에서는 시장자본주의시스템 속에 사람과 사람 간의 '연(緣)'으로 맺어진 공동체를 형성할 것을 강조한다. 무연(無緣)의 세계에 유연(有緣)의 장을 만들고, 인류사적인 상호부조의 모럴을 재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이나 위정자들은 일본처럼 인구학적 문제를 급박한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인구추계 등을 보면 그다지 머지않은 미래에 이 문제가 우리에게도 현안으로 닥칠 것이다. 축소균형전략, 후퇴전이라고 하면 패배주의라고 비난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장기적으로 인구감소는 불가피하다. 축소균형전략과 후퇴전이야 말로 냉철과 지성에 더하여 풍부한 상상력과 추리력이 요구되는 어려운 작업이다. 더구나 인구감소사회를 작고 풍요로운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새로운 모럴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고 여성·고령자·외국인의 고용을 늘리기 위하여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과 함께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등 첨단 ICT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노동력 부족의 문제를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식, 관행, 문화라는 모럴이 함께 구축되지 않으면 이러한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도 없고, 소기의 성과도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맞는 모럴을 재구축하는 것은 결코 패배주의에 의해서는 이룰 수 없는 과업이다.
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일본 교토대학 법학 박사
일본 쿄토대학 법학연구과 연구교수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연구교수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