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3만달러지만…서울서 집 사기 더 어렵다

기사등록 2019/03/06 13:42:29

서울아파트 10채중 9채 구매력 초월…살(Buy)집 없고

주택보급률 답보에 아파트 노후화…살(Live)집도 품귀

소득·집값 양극화만 커져…"소득성장-주거복지 연계 필요"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여전히 내 집 마련은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2만795달러) 2만달러 시대를 연지 불과 12년만에 새로운 경지로 도약했지만 집값은 실수요자를 비웃듯 상승속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언터쳐블' 서울 집값, 소득만 갖고 살 집은 없어

6일 KB국민은행 리브온에서 발표하는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KB주택구입 잠재력지수(KB-HOI)는 4분기 기준 12.9를 기록해 2009년 관련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치 기록했다.

이는 KB국민은행이 시세를 조사하는 서울의 아파트 전체 재고량 137만5000호중 중위소득 가구가 현재 금리(연 3.26%) 수준으로 은행 대출(20년 만기 원리금 상환 조건)을 통해 무리하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이 12.9%(17만8000호)뿐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수준의 아파트값은 작년말 기준 3억7380만원 이하다. 서울 중위소득 도시근로자가 집값의 30%를 밑천으로 확보한 뒤, 매월 소득의 33%를 주거비용에 투입한다는 가정이 들어간다.

소득은 꾸준히 늘고는 있다. 지난 4분기 기준 가구별 연소득은 5460만원(월 455만원)으로 전년말 5328만원(월 444만원) 대비 2.4% 늘었다.

하지만 집값 상승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말 기준 8억4502만원을 기록해 전년말 6억8500만원 대비 23.4% 증가하며 이미 8억원을 넘어섰다.

서울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지난해말 중위소득, 중위주택 기준 14.3년을 기록했다. 중산층이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주택 구입에 14.3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소득보다 집값 상승이 더 빠른 탓에 소득만으로 서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이 갈수록 희귀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주택보급률 2년 연속 정체…살집도 없어

주택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일부 지역은 만성 부족 상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지난 2008년 100.7%를 기록하며 100%를 넘어선지 오래다. 전국의 주택수도 2017년 기준 2031만 호로 2005년 1562만호에 비하면 12년새 30.0% 증가했다.

반면 수도권은 여전히 부족하다.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지난 2017년 98.3%로 2010년 99.0% 고점 대비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다.

서울의 높은 집값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에서 경기로 이주하는 탈서울 인구가 늘어난 것이 원인중 하나다. 지난해 기준 서울에서 경기로 이주한 순이동(전출-전입) 인구는 13만5216명으로 관련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래 4번째로 많았다. 특히 주택 실수요층인 40대 순이동은 2만1791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은 만성 부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인구 1000명당 주택수는 2017년 기준 376.9호로 완전 공급 수준인 440호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서울의 주택보급률도 개선 추세를 지속하다 2016년과 2017년 96.3로 정체중이다. 같은 기간 서울 인구수가 981만명에서 974만명으로 감소했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퇴보 수준이다.

아파트 노후 상황에도 갈수록 심각한 수준이다. 감정원에서 운영하는 부동산 시세정보서비스 '부동산테크'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연식은 20년8개월(20.7년)으로 집계돼 전국에서 처음으로 20년을 돌파했다. 갈수록 서울 정주여건은 악화되는 추세다.

◇3만불 시대, 수도권 정주여건 양극화 해소 필요

우리나라가 지난 1995년 1인당 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이래 2006년 2만 달러까지 가는데 11년, 다시 지난해 3만 달러까지 12년이 걸렸다. 앞으로 10여년 후에는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다만 그동안 주거복지 상황은 나아졌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양극화 문제가 점차 확산 중이다. 소득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지만, 집값 격차를 의미하는 5분위 배율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종합주택유형 기준 5분위 배율은 11.2배로 전년말 10.3배보다 더 벌어졌다. 서울 아파트값 5분위 배율도 2017년말 5.0배에서 지난해말 5.3배로 격차가 커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도 늘고 임대주택이나 빈곤층 주거환경 개선 등 복지수준도 늘었지만 소득 증가가 정주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민소득 3만불 시대가 실제 국민 가처분 소득이 늘어서 달성된 것인지 잘 사는 사람들만 소득이 증가해서 생기는 양극화 현상인지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극화는 수도권내에서도 진행중이다. 지역, 계층간 주거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직도 개발이 진행중인 2기 신도시는 물론 앞으로 생길 3기 신도시까지 고려하면 서울과 경기간 격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동안 만성적 서울 주택부족 문제로 생긴 신도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미 인구 1000명당 주택수 476.3명으로 완전공급수준을 초과한 일본의 경우 지난 1960년대부터 도시 주택난 해결을 위해 도심 외곽에 신도시를 개발하는 정책을 펴왔는데 '다마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일부 지역의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를 지나자 도쿄 집값은 급락한 반면, 도심재생사업은 활성화되면서 신도시에 살던 청장년층이 도심으로 회귀하면서 빈 집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신도시 이주민의 자녀 세대가 교육, 문화 등 탓에 도심 선호 현상 강화로 이 같은 추세가 가속화됐다.

감정원 이준용 시장분석연구부장은 "일본과 같은 신도시 공동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2기 신도시는 물론 3기 신도시도 교통시설이나 문화, 커뮤니티시설 등 기반시설과 연계한 유기적인 개발을 통해 장기 정착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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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3만달러지만…서울서 집 사기 더 어렵다

기사등록 2019/03/06 13:42:2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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