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미국 로큰롤 밴드 '비치 보이스'는 밝고 경쾌한 '서프 뮤직'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열었다. 서핑을 비롯해 당시 미국 서해안의 풍속과 일상생활을 노래한 밝고 경쾌한 록이다.
하지만 이들이 1966년 내놓은 명반 '펫 사운즈(Pet Sounds)'만 들어봐도 음악의 다른 결을 느낄 수 있다. 풍부하고 실험적인 사운드 곳곳에 슬픔과 아픔이 배어 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0)도 비치 보이스의 음악에서 다른 감정을 톺아봤다. 그의 소설에서 비치보이스 음악이 내리쬐는 태양 아래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자가 흰 모래밭을 달려가는 듯 밝은 이미지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댄스 댄스 댄스'(1988)에서 카스테레오에서 흘러나오는 비치 보이스의 '펀, 펀, 펀(Fun, Fun, Fun)'에 맞춰서 휘파람을 불었던 '고탄다'는 이야기 후반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노르웨이의 숲'(1987) 마지막 장면에서 '레이코'가 비치보이스의 곡을 연주하는 장면에는 나오코의 죽음이 강렬하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에서 여자가 '나'에게 빌려준 LP가 비치 보이스의 앨범이라는 것이 판명된 시점에서 그녀가 훗날 실종되리라는 사실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비치보이스 '캘리포니아 걸스(California Girls)'라는 곡의 이름이 다섯 번 등장하고, 가사가 두 번이나 인용된다.
이처럼 하루키 소설에서 비치보이스 곡이 등장하면 항상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비치 보이스를 읊조리거나 듣는 것만으로 등장인물이 반드시 비극을 겪는 음악으로 기억된다.
일본의 문학·음악 평론가 구리하라 유이치로(54)가 편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은 하루키의 소설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음악을 다뤘다. 록, 팝, 클래식, 재즈, 그리고 1980년대 이후의 음악 이렇게 다섯 장르로 스무 곡씩 엄선, 다섯 명의 전문가가 리뷰했다.
등장하는 100곡 중에는 비치보이스나 '비틀스'처럼 하루키가 어렸을 때부터 즐겨 들어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음악과 함께 '듀란듀란'이나 보컬 보이 조지를 앞세운 '컬처 클럽'처럼 작품에서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음악이나 뮤지션도 다루고 있다.
하루키 작품에서는 클래식 음악도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된다. 주인공이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 그 전조 또는 계기가 되는 것이 클래식 음악이다.
하지만 이들이 1966년 내놓은 명반 '펫 사운즈(Pet Sounds)'만 들어봐도 음악의 다른 결을 느낄 수 있다. 풍부하고 실험적인 사운드 곳곳에 슬픔과 아픔이 배어 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0)도 비치 보이스의 음악에서 다른 감정을 톺아봤다. 그의 소설에서 비치보이스 음악이 내리쬐는 태양 아래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자가 흰 모래밭을 달려가는 듯 밝은 이미지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댄스 댄스 댄스'(1988)에서 카스테레오에서 흘러나오는 비치 보이스의 '펀, 펀, 펀(Fun, Fun, Fun)'에 맞춰서 휘파람을 불었던 '고탄다'는 이야기 후반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노르웨이의 숲'(1987) 마지막 장면에서 '레이코'가 비치보이스의 곡을 연주하는 장면에는 나오코의 죽음이 강렬하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에서 여자가 '나'에게 빌려준 LP가 비치 보이스의 앨범이라는 것이 판명된 시점에서 그녀가 훗날 실종되리라는 사실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비치보이스 '캘리포니아 걸스(California Girls)'라는 곡의 이름이 다섯 번 등장하고, 가사가 두 번이나 인용된다.
이처럼 하루키 소설에서 비치보이스 곡이 등장하면 항상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다. 비치 보이스를 읊조리거나 듣는 것만으로 등장인물이 반드시 비극을 겪는 음악으로 기억된다.
일본의 문학·음악 평론가 구리하라 유이치로(54)가 편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은 하루키의 소설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음악을 다뤘다. 록, 팝, 클래식, 재즈, 그리고 1980년대 이후의 음악 이렇게 다섯 장르로 스무 곡씩 엄선, 다섯 명의 전문가가 리뷰했다.
등장하는 100곡 중에는 비치보이스나 '비틀스'처럼 하루키가 어렸을 때부터 즐겨 들어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음악과 함께 '듀란듀란'이나 보컬 보이 조지를 앞세운 '컬처 클럽'처럼 작품에서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음악이나 뮤지션도 다루고 있다.
하루키 작품에서는 클래식 음악도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된다. 주인공이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 그 전조 또는 계기가 되는 것이 클래식 음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1Q84'(2009)에서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가 보기다. 이 음악은 현실과 다른 세계, 때로는 두 사람의 주인공을 잇는 가교 역을 한다. 서두에서 꽉 막힌 도로의 택시 안에 이 음악이 울려 퍼질 때, 그것은 주인공이 다른 세계의 문에 손을 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연주자나 지휘자에 따라 곡 해석이 달라지는 클래식 또한 하루키의 소설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1Q84'에서 아오마메와 덴고는 각기 다른 버전의 '신포니에타'를 듣는다.
헝가리 태생 미국 지휘자 조지 셀이 지휘한 연주는 느린 템포에 날카로운 박자감으로 세부까지 하나하나 명료한 스타일리시함이 인상적이다. 반면 일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한 연주는 중간 템포에 셀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신비한 열정과 근면함이 느껴진다.
셀 음반의 강한 의지는 아오마메의 행동력이나 그 냉철한 성격으로 나타나며, 오자와 음반의 정열과 묘한 촌스러움은 덴고의 인물 설정 그 자체다. 소설을 발표하기 전까지 재즈 카페를 운영한 하루키는 오자와 세이지와 대담집을 낼 정도로 클래식음악에도 해박하다.
구리하라 유이치로는 소설 주제를 음악에 의탁하는 문학 작법은 오랫동안 금기시돼 왔지만, 하루키는 이런 금기를 깨고 가장 세련된 형식으로 음악을 소설에 사용했다고 본다.
하루키는 "책과 음악은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권말 부록으로 '하루키 연표'와 '하루키 소설 전곡 리스트'가 수록됐다.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곡을 수록된 앨범과 발표 시기, 그리고 어떤 작품에 등장했는지를 적었다. 문승준 옮김, 280쪽, 1만6000원, 내친구의서재 |
[email protected]
연주자나 지휘자에 따라 곡 해석이 달라지는 클래식 또한 하루키의 소설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1Q84'에서 아오마메와 덴고는 각기 다른 버전의 '신포니에타'를 듣는다.
헝가리 태생 미국 지휘자 조지 셀이 지휘한 연주는 느린 템포에 날카로운 박자감으로 세부까지 하나하나 명료한 스타일리시함이 인상적이다. 반면 일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지휘한 연주는 중간 템포에 셀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신비한 열정과 근면함이 느껴진다.
셀 음반의 강한 의지는 아오마메의 행동력이나 그 냉철한 성격으로 나타나며, 오자와 음반의 정열과 묘한 촌스러움은 덴고의 인물 설정 그 자체다. 소설을 발표하기 전까지 재즈 카페를 운영한 하루키는 오자와 세이지와 대담집을 낼 정도로 클래식음악에도 해박하다.
구리하라 유이치로는 소설 주제를 음악에 의탁하는 문학 작법은 오랫동안 금기시돼 왔지만, 하루키는 이런 금기를 깨고 가장 세련된 형식으로 음악을 소설에 사용했다고 본다.
하루키는 "책과 음악은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권말 부록으로 '하루키 연표'와 '하루키 소설 전곡 리스트'가 수록됐다.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곡을 수록된 앨범과 발표 시기, 그리고 어떤 작품에 등장했는지를 적었다. 문승준 옮김, 280쪽, 1만6000원, 내친구의서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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