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상원 청문회 출석해 자신의 경험 증언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백신 주사를 맞은 18세 미국 남학생이 화제다. 그는 부모가 백신을 맞지 말라고 말렸지만 직접 병원에 찾아가서 주사를 맞았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혀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주목한 상원 보건위원회는 남학생에게 청문회에 출석해 견해를 밝혀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화제의 남학생은 오하이오 주에 사는 이선 린든버거. 그는 지난 2일 동영상에서 청문회 출석 요청을 받은 사실을 전하면서, "워싱턴에서 증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5일 열리는 청문회에는 린든버거 이외에 워싱턴주의 존 위스먼 보건장관, 에이모리대의 사드 오머 교수 등 전문가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린든버거는 어머니가 일명 '백신 음모론'을 믿어 백신 주사를 맞지 못했다. 그래서 직접 백신에 대해 직접 연구를 하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도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백신의 의학적 효능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
린든버거는 지난해 11월 소셜미디어(SNS)에 어떻게 하면 백신주사를 맞을 수있는지 조언을 구하는 글을 올렸고, 결국 12월에 오하이주 보건부에 찾아가 B형 간염, 인플루엔자, 인두유종바이러스(HPV) 백신을 맞았다. 미국 법에 따르면, 18세가 되면 법적으로 위와같은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
오하이오 주 등 17개주는 부모가 철학적, 도덕적 이유로 자녀에게 홍역 백신 등을 접종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주에서는 최근 홍역 환자가 수십명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린든버거의 백신 접종 강행으로 그의 가정은 사실상 두 쪽이 난 상태이다. 린든버거의 어머니 질 윌러는 온라인 과학잡지 언다크(Undark)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아들이 내 얼굴에 침을 뱉은 셈"이라고 분개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결정엔 반대하지만, 법적 권리에 따라 스스로 결정을 내린만큼 어쩔 수없다는 입장이다.
린든버그는 2살짜리를 포함해 4명의 동생들이 백신 접종을 맞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는 "동생이 홍역에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WP에 말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수년간 백신에 대한 근거없는 괴담이 퍼지고 있다. 백신 때문에 자폐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백신 대신 비타민 C를 다량복용하면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월 14일 발표한 예비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보고된 홍역 환자 수는 약 22만9000명이다. 전년도 17만명에서 약 5만9000명이 늘어난 것이다. 또 동기간에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13만6000명으로 WHO는 집계했다.
WHO는 일부 부자 국가에서도 홍역 발생률이 늘어나고 있다면, 이는 백신에 대한 잘못된 관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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