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미, 비핵화·제재완화 전반 이견 커…김정은이 밀려"

【서울=뉴시스】강수윤 이재은 한주홍 기자 =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영변 핵시설 플러스알파(+α)'로 대표되는 북한 비핵화 로드맵과 제재 완화로 대표되는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이견이 매우 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영변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비핵화 대상과 범위에 대해 근본적인 이견이 있는 것 같다"면서 "영변 외에 농축우라늄 시설도 얘기했는데 북한이 거절했다는 것이고, 동시에 제재완화를 일괄 해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구체적 영변시설 검증 문제를 뛰어넘어 비핵화 순서 등 비핵화 로드맵 전반에 이견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핵목록 신고를 거부를 한 것 같다. 북한은 핵목록 신고를 일방적 핵무장 해제 요구라고 등식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적 해제라고 말했지만 북한은 일부 해제를 요구했을 것이다. 결국 이 두 가지 이견을 좁히기 어렵고 상호 힘든 요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서로의 눈높이가 안 맞았다. 미국은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카드로 비핵화를 끌어내려고 했고 북한은 이보다 대북제재 완화로 끌고 가려고 했는데 서로 눈높이가 안 맞았다. 북한은 영변 하나 가지고 해볼라고 했는데, 미국은 영변은 당연한 거고 나머지 것도 포함돼야 한다는 게 눈높이가 안 맞은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시간이 많다, 바쁘지 않다'고 했고 김정은은 '바쁘다'고 했다. 이건 핵심적인 내용에서 충돌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비핵화라는 진정성 있는 무언가를 내놔라, 핵 리스트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나름대로 풍계리핵실험장, 영변까지 얘기하면서 제재를 풀어달라고 하면서 부딪혔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부분 범주나 대상을 크게 잡고 강하게 요구사항을 높여놨다.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플러스 알파, 영변 이외에 우리가 추정한 시설 이외에 다른 신규 농축시설, 미사일 핵탄두 신고까지 원했다. 가장 최대치로 한꺼번에 다 받겠다는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선  (미국이) 최대치로 제시했지만 '좀 낮추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에서 제재완화, 부분해제를 요구했는데 미국이 못 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추론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트럼프가 마이크 코헨 사건이 터지고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기존 합의문을 갖고 거기에 영변을 넘어선 추가적 비핵화 조치 필요하다고 판단, 플러스 알파를 요구해 합의가 어려웠던 것"이라며 "(협상을) 중단하고 가는 게 훨씬 더 국내 정치적 입장에서 낫다고 판단해 유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중국처럼 트럼프 협상 전략에 말려"

전문가들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와 달리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보다 더 얻은 것이 많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전술에 말려들었다는 것이다.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번 협상 결렬은 김정은이 더 내상을 입었다"면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매체들이 김정은의 2차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했지만 결과가 잘 안 나오고 국제사회도 알게 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자들한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거래를 했다"고 평가했다.

정영태 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싱가포르 회담부터 (트럼프의 전술에) 말려들었다. 김정은이 풍계리 핵실험장, 미사일실험장 폐기, 영변까지 흘리면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제재를 강화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트랙에 빠졌다"면서 "트럼프는 북한을 이런식으로 제압을 확실하게 해놔야 한 단계 더 높은곳에서 자기 입지를 더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엽 교수는 "트럼프는 이번 합의에서 많은 것을 잃은 상황이 아니다. 트럼프가 (이번 회담을) 결렬시켰다고 보지 않는다. 상당히 복잡한 정치적 계산을 통해 이번에 접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김정은이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추가적인 핵실험,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고, 미국도 제재를 더 강화할 생각이 없다고 얘기해 결렬이나 출발점으로 간 게 아니라 현재에 멈춰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민 연구실장은 "정치적 생명을 걸고 받아내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술"이라며 "중국의 무역전쟁과 똑같이 하고 있다. 관세폭탄으로 대대적으로 때려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어놓고 최대치로 요구사항을 끌어낼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이 최대치로 원하는 것을 다 얻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상당히 많이 얻어냈다"고 강조했다.

◇"실무회담 조기에 재개 안 되면 북미회담 상당 기간 공전"

향후 북미 회담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기에 실무회담이 재개되지 않으면 비핵화 협상이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1차 북미 정상회담 취소 때도 판문점에서 5·26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것처럼, 서울 답방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 것으로도 전망했다.

신범철 센터장은 "조기에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협상 동력이 유지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당 기간 비핵화 협상이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임을출 교수는 "이견이 해소가 안 되면 북미회담을 하기 힘들다"면서 "결국은 제재완화 없이도 핵목록을 내놓는 김 위원장의 양보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김성민 북한 자유방송대표는 "북미가 단시간에 만나기 어렵고 소강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며 "미국 측의 큰 비핵화 요구를 김 위원장이 3개월, 6개월 뒤에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민 연구실장은 "올해 안에는 당연히 만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시간을 좀 더 가진 다음에 김정은이 조바심을 가지게 하고 다시 (회담을) 할 것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인 문제가 힘들어서 아마 국내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엽 교수는 "정상회담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결과와 상관 없이 실무회담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난해에도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 듯이,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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