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CC·국무부·국방부·상무부 관리 대거 파견
각국 정부·기업 접촉하며 화웨이 보안 위협 부각
"매년 회의에 관리 보내지만 특정 기업 관련 활동은 이례적"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행정부 관리들을 보내 각국 기업에 화웨이 장비를 구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통신위원회(FCC) 뿐만 아니라 국무부, 국방부, 상무부 등 다양한 부처의 관리들을 대거 파견해 현지에 모인 업계 관계자들에게 화웨이 장비의 문제점을 직접 전달하고 있다. MWC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로 이번 행사에는 10만명 이상의 전기·전자·통신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미국 대표단은 26일 행사 주최측으로부터 부스를 빌려 기자회견을 열었다. 로버트 스트레이어 국무부 사이버 담당 부차관보는 기자회견에서 미국 관리들이 화웨이를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동맹들과 성공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과 리사 포터 국방부 차관도 "사람들은 우리가 지적하는 핵심을 이해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에 의해 위험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싶은가. 아니면 안전한 대안을 갖고 싶은가"라고 강조했다.
한 미국 관리는 각국 규제기관, 기업들과의 면담으로 하루 일정을 꽉 채웠다고 전했다. 미국측은 이같은 접촉을 통해 기업들이 5세대 이동통신(5G) 인프라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할 경우 중국 정부의 간첩 활동에 통신망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집중 지적했다. 또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것과 화웨이가 사업 파트너의 영업비밀을 훔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된 것도 부각했다.
미국은 매년 이 행사에 관리들을 파견해 각국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하지만, 화웨이라는 한 기업과 관련된 활동을 전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한 미국 측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에게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라고 노골적으로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국제개발처(USAID) 등의 원조 기관들은 지원을 받는 나라들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을 확실히 하고 싶어 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미국이 이처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이번 MWC가 유럽에서 열리지만 화웨이의 '홈코트'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지난 수년 동안 MWC의 주요 후원 기업 중 하나였고, 이번 행사에서도 가장 큰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화웨이는 주요 통신장비 생산 업체면서 애플, 삼성과 함께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사 중 하나다.
화웨이는 미국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이번 행사를 글로벌 5G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활용하고 있다.
화웨이 대변인은 "여러 차례 있는 일이지만 우리 회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근거 없는 주장을 일축한다"며 "사이버보안은 기술과 약속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정치와 근거 없는 암시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이번 회의 기간 동안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이동통신사 에티살랏과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화웨이는 현재까지 체결한 30건의 5G 계약 중 18건은 유럽, 9건은 중동, 3건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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