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간 4500km 달려 北·中·베트남 국경 넘은 김정은 '열차 대장정'

【하노이(베트남)=뉴시스】 김지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열차에 오른 지 사흘 만에 베트남에 입국했다.  4500km의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대장정을 거쳐 베트남에 도착한 것이다. 지난 23일 평양을 출발해 중국 대륙을 종단한 지 약 65시간만인 26일 오전 8시13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10시13분)께 베트남 북부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오후 4시30분께 평양에서 전용열차에 올랐다. 20량에 이르는 이 열차는 같은 날 밤 북한-중국 접경지대인 단둥(丹東)역에서 포착됐다. 이어 24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하기 위해 베이징을 경유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톈진(天津)을 통과해 남쪽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25일 우한(武漢), 창사(長沙) 등 중국 내륙 지역을 지났다. 최단거리로 중국-베트남 접경지역인 핑샹(憑祥)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26일 전용열차에 몸을 실은 채로 국경을 넘었다. 랑선성 동당역에서 열차 여정을 마친 김 위원장은 차량으로 하노이까지 약 170km를 이동한다.
 

김 위원장의 열차 대장정은 전세계로부터 주목받았다. 중국 대륙을 열차로 종단하는 이벤트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것이다. 웨이보, 트위터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전용열차가 도시를 지나는 영상이나 중국 당국이 교통 통제에 나서는 정황이 올라왔다.

김 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한 이유로는 경호 문제가 가장 먼저 꼽힌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방탄·방폭 기능은 물론이고 82㎜ 박격포 등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위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방탄 차량도 싣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안전상의 이유로 열차를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열차 이동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하는 측면도 있다. 할아버지의 모습을 재현함으로써 선군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일성 주석은 1958년 베트남 방문 당시 열차로 중국 베이징을 거쳐 광저우까지 이동한 후, 하노이까지는 항공기편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의 동선과 상당부분이 겹쳐진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도착한 동당역은 사나흘 전부터 승강장과 선로를 점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 도착 전날(25일)에는 진입로부터 군과 공안이 통제에 나섰다. 김 위원장 도착 후 진행될 의장대 사열, 군악대 연주 등 환영행사 리허설도 열렸다. 역사 곳곳을 새로 칠하고, 꽃으로 단장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동당역이 속한 랑선성은 중국과 윈난성, 광시성과 경계를 맞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차로를 이용해 하노이에 입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1차선인 이 고속도로는 이날 오후 2시까지 통제될 예정이다. 하노이까지는 약 2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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