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과 중국이 무역 합의를 만들어내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상대방에게 굴복하면 안된다는 강경한 자국 여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 내에서 모두 상대편에 굴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라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기관지는 이번 주 미국이 요구하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법적·정치적 개혁 문제와 관련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소개했다. 당 관계자들은 이런 보도가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의식한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싱크탱크의 애널리스트 메이신위는 "중국 사회에서는 미국의 압박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미국 측은 이런 정서를 고려해야 하며,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무역 협상이 중국의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국내적 반대 여론에 직면해 있다.
행정부 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강경파의 목소리도 여전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중국 전문가 데릭 시저스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책을 고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는 중국과의 합의가 미흡할 경우 사의를 표시하면서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시저스는 "라이트하이저가 사임하거나 무역 협정을 기각할 경우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자들에게 엄청난 공격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협상단은 현재 미국 워싱턴에서 4차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19일부터 차관급 협의가 열리고 있고, 21~22일에는고위급 회담이 진행된다. 양측은 이번 협상을 통해 양해각서(MOU) 형태의 중간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양해각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체결할 무역 협정의 기본틀 역할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차 워싱턴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측 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류 부총리는 이번에 시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현재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반도체, 에너지 등의 구매 확대를 통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제안을 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지재권 보호, 첨단산업 육성, 비관세 장벽 등 구조적인 부분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미국은 중국과 합의를 하더라도 이행을 강제할 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지난 2010년 이후 자국에 진출한 기술기업들에 대한 압력을 중단하겠다고 10번 이상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미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은 지속되고 있다는게 미국의 문제 제기다. 이 때문에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국이 권리를 강요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같은 이행 수단은 중국에게 강요와 내정 간섭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러우지웨이 전 중국 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의 시장 경제에는 중국적 특성이 있다"며 "지금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중국 고유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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