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괴물집단 폄훼 이어 반성 전무
반역사적 인식으로 각계각층 '반발'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과 극우논객 지만원씨의 '5·18민주화운동 망언'과 관련한 파문이 커지고 있다.
"5·18은 폭동,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며 민주주의 역사와 국가폭력 희생자를 모욕한 행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확산 중이다.
5·18단체와 광주시민사회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엄중한 정치적 단죄와 역사 왜곡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5·18을 모독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이 진실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만큼, 해당 의원들의 결자해지와 국회·한국당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당 5·18 망언 발단
14일 5·18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김진태·이종명 의원은 국회에서 진상규명을 명목으로 '5·18 대국민공청회'를 주최했다.
이종명 의원은 공청회에서 "5·18은 폭동이라고 했는데,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5·18을 폄훼했다.
축사에 나선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지금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 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다.
공청회 발제자 지만원씨는 "5·18 역사는 좌익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북한군 개입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고 허위 주장을 했다. 지씨는 5·18단체가 낸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진태 의원은 영상메시지를 보내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면서 "힘을 모아 투쟁해 나가자"고 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5월 단체는 군부독재에 맞서 피땀으로 민주주의·인권을 지킨 시민을 모욕한 의원들의 언행을 '역사 쿠데타'로 규정하고 거세게 항의했다.
5월 단체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공청회 개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역사적 인식에 반성 전무…국민 분노 초래
'헌정질서 수호 행위'를 부정한 망언을 '다양한 의견'으로 치부한 한국당 지도부의 부적절한 대응이 국민 분노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보수정당 안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이 보수 정당의 생명력"이라고 말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라고 했다.
대법원이 1997년 신군부 행위를 헌정질서 파괴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저항한 광주시민들의 행위를 헌정질서 수호 행위로 판단했는데도, 한국당 지도부의 이 같은 태도는 '반역사적 인식으로 민주주의를 모독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를 두고 광주·전남 시·도민은 공분했다. 5월 단체·정치·교육·노동·시민사회 등 전국에서 강한 반발이 일었다. 일부 5월·시민단체는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잇단 성명 발표와 국회 항의 방문에 이어 규탄 집회와 범국민적 운동이 펼쳐질 예정이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세 의원을 비판했다. '공청회로 극우세력을 자극,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표를 얻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반발이 거세지자 한국당은 12일 5·18 망언에 '뒷북 사과'했다. 하지만 세 의원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12일 광주를 찾은 김진태 의원은 사죄 의사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거듭 주장했다.
이종명 의원은 '북한군 개입 검증'과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조건으로 의원직 사퇴를 내걸었고, 김순례 의원도 '허위 유공자 규명'을 주장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은 지난 39년간 6차례에 걸친 국가기관 조사와 법원 판결에서 근거 없는 허위사실로 판명됐다. 전두환·박근혜 정부조차 거짓이라고 했다.
5·18 유공자 명단은 개인정보 보호법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 다른 유공자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유공자 심사 절차 또한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다.
법원 또한 5·18 유공자 명단 정보공개 소송에 대해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도 내린 바 있어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엄중한 단죄·왜곡 근절 노력 시급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13일 '5·18 망언' 논란과 관련해 세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추가 회의를 열고 징계 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5월 단체와 광주시민사회는 한국당이 세 의원에게 책임을 묻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차원의 징계에도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5월 단체는 "민주주의 역사를 폄훼하고, 국가폭력 희생자와 국민에게 상처 입힌 이들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당 차원서 출당 조치를 해도 의원직 유지가 가능한 만큼, 사과의 진정성과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려면 제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5월 단체는 또 여야가 5·18 왜곡·비방·날조를 강력히 처벌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보완·통과시켜 왜곡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5·18 정신을 거스르는 5·18 진상조사위원 추천으로 대통령으로부터 재추천(3명 중 2명) 요구를 받은 한국당에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요구했다.
역사관이 검증된 위원을 하루빨리 재추천하거나 이를 하지 못하면 추천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5월 단체와 5·18기념재단은 국회와 한국당이 무책임한 행동을 보일 경우 한국당 해체 운동 등 다각도로 대응할 방침이다. 또 민관 합동으로 5·18 왜곡 근절 활동을 펼친다.
김후식 5·18 부상자회장은 전날 국회를 찾아 "5·18 망언은 도저히 제 정신을 갖고는 할 수 없는 만행이다. 자식·남편을 잃고 39년 간 명예회복도 못하고 울고 있는 어머니들 가슴에 또 칼을 꽂아야하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세 의원이 제명되는 날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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